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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16년

박민우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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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까운 지인이 요 책을 들고 있는 것을 보고 냉큼 빌렸다.

일단 인도에 사는 동안엔 되도록 인도에 관한 책을 많이 읽자는 생각이 있었고, 심지어 잼있는 여행기라니~~~

남미와 아시아를 여행하며 쓴 여행기로 유명해졌고, 현재는 방콕에 살고 있는......

그리고 인도와 파키스탄을 여행하고 이 책을 쓴 박민우라는 작가란다.

내 친구 형이랑 이름이 같다는거 외엔....전혀 생소한 이름이었다. 내가 여행기를 많이 안읽었나....여행프로그램을 덜 봤나...둘중 하나겠지.

 

책이 상당히 두꺼운 편인데.......며칠만에 다 읽은거 보면 재미는 있었나보다. 가독성도 뛰어나고....

그치만...초반 일부를 제외하고는.....내내 그런 생각이 들었다.

대체 이 작가는 이 여행기를 왜 썼을까.......

정보를 얻기엔 여행에 관한 정보가 부족했고, 여행을 한 작가의 마음을 엿보고 공감하기엔 글이 너무 난해했다.

어려워서 난해하다는 것이 아니라, 명료하지 않은 문장....그러니까 뭔가 돌려 말하고 멋지게 말하기 위해서 끊어쓴 문장들을 쭉 읽고 나면

그래서.....좋았다는 거야 나빴다는 거야........라는 생각을 계속 하게 된다.

누구나 쓸 수 있는 쉬운 언어로는 쓰고 싶지 않았을 작가님의 마음을 이해 못하는 바는 아니지만

멋진 어휘를 선택하는 대신 못알아 들을 문장을 쓴 것이 솔직히 좀 아쉬웠다.

이런 생각 나만 하는 거라면 내 언어 수준이 딸리는걸로 하고~~~

 

처음엔 인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공감가는 부분이 많아 재미이 있었던 것 같다.

하지만 읽다보니.....이정도는 아닌데....또는 이런 경험만 해놓고 이런거만 쓰는거 아닌가.....하는 생각도 들었다.

나도 처음 인도에 왔을때 작가가 느끼는 감정들 경험들 모두 가졌었지만, 살다보니 좋은 일도 많고 좋은 사람들도 많다.

(물론 여전히 치를 떠는 부분도 있는건 사실이다.)

하지만 작가는 단지 우리가 잘 모르고 막연히 어려운 여행지라 여기는 파키스탄에 대해 극찬을 늘어놓고자

두달동안 고생고생 하며 여행한 인도를 까기에 혈안이 된 듯 했다.

나야 물론 가장 저렴한 숙소에서 묵고 가장 저렴한 길거리 음식을 먹고 하는 식의 여행은 해보지 않았지만

여행하면서 만난 시골의 사람들의 순박하고 호기심 어린 눈은 죄다 사기꾼으로 치부해 버리기엔 넘 억울한 모습들이었다.

약간의 바가지 정도야 너그럽게 받아주는 첸나이 리치 마담들이어서 그랬을까? 그건 아니었을텐데.....

우리도 돈계산 철저히 하고 따질거 따져가며 돈쓰고 다녔는데 말이지.......알고보면 계속 바가지 쓰고 다녔었던건가.....모를일이다.

 

처음 여행지도를 보면서 내가 가봤던 함피, 고아가 포함되어 있어서 반가웠었다.

나와 같은 곳을 여행한 여행고수에게 그곳들은 어떻게 느껴졌었을까.......

고아에 대한 언급은 거의 한페이지로 끝났고, 함피에 대해선 나름 몇장 적으셨더만......가장 모호한 지점이기도 했다.

그래서.....대체 좋았다는 거야 나빴다는거야.........

편견없이 함피에 간 여행자라면 여기가 최고야 정도는 아니어도 그 풍경에 입이 떡 벌어질 정도는 되는데.......

그런 말도 안되는 풍경조차 우스울 정도로 훈자가 좋았다는 건가......

 

암튼 나름 기대를 하고 읽기 시작했는데 다 읽고 난 지금.....12시가 넘은 시각인데 벌떡 일어나서 후기를 쓰고 있다.

왠지 이 감정 까먹기 전에 글로 남겨야 할것 같아서......

남인도가 북인도에 비해 크게 매력적인 여행지가 아닌 것은 인정하지만.....

별루야 싫어 별루야 싫어를 반복하다가 파키스탄에 가서는 대박이야, 너네 여기 못와봤지?

내 글 보면 오고 싶을걸?......하고는 그 이후 지나는 북인도에 대해서는 한페이지씩 이나마 좋아 괜찮아 가볼만해......를 반복하는걸 보고

남인도에 사는 사람으로서 왠지 부아가 치밀어서 이러고 있다.

내가 남인도를 미친듯이 사랑하는 것도 아니면서 왠지 변호해 주고 싶다.

남인도에도 괜찮은 여행지 많고, 여행자에겐 알려지지 않은, 현지인들 또는 우리같은 장기체류자들만 가는 멋진 곳들도 정말 많고

드라비다인이 대다수인 타밀나두 사람들은 정서가 좀 남다르긴 해도 전체적으로 보면 살만한 곳이라고.....

감히 말해주고 싶다.

 

작가님은 인도여행 다시하고 여행기 다시 쓰시길........

그리고 나는 그 훈자......꼭 가보겠다. 얼마나 감동적이길래 그러시는지.....내눈으로 봐야지~기억해 두겠다 훈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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