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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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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홀로서며 [서정윤] 1 마른 들풀 서걱이는 바람 소리만 홀로 허허로운 추억의 강가에 서서 잠시 쉬어 가는 철새 떼들의 모래 속에 묻어야 할 기억들 이젠 떠나야 하리, 홀로 서기 위해 쓰러져도 다시 서 있는 미류나무. 사랑의 상처는 사랑으로 치유 할 수 없다는 걸, 모든 것은 마음에서 시작되고 마음 속으로 끝난다는 걸 이제는 깨달아야 한다. 2 가야 한다면 가고 아직 고통스럽다면 오래 방황해야 한다. 그저 바람 지나는 들풀처럼 온 몸으로 맞으며 흔들리고 흔들리면서도, 그 들판의 사람을 사랑하는 그런 삶을 살아야지. 사랑한다는 말로 확인할 수 있는 건 없다 3 이젠 떠나자. 전생의 끈으로 이루어오던 사랑도 다 나무 밑을 지나는 바람인 것을 가슴속에 살아있는 어느 유목민의 사랑 흔적조차 별빛 아래에서 빛나는 먼 전설이다. 그냥 ..
홀로서기Ⅲ [서정윤] 1 보고 싶은 마음을 오래 참으면 별이 된다고 작은 창으로 바라보는 하늘이 유난히 맑다. 늘상 시행착오 속에 살면서 나를 있게해 준 신이 나에게 원하는 게 무엇인가를 알기 위해 숱한 밤을 밝혀도 아직도 나는 나의 얼굴을 모르고 있다. 2 훌쩍 떠나버리고 싶은 역에서 그냥 그렇게 자신을 속이고 있다. 아직은 그럴 때가 아니라지만 발길을 막고 서 있는 건 내 속에 나 혼자 있는 게 아니기 때문인가 새로운 자리를 찾아나서는 풀씨들만큼 충실한 씨앗이 되지 못했다. 그리움이 익으면 별이 된다고 내 속에서 빛나는 건 미처 못 지운 절망의 아픔들 아직도 눈을 뜨고 있다. 3 노래가 질펀한 거리를 그대는 걷고있다. 시간은 내 속에 정지해 있고 어쩌면 눈물만이 아프다. 혼자 불끄고 누울 수 있는 용기가 언제쯤이면 생겨날..
홀로서기Ⅱ [서정윤] 1 추억을 인정하자 애써 지우려던 내 발자국의 무너진 부분을 이제는 지켜보며 노을을 맞자. 바람이 흔들린다고 모두가 흔들리도록 버려 둘 수 없다는 걸 깨닫기까지 얼마나 많은 것을 또 잊어야 했나? 아름다움을 잃어버리는 순간은 육신의 어떤 일도 중요하지 않다. 내 가슴에 쓰러지는 노을의 마지막에 놀라며 남은 자도 결국은 떠나야 한다. 2 아무도 객관적인 생각으로 남의 삶을 판단해선 안 된다 그 상황에 젖어보지 않고서 그의 고민과 번뇌를 이해할 수 있을까 그가 가졌던 그 숱한 고통의 시간을 느껴보지 않고서, 그 누구도 비난해선 안 된다 너무 자기 합리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지만 그래도 가슴 아득한 곳에서 울려나오는 절망은 어쩔 수 없고 네 개의 가시로 자신은 완전한 방비를 했다면 그것은 가장 완전한 방비인 ..
홀로서기Ⅰ [서정윤] 1 기다림은 만남을 목적으로 하지 않아도 좋다. 가슴이 아프면 아픈채로, 바람이 불면 고개를 높이 쳐들면서, 날리는 아득한 미소. 어디엔가 있을 나의 한 쪽을 위해 헤메이던 숱한 방황의 날들. 태어나면서 이미 누군가가 정해졌었다면, 이제는 그를 만나고 싶다. 2 홀로 선다는 건 가슴을 치며 우는 것보다 더 어렵지만 자신을 옭아맨 동아줄, 그 아득한 끝에서 대롱이며 그래도 멀리, 멀리 하늘을 우러르는 이 작은 가슴. 누군가를 열심히 갈구해도 아무도 나의 가슴을 채워줄 수 없고 결국은 홀로 살아간다는 걸 한겨울의 눈발처럼 만났을 때 나는 또다시 쓰러져 있었다. 3 지우고 싶다 이 표정 없는 얼굴을 버리고 싶다 아무도 나의 아픔을 돌아보지 않고 오히려 수렁 속으로 깊은 수렁 속으로 밀어 넣고 있는데 내 손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