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책읽기/밑줄긋기

(164)
한창훈『네가 이 별을 떠날 때』 1 자주 못 보더라도 거기 어딘가에 있는 것과 어디에 있는지 알 수 없는 것의 차이는 엄청났다. 2 버릇은 운명을 만들 정도로 강력한 힘을 갖고 있다. 3 사랑이라는 단어 하나로 싸잡아 정의 내려버리면 무언가 무기력해진다.우리는 늘 이런 것이 헷갈린다.같이 있으면 싸우거나 진부한데 떨어지면 그리운 대상.그 괴리를 어떻게 설명해야 할까.그것을 사랑이라고 불러도 될까.사랑이 아닐 리는 없는 것 같은데 그리우니 사랑이다, 말해버리면 무언가 부족한 것 같은 기분은 왜 드는 걸까. 4 바보 같지만, 생각이란 이렇듯 터무니없이 번지는 특성을 갖고 있다.그리고 이런 말도 안 되는 상상의 특징은 또한 곧바로 잊혀진다는 데에 있다.
양귀자 『모순』- 사랑에 관한 세 가지 메모 사랑이란,집에서나 회사에서나 거리에서나, 비어 있는 모든 전화기 앞에서 절대 자유롭지 못한 것이다. 전화의 구속은 점령군의 그것보다 훨씬 집요하다. 사랑에 빠져 있는 사람들에게 전화란 단 두 가지 종류로 간단히 나눌 수 있다.그 혹은 그녀에게서 걸려오는 전화와 그 밖의 모든 전화. 이렇게도 나눌 수 있다.전화벨이 울리면 그 혹은 그녀일 것 같고, 오래도록 전화벨이 울리지 않으면 고장을 의심하게 만드는 것, 그것이 사랑이다. 사랑이란,버스에서나 거리에서 또는 라디오에서 흘러 나오는 모든 유행가의 가사에 시도 때도 없이 매료당하는 것이다.특히 슬픈 유행가는 어김없이 사랑하는 마음에 감동의 무늬를 만든다.사랑하는 사람들은 의식적으로든 혹은 무의식적으로든 이별을, 그것도 아주 슬픈 이별을 동경한다.슬픈 사랑의 ..
헤르만 헤세『데미안』 1 나는 그 당시 이른바 '우연' 에 의해서 독특한 도피처를 발견했다.그러나 우연 따윈 애당초 존재하지 않는 것이다.만일 무엇인가를 필요로 하는 사람이 자기에게 필요한 무엇인가를 발견한다면그것은 우연히 그것을 그에게 주는 것이 아니라 자기 자신이, 자기 자신의 소망과 필연이 그곳으로 자기를 인도한 것이기 때문이다.
이도우『날씨가 좋으면 찾아가겠어요』 1 그가 왜 한 뼘쯤 밝은 표정이 되는지, 눈빛에 설렘이 떠오르는지, 해원은 궁금하게 여겼다.책방은 따뜻했고 유리문 너머 밤이 내린 겨울 들판이 격자 안에 풍경 사진처럼 들어찼다.어둠에 잠긴 것들은 어둡고, 반짝이는 것들은 또 반짝여셔 저마다 평화로웠다. 2 혼자일 때 더 잘 보이는 것들이 있고, 외로움에서 배우는 일은 생각보다 나쁘지 않다.기대하는 바가 적을수록 생활은 평온히 흘러가니까.진정으로 원하는 게 생기는 건 괴롭다. 3 눈동자 뒤에 그녀가 살기 시작했다눈을 감아도 소용이 없다. 계속 보이니까.사라지지 않는 잔상의 괴로움. 4 잘 자요, 내 침대에서 잠든 사람.인생은 그리 길지 않고 미리 애쓰지 않아도 어차피 우리는 떠나.그러니 그때까지는 부디 행복하기를. 눈이 와. 너는 자는데.나 혼자 깨어서..
정지우『행복의 물음표』 1 아마 오늘 이후로 선경인 다신 그 사람 얘기를 하지 않을 거야.그렇지만 오랫동안 아파하겠지.입으로 이제 다시 생각하지 않을 거야 한다고 생각나지 않는 게 사랑은 아니잖아. 2 우리 할머니가 그러셨어. 어린 정이 들면 갈라놓기가 힘들다고.커서 만난 사람들은 헤어져도 잊고 살지만 어린 정이 들어 버리면 살지 못한다고. 3 누구나 가보지 않은 길에 대해선 아쉬움을 가지고 있다는 것.가보지 않았기 때문에 영원히 아쉬워하면서 살아갈 수밖에 없다는 것.사람들은 자기가 가지고 있는 것보다는 가지지 못한 것에 대해서 더 안타까와하지.자기가 가진 것이 그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말야.
정지우『눈물 같은 느낌표』 1 내가 왜 이 얘길 하느냐 하면 대부분의 어른들은 아이들 말에 귀를 기울이지 않는다는 얘길 하려고 그런거야.어른들은 자기 말에 동조하지 않으면 아이들이 자기 말을 못 알아듣는다고 몰아 세워.조금만 찔리면 점수 얘기나 하고.난 그때 선생님이 조금만 진지하게 전쟁은 어른들의 힘자랑이 아니라고 설명해 주시길 기대했어.선생님이 차근차근 얘길해 주셨으면 난 어쩌면 내가 잘못 생각하고 있었구나 했을지도 몰라. 2 오랜 세월이 흐른 어느 날 우리는 이 순간을 얼마나 그리워할 것인가.둘 다 어른이 되어 서로를 잊고 살아가는 그날에 무심히 라일락 향기를 맡게 되면 우린 그날도 눈물을 흘릴 것인가.라일락 향기 속에서 마주앉아 친구를 가슴에 새긴 그 날을 우린 어떤 느낌으로 그리워할 것인가. 3 사람이 사람을 좋아한다는 ..
얀 마텔『포르투갈의 높은 산』 1 슬픔이 밀려와 그 질문에 답할 수가 없다. 운전대가 마침내, 완전히 그를 패배시켰다.토마스는 흐느끼기 시작한다. 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속이 지긋지긋하게 메스꺼워서다.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영혼이 고통스럽고 기계를 운전하는 데 진절머리 나서다.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그의 시련이 절반만 끝나서다. 이제 리스본까지 그 먼 길을 운전해야 할 테니까.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씻지 않고 면도를 하지 않아서다.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며칠 낮을 계속 낯선 땅에서, 며칠 밤을 계속 춥고 비좁은 자동차 안에서 지냈기 때문이다.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직장을 잃어서다. 이제 무슨 일을 할까, 어떻게 먹고 사나?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이제 발견한 게 달갑지 않은 십자고상을 발견해서다.그가 흐느끼는 이유는 아버지가 보고 싶어서다.그가 흐..
러브스토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