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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김금희 『경애의 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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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경애는 그런 마음에 대해서 꽤 잘 알았다.

그러니까 현실의 효용 가치로 본다면 애저녁에 버렸어야 했을 물건들을 

단지 마음의 부피를 채우기 위해서 가지고 있는 마음을 말이다.

 

 

2

 

그러면서도 모든 것이 끝났다고는 할 수 없다고 생각했다.

마음이 끝나지 않았다면 아무것도 끝나지 않은 것이 아닌가.

대체 끝아리는 것을 사람들이 어떻게 실감하고 확신하는지 알 수 없었다.

끝이 만져진다면 모를까.

느끼는 것이고 상상하고 인식하는 것인데 지금 내가 그렇지 않은데 어떻게 끝을 말해.

끝을 말하려면 지금 발밑에서 너풀거리며 나뒹구는 아이스크림 포장이나,

택시의 노란 헤드라이트 불빛같이 눈앞에 지나가는 어떤 것도

아픔을 환기하지 않는다고 말할 수 있어야 했다.

어떤 풍경도 산주를 떠올리게 하지 않고 지시하지 않는다고.

...

.....

경애는 언제든 아, 이런 것이 끝이구나, 정말 끝이다, 끝, 할 수 있는 순간이 오기를 기다렸다.

하지만 로맨스가 종료됐다는 것은 느껴도 마음이 멈춰지지는 않았다.

 

 

3

 

그때 문자메시지 알림이 울렸다.

산주였다.

오늘은 뭐 하니, 하는 문자를 들여다보다가 아무것도 안해,라고 답했다.

거짓말은 아니었다.

그러자 날이 이렇게 좋은데 왜 아무것도 안하니,라고 다시 문자메시지가 왔다.

경애는 그냥,이라고 문자를 쓰면서 혹시 만나자는 말이 나오지 않을까 기다렸다.

그 육칠초간은 너무 길었고 오늘의 어느 순간보다도 경애를 마음 졸이게 했는데,

그래 좋은 하루 보내, 하는 답장이 도착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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