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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2년

이정명『부서진 여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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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 이미지를 다운 받기 위해서 인터넷 서점에 들어갔다가 사람들의 리뷰를 읽었다.

내가 책 살 때 많이 참고하는, 알라딘 한줄서평

아마도 대부분 이정명 작가의 팬인듯 하였고, 그래서 전작과는 다른 분위기 때문에

고개를 갸우뚱 한 분들이 많은 듯 싶었다. 나도 읽으면서 그런 느낌을 좀 받긴 했지만, 그래도

이정명은 역시 이정명이다.....라는 생각을 했었는데, 서평을 보면서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되었다.

그분들이 별을 하나씩 뺀 이유는 아마도 기존 이정명 작가의 소설들이 워낙 대작인데다

시대적 배경이 현대가 아니라서 느꼈던 아득함 때문에 그것들이 더 멋지게 느껴졌었기 때문이 아닐까 싶었다.

그 소설들에 비한다면 이 소설은 어쩌면 이정명다움이 조금은 부족한, 말하자면 꼭 이정명이 아니어도 쓸 수 있는

그런 소재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나로 말할 것 같으면, 일단 내가 한번 마음을 준 작가에게는 이미 별 네개반을 준 상태에서 책을 사기 때문에,

그런 비판적인 마음보다는.......이 소설의 끝장 가독성에 더 점수를 줬던 것 같다.

(난 아무리 그래도 너댓시간 걸렸는데.....사람들은 어떻게 저 책을 두시간만에 읽었지?)

어쨌거나 이 소설을 통해 작가가 말하고 싶은 것은 분명하고, 가독성도 뛰어나고,

반전인 듯 아닌듯 한 결말까지 있으니 나는 그걸로 만족한다.

안나 까레니나 때문에 몇달 까먹고, 19호실로 가다 때문에 또 몇달 까먹고,

파친코 영문판에 코박고 있느라 많은 시간 할애하고.....

그러느라 재미있는 소설을 쭉쭉 읽어나가는 희열을 한~~~동안 못 느끼고 살았었는데,

이 소설 덕분에 어젯밤부터 오늘 아침까지 행복했네 ^^

 


 

여기부터 대박 스포......안 읽으신 분들 탈출하시길~

 

이렇게 현재와 과거가 뒤섞여 있는 소설들은 다 읽고 나서 내가 이해한게 맞는지 시간 순서대로 되짚어 보게 된다.

간략히 좀 적어보자면,

하워드 주택으로 새로 이사 온 장희재, 김선우, 지수, 해리 가족

바로 아래 맬컴 주택에 살고 있는 관리인 이진만, 미란, 수인, 한조 가족

고용인과 관리인이라는 상하관계는 분명 존재하지만 두 집안은 아주 가깝게 지내게 된다.

진만과 두 아들은 하워드 주택 수리를 맡고, 미란은 가정부로 일하고......

 

걍 소설의 서사와 상관없이 결론만 얘기하자면,

한조는 지수를 좋아하고, 지수는 수인을 좋아하고, 수인은 선우를 좋아한다.

지수는 수인에게 다가가기 위해 한조와 친하게 지내고, 한조는 지수를 그리는 걸 좋아한다.

희재의 건의로 셋은 하워드 주택 응접실에서 같이 공부를 하다가, 한조가 화실로 쓰는 별채로 옮기게 되고,

수인과 둘이 있고 싶은 지수는 한조에게 그림 모델이 되어 준다는 조건으로 어른들께는 비밀로 해달라 하고,

수인과 단둘이 별장에 가서 공부를 하기로 한다. 아마 이때 둘이 모시기모시기를 한 듯 싶고.

어느날 한조는 지수한테 고백을 하고, 지수는 수인을 좋아하기에 안 받아주는데,

수인의 일기장을 훔쳐보고 대략 좋아하는 사람이 있음을 눈치챈 한조가 그걸 말해버린다.

아마 지금 별장에서 만나고 있을거라는 얘기까지.

지수는 울면서 별채에서 뛰어나가고, 한조는 뒤따라가고......

어린 해리는 언니를 기다리다 그 장면을 목격하고, 진만과 잠시 얘기를 나눈다.

(그래서 해리는 진만이 범인이 아니란 걸 처음부터 알고 있었다.)

