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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3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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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명재『너무 보고플 땐 눈이 온다』 시집도 너무 좋은데 이 산문집 역시 정말 좋다는 리뷰를 읽고 나도 찾아 읽어봤다. 작가에 대한 아무 정보없이 다 읽고 나서 프로필을 찾아보고 깜짝 놀랐다. 나보다 한참이나 어린데........세상을 많이 겪은 사람이 쓴 글 같은 이 분위기 무엇~ 글이 참 따뜻하고 예뻐서 좋았다. 자라면서 여러가지 힘든 일도 많았던 듯 싶어 그게 안쓰럽다가도, 그러나 사랑받으며 행복하게 자란 사람이라는게 느껴져 되게 따뜻하기도 했다. 산문집을 그다지 좋아하지 않는데도 읽으면서, 읽고 나서 이 책이 점점 좋아졌다. 작가의 사고가 아주 기발하기도 했다. 돌돌돌~ ㅋㅋ 일생을 두고 사랑했다던, 자신을 길러준 비구니가 대체 누구였는지는 끝까지 말해주지 않음 ㅠ.ㅠ 왜 잠시 절에 살았고 왜 비구니의 손에 길러졌는지 알려주셔야죠~~..
허진희『독고솜에게 반하면』 작년이었던가, 겨울방학 독서목록에 있는 걸 보고 빌려다 줬더니 넘나 잼있어했더 가을이~ 몇 번이나 다시 보고 다시 보고 하다 반납을 했는데, 또 읽고 싶다기에 걍 사줘버렸다. 그러고 나서도 또 읽고..... 이번에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읽은 김에 이거도 읽어봤는데 호홋~~ 되게 참신한 소재더군. 『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가 성장소설의 문체로 쓴 어른 소설이라면, 이 책은 어른 문체로 쓴 성장소설이었다. 중딩이 여자아이들의 감정싸움, 명탐정, 마녀, 요정 이런 얘기들이 주요 소재인걸 생각하면 되게 유치한 판타지인데, 내용을 풀어가는 과정도 전혀 유치하지 않고 글도 엄청 좋다. 같은 의미지만 보다 색다른 어휘를 쓴 부분도 많이 눈에 띄고. 가을이 덕분에 재미있는 성장소설 한 권 더 읽었네 ^^ 성장..
이꽃님『세계를 건너 너에게 갈게』 가을이가 학교 책따세 책으로 읽는 중인 책인데 너어~~~~무 너무 재미있다며 조잘조잘 얘기를 했다. 나도 제목이 익숙한 걸로 보아 작년 담임쌤께서 방학 동안 읽을 권장도서에 넣어주셨던 책인듯 한데~~~ 딱히 흥미가 없었는데 읽다보니 너무 잼있다며 엄마도 읽어보란다. 마침 도서관에 비치되어 있길래 얼른 빌려왔지 ^^ 주인공 두 사람이 서로 편지를 주고 받는 형식의 소설인데, 첫 번째 챕터, 그러니까 첫 번째 편지의 말투가 너무 딱 한심한 중딩이 같은 느낌이어서 되게 유치할 거 같다는 생각으로 읽기 시작했고, 두 번째 편지, 그러니까 과거 은유가 미래 은유에게 보낸 답장은 진짜 딱 초딩이가 쓴 글 같은데다 옛날 얘기들이 잘 묘사되어 있어서 조금 흥미가 생기기 시작했다. (과거 은유가 자라면서 말투 변하는 것..
매트 헤이그『미드나잇 라이브러리』 원서를 읽은 후 번역본을 읽는 시간, 굉장히 흥미로운 시간이다. 내가 맞게 이해하며 읽었다는 기쁨과 잘못 알거나 놓친 부분을 찾아내는 재미, 그리고 책을 읽는 즐거움 이번은 원서를 좀 헐렁하게 읽은 터라 빨리 번역본을 읽어보고 싶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단어 하나 안 찾아보고 쭉쭉 읽어버린 챕터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되게 이상하게 해석한 부분은 없었다. 오호호~~~ 노라는 유일하게 의지하던 고양이 볼츠가 죽고, 일터에서 잘리고, 피아노 레슨 시간을 못 맞춰 학생을 잃고, 심지어 옆집 아저씨의 약타기 심부름조차 안해도 된 자신이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이고 실패한 인생이라 여겨 죽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 어디쯤에 있는 도서관에서 미스 엘름을 만났다.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장소, 그리고 ..
