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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3년

황보름『어서 오세요, 휴남동 서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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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는 언니가 대화 중 몇 번이나 언급했던 책이라 기억하고 있다가

드디어 읽게 되었다.

아! 도대체 무얼하느라 그리도 바빠, 그 좋아하는 책읽기를 멈추었단 말이냐!!

 

소설 초반 영주가 서점에 관한, 책에 관한 자신의 생각들을 말하는 부분에선

순간 내가 쓴 글이 아닐까 착각할 정도로 내 마음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문장이 많았다.

이과생이지만 책을 좋아하던, 중고딩시절 손에서 책을 놓지 않던 내 모습이 눈에 선하더군.

 

서점이 자리 잡혀가고 동네 사람들이 발걸음하고 싶은 곳으로 발돋움해 가는 과정을 지켜볼 때면

나는 뭐가 무서워서 맨날 말로만 카페를 차리고 싶다고 하고 실천하지 않는가에 대해 생각해 보게 되었다.

이유는 늘 변명이지. 영주와 내가 다른 점이 있다면

영주는 그럴 수 밖에 없는 극한의 상황이고 나는 그렇지 않아서?

어쨌거나 오래전부터 북카페를 동경해 오던 사람으로서 영주의 그 공간이 너무 부러웠다.

 

숨차게 달려가다가 그 달리기를 멈춘 사람들의 이야기인 것도 같았다.

언젠가부터 달려만 가는 것은 미련한 짓이라고, 천천히 걸어도 되고 정 안되면 그냥 서 있어도 된다고,

마음을 위로하는 글들이 넘쳐난다.

이점에 대해서는....나는 좀 걱정이 된다.

좋아, 다 좋은데.

그런 생각이 일상이 되어버리니 아무것도 하지 않는게 괜찮다는 생각에

노력하지 않는 사람들도 점점 많아진다는게 나는 좀 걱정이다.

뭐.....어쩌면 나랑은 상관없는 사람들이니 내가 걱정할 바가 아닐수도 있지만.

 

아무튼 편안하고 마음 따뜻해지는 책이다.

 


 

1

중학교 졸업 전까지 영주는 틈만 나면 책을 읽었다.

바쁜 부모님은 집 안 어딘가에 파묻혀 책만 읽는 영주를 그냥 내버려뒀다.

집에 있는 소설을 몽땅 다 읽은 후부터는 도서관에 다녔다.

 

2

손님 없는 서점에서 책을 읽던 영주는 10대 시절을 떠올리며 미소를 지었다.

이젠 책 읽는 것도 쉽지 않은 나이라고 생각하며 뻑뻑해진 눈을 손바닥으로 살짝 눌러줬다.

눈을 몇 번 깜빡거리고 나서는 다시 책을 읽기 시작했다.

 

3

읽은 책엔 그녀만의 감상을 적은 쪽지를 꽂았다.

 

4

"전 J.D. 샐린저의 호밀밭의 파수꾼이 정말 재미있더라고요. 혹시 이 책 읽으셨나요?"

.....

.........

"....사실 그렇게 재미있는 책은 아니에요. 아...여기서 말하는 재미는 일반적인 의미에서의 재미예요.......이 책에는 뚜렷한 사건, 사고가 없어요. 그냥 한 아이의 생각을 따라가는데, 그것도 며칠뿐이에요. 그런데 저는 이 책이....재미있더라고요."

.......

"그런데, 그 책이 저한테도 재미있을까요?"

 

5

엄마의 울먹거리는 목소리를 듣자 민준은 미안해졌다.

그래서 자기는 공부에만 전념하지 못했던 게 후회되는 게 아니라 현명하지 못했던 것이,

이렇게만 하면 무조건 잘될 거라고 광신하느라 이 방법이 맞나 고려해볼 만큼 현명할 수 없었던 것이,

하나의 길만 믿고 달려오느라 다른 길도 있음을 헤아려볼 만큼 현명할 수 없었던 것이 후회된다고 말하려다가 그만뒀다.

 

6

"전통과 역사가 있는 영화 잡지의 영화평론가라고 해서 영화를 나보다 잘 보느냐,

나보다 글을 잘 쯔느냐 그건 장담할 수 없어.

그냥 사람들이 그 잡지 영화평론가니까 글을 잘 쓰겠거니 믿어버리는 거지.

거기다가 주위 사람 몇 명이 '이 영화평론가가 글을 잘 쓴다더라' 하고 말하면

그 사람은 글을 잘 쓰는 사람이 되어버리는 거야.

소문이 먼저 있고 글이 나중에 있는 경우가 얼마나 ㅁ낳은지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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