수인은 자신이 선우를 좋아하고 있음을 소설의 힘을 빌어 고백하고, 선우는 앞날이 창창한 선우를 설득하고자

별장에서 만나 얘기를 나누는데 그 모습을 지수가 봐버린다.

엄마랑 수인이 무슨 사이인걸로 오해를 한게지~

그날 선우가 늦게 귀가해서 보니 지수가 돌아오지 않았고, 기다리다 멜컴주택 남자들의 도움을 얻어

지수를 찾아나서지만 결국 못찾고 다음날 실종신고를 한다.

며칠 후 지수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고, 그녀는 익사한 것으로 추정되었다. 부검결과 체내에 약간의 정액이......

(정확한 감식은 못했지만 혈액형이 나왔는데 진만과 일치했다. 아마도 아들들과도 일치했겠지~)

수인은 한조에게 그날 둘이서 별채에서 공부를 한걸로 하자고 입을 맞췄고,

(지수와 같이 있었다는게 밝혀지면 한조가 위험하고, 자신은 선우와 있었단 얘기를 못하니까 서로 윈윈~)

경찰은 전과가 있는 진만을 눈여겨 보다 그의 암실에서 지수의 사진을 발견한 후 범인으로 지목,

진만은 자신의 죄를 순순히 인정하고 무기징역에 처해진다.

(저녁내내 집에 있었는데 혼자였기 때문에 알리바이 증명이 안됬음.

이때 해리가 자기가 아저씨랑 있었다고 말해줬음 좋았을텐데, 그땐 너무 어려서~

아얘 사건조사에서 제외되었던 듯)

소설에 자세히 설명되진 않았지만, 진만과 미란은 아들들 중 한명이 범인인걸로 생각하고

그들을 보호하기 위해 진만이 뒤집어 쓰기로 합의를 본 듯...이후 미란은 폐인이 된다.

한참이 지나 한조는 하워드 주택에 다시 살게 되고, 그때 희재와 선우가 지수가 죽은지 1년만에

교통사고로 죽었다는 걸 알게 된다. 확실치는 않지만, 의도한 것으로 추정되는.......

해리는 외삼촌에게 입양되어 이름을 김수진으로 바꾸고 자해하고, 방황을 하다 고등 중퇴를 한다.

그녀는 지수 사건을 조사했던 경찰과 증인들을 찾아다니고 그때 사건들을 복기해본 후

범인이 한조라고 결론짓고, 한조에게 복수를 하고자 의도적으로 다가간다.

(언니 물건에서 한조가 그린 누드화보집을 봤기 땜에 더 확신한 듯.....

하지만 그건 한조가 상상해서 그린 것~)

한조의 소중한 것을 빼앗고 싶었지만, 한조는 가진게 없었으므로

그를 성공한 화가가 될 수 있도록 조력함과 동시에 실제로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다 빼앗기는 상실감을 맛보게 하려고 최고의 자리에 올려놓았다능~~~

평화로운 결혼 생활을 이어가던 중 어느날 갑자기 해리는 자신이 쓴 소설을 출간하고,

거기엔 고딩과 사랑에 빠지는 유부남 화가의 이야기가 적혀 있었다.

(한조는 몰랐으나, 수진을 처음 만났을때 그녀는 자퇴한 고딩이였음.

것도 모르고 반강제로 수진을 탐하게 되고, 그래서 해리는 지수한테도 한조가 그랬을거라 여김)

한조로 특정하진 않았지만, 그로 추정할만한 많은 이야기가 포함되어 있었고,

한조는 그 소설로 인해 그동안 쌓은 명성이 바닥으로 떨어질걸 알게 된다.

도대체 해리가 자신에게 왜 그러는지 찾던 중 한조는 수인과의 대화,

당시 형사였던 이의 설명을 토대로 결국 지수는 자살했다는 사실을 알게 된다.

당시의 정황 때문에 찜찜함이 있었지만 그냥 진만의 자백에만 의존해 사건을 종결시켜 버린 것.

그점에 있어서는 해리가 오해했던 부분이지만,

한조는 결국 지수를 자살로 내몬건 자신이기 때문에 자기도 하워드 주택과 함께 사라지기로 한다.

 

 

그들에겐 서로만이 중요했고 현재만이 뚜렷했다. 마치 그림 책에서 오려낸 주인공들처럼 배경과 주변 인물은 삭제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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