Matt Haig『The Midnight Library』 벌써 여섯번째 원서읽기!! 우울증을 앓고 자살시도를 경험한 적이 있는 작가가 경험을 살려 쓴 글이라고 했다. 어휘나 문장이 막 되게 되게 어렵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읽을만 했지만, 문제는 이 책을 읽을 당시 내가 무쟈게 바빴다는거..... 차분히 앉아서 한줄한줄 해석하고, 모르는 단어를 찾고 할 여력이 없었다. 진짜 같이 읽으니까 읽는거지 그거 아니었음 두 장 읽고 때려쳤을거야! 어쨌거나 진도는 따라잡아야겠기에 열심히 읽었고, 다행히 단어 좀 모른다고 내용이 하나도 이해가 안되는 책은 아니었다. 다만 어떤 책이나 그렇듯, 작가가 주절거리는 부분......이 책에서는 철학에 대해 썰푸는 부분은 좀 이해하기 어려웠음. 그나마 그 내용들 이해 못한다고 해서 책 내용이 이해가 안되는게 아니라 걍 넘어가긴 했지만...
김미경『영어학자의 눈에 비친 두 얼굴의 한국어 존대법』 어떻게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언젠가 읽어보고 싶어서 보관함에 담아놨던.... 시대가 지날수록 한국어 존대법은 힘을 잃어간다. 힘을 잃어갈 뿐 아니라 자주 비판을 받는다. 이 책도 대략 그런 내용에 대해서 적었다. 그런데 작가는 나름대로 챕터를 나누고 다른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을 하는데 이상하게 읽는 입장에서는 다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것 처럼 느껴졌다. 하나의 전제, 하나의 결론에 대해 비슷한 예시만 여러가지로 든 것 같은? 작가님께서는 심사숙고해서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적은 글일텐데 이런 후기 좀 죄송하긴 하네. 그리고 현상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인 것에 반해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나 작가의 주장은 좀 미미한 편이다. 그래서.....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한..
문미순『우리가 겨울을 지나온 방식』 세계문학상 수상작이라는 말에 혹해서 얼른 구입했다. 최근에는 많이 못 읽었지만, 초창기 내가 읽은 세계문학상 수상작들은 대부분 기발하고 유쾌했기에 이 책도 그럴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가지고 읽기 시작했다. 비록 주제가 간병과 돌봄에 관한 것일지라도 이를 위트있게 풀어낸 책일거라 막연히 생각했다. 내 생각은 완전히 틀렸다. 소설은 전체적으로 어두웠고, 주인공 명주의 삶은 말 그대로 처참하다. 본인 스스로도 돈 벌이를 할 수 있는 몸 상태도 아니고, 치매를 앓던 엄마를 돌보느라 힘들기도 했기 때문에 이야기는 당연히 무거울 수 밖에 없었다. 더군다나 옆집 준성도 더했으면 더했지 덜하지 않은 처지..... 게다가 명주는 상상하기 힘든 폐륜을 저질렀다. 문제는, 우리가 명주의 선택을 비난하는 것이 아니라 그에 동화..
황보름『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아는 언니가 대화 중 몇 번이나 언급했던 책이라 기억하고 있다가 드디어 읽게 되었다. 아! 도대체 무얼하느라 그리도 바빠, 그 좋아하는 책읽기를 멈추었단 말이냐!! 소설 초반 영주가 서점에 관한, 책에 관한 자신의 생각들을 말하는 부분에선 순간 내가 쓴 글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내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장이 많았다. 이과생이지만 책을 좋아하던, 중고딩시절 손에서 책을 놓지 않던 내 모습이 눈에 선하더군. 서점이 자리 잡혀가고 동네 사람들이 발걸음하고 싶은 곳으로 발돋움해 가는 과정을 지켜볼 때면 나는 뭐가 무서워서 맨날 말로만 카페를 차리고 싶다고 하고 실천하지 않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유는 늘 변명이지. 영주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영주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이고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