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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3년

매트 헤이그『미드나잇 라이브러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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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서를 읽은 후 번역본을 읽는 시간, 굉장히 흥미로운 시간이다.

내가 맞게 이해하며 읽었다는 기쁨과

잘못 알거나 놓친 부분을 찾아내는 재미,

그리고 책을 읽는 즐거움

이번은 원서를 좀 헐렁하게 읽은 터라 빨리 번역본을 읽어보고 싶기도 했다.

신기하게도, 단어 하나 안 찾아보고 쭉쭉 읽어버린 챕터도 많은데도 불구하고

되게 이상하게 해석한 부분은 없었다. 오호호~~~

 

노라는 유일하게 의지하던 고양이 볼츠가 죽고, 일터에서 잘리고,

피아노 레슨 시간을 못 맞춰 학생을 잃고,

심지어 옆집 아저씨의 약타기 심부름조차 안해도 된 자신이

아무 쓸모가 없는 사람이고 실패한 인생이라 여겨 죽기로 결심했다.

그러나 그녀는 삶과 죽음의 경계 어디쯤에 있는 도서관에서 미스 엘름을 만났다.

자신의 인생에 중요한 장소, 그리고 깊은 인상을 남긴 사람

미스 엘름은 노라가 후회하는 것들이 담긴 책을 보여주며

다른 선택으로 인해 살아보지 못했던 삶을 살아볼 수 있다고 했다.

노라는 처음엔 그저 죽고 싶다고 했지만 결국 여러가지 삶을 경험해보게 된다.

처음부터 예상했던 결말대로 소설이 끝났지만 전혀 실망스럽지가 않았다.

그 과정이 굉장히 흥미로웠으므로.

 

보통의 시간 여행을 하는 영화나 소설이랑은 기본 구성이 조금 달랐다.

어느 시점으로 돌아가 다른 선택을 했을 때 본인의 인생 자체가 바뀌는 것이 아니라,

모든 다른 삶이 동시에 존재한다는 양자 물리학적인 사고.

잘 납득이 안 가는 부분이기는 했지만 그 덕에 소설은 더 재미있었던 것 같다.

 


 

1

<후회의 책>을 계속 멍하니 바라보며 노라는 부모님이 서로를 사랑한 적이 있는지,

아니면 그저 결혼 적령기가 되자 가장 가까이에 있던 사람하고 결혼한 것인지 의문이 들었다.

음악이 멈출 때 가장 옆에 있는 사람을 붙잡는 게임처럼.

(결혼이란 원래 그런거 아닌가? ^^)

 

2

이 세상에는 댄처럼 실제로 이루고 나면 싫어하게 될 꿈을 꾸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또한 행복이라고 착각하는 자신의 망상 속으로 타인을 밀어넣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3

예전에 밤이 되면 죽고 싶다는 생각이 들 때면

노라는 그 이유가 고독해서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사실은 진정한 고독을 느끼지 못해서였다.

분주한 도시에서는 외로운 마음이 어떻게든 다른 사람과 연결되기를 갈망한다.

마음은 인간과 인간의 연결이 제일 중요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순수한 자연 안에서는 고독이 다른 성격을 띤다.

고독 안에서 자체적으로 연결이 이뤄진다.

그녀와 세상이 연결되고, 그녀와 그녀 자신이 연결된다.

 

4

애쉬는 SNS를 하는 사람이 많을수록 사회가 외로워진다고 믿었다.

"그래서 요즘에는 다들 서로 미워하는 것 같더군요." 애쉬가 말했다.

"어설프게 알기만 하는 친구들로 과부하 상태라서요.

'던바의 수'라고 들어본 적 있습니까?"

옥스퍼드 대학의 로빈 던바가 알아낸 법칙인데 인간은 150명의 사람만

알고 지내도록 만들어졌다는 이론이라고 애쉬가 설명했다.

원시시대에 수렵인들이 평균 그 정도로 모여서 살았기 때문이다.

 

5

'저임금 서비스직 종사자를 함부로 대하는 사람을 절대 믿지 마라.'

이는 인생 법칙이고, 이 법칙에 따르면 댄은 탈락이었다.

 

6

더 나은 삶을 상상할 수 없을 때만 영원히 그 삶을 살게 된다.

하지만 역설적이게도 더 많은 삶을 살아볼수록 더 나은 삶이 있을거라는 생각을 버리기 힘들다.

새로운 삶을 맛볼 때마다 상상력의 한계가 조금씩 넓어지기 때문이다.

 

7

노라는 자신이 삶을 끝내려고 했던 이유가 불행해서가 아니었음을 깨달았다.

불행에서 벗어날 수 없다고 믿었기 때문이었다.

 

8

'중요한 건 무엇을 보느냐가 아니라 어떻게 보느냐'지.

It's not what you look at that matters, it's what you see.

 


 

번역에 의문이 생기는 부분들도 좀 있었다.

 

1

She remembered asking Ravi about her brother before the encore.

'He's still around. He was here tonight,'

노라는 앙코르 무대를 하기 전에 라비에게 오빠에 대해 물어봤던 일이 기억났다.

무대에서 오빠를 언급했을 때 관객이 보인 반응도 기억했다.

"오빠는 우리와 함께 있어요. 오늘 밤에 여기 있다고요."

▶ 밑줄친 문장은 원작에 있지도 않고, 무대공연 장면에서 오빠하지도 않았다.

굳이 넣지 않아도 될 문장인것 같은데 번역자는 이 문장을 왜 넣었을까?

 

2

In some lives she smashed through the glass ceiling and in some she just polished it.

어떤 삶에서는 유리 천장을 완전히 박살 냈고, 어떤 삶에서는 거기에 순순히 굴복했다.

▶ 작가의 위트가 느껴져 재미있게 읽은 부분인데, 왜 굳이 '순순히 굴복했다' 라고 번역했을까.

그냥 직역을 했어도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3

'I want,' she said, 'a gentle life. The life where I worked with animals.

Where I chose the animal shelter job - where I did my work experience at school - over the one at String Theory.

Yes. Give me that one, please.'

"편안한 삶을 살아보고 싶어요. 동물들과 함께 하는 삶, 동물 보호소에서 일하는 삶이요.

스트링 시어리가 아니라 학교에서 경력을 쌓는 삶요. 네, 그런 삶을 주세요."

▶ 아무리 읽어봐도 '학교에서 경력을 쌓는 삶' 보다는

'학교에서 직업체험을 했던 동물보호소' 으로 번역하는 것이 더 자연스러워 보이는데.....

 

♧ 원작(영문판) 후기 ♧

 

Matt Haig『The Midnight Library』

벌써 여섯번째 원서읽기!! 우울증을 앓고 자살시도를 경험한 적이 있는 작가가 경험을 살려 쓴 글이라고 했다. 어휘나 문장이 막 되게 되게 어렵지는 않아서 그럭저럭 읽을만 했지만, 문제는 이

sopia888.tistor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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