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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0년

김영하『빛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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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제 어떠한 경로로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는 기억나지 않는다.

도서관 찜목록에 한참 전부터 담겨져 있었고, 이번에 드디어 빌려 읽게 되었다.

읽는 동안 조금 후회를 했다.

다른 사람도 아니고.....내가 믿고 보는 김영하 작가인데~ 대여하지 말고 그냥 살걸~

그만큼 소설의 시작은 내 마음에 쏙 들었다.

 

우선 목차......난 영화든 소설이든 하루나 이틀 정도에 일어난 일을 두시간 짜리 영화나 장편소설로 엮는 작가들,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내가 나의 하루를 돌이켜보면 단 세 줄로도 요약이 가능하니까.

물론 그들이 창조해 내는건 어제와는 다른, 조금은 특별한 하루에 대한 내용이겠지만 그래도 어쨌거나.

주인공이 겪은 일, 그의 생각....그와 더불어 떠오르는 과거의 기억들을 잘 버무려서

하나도 지루하지 않은 이야기를 만들어 낸다는건 정말 엄청난 능력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래서 펼치는 순간 마음에 들었고, 첫장부터 재미가 있었다. 독자를 끌어당기는 힘이 엄청나다고 해야 하나.

 

소설은 남파된지 20녀년이 되었고, 활동을 중단한지 10년이 넘은 간첩의 이야기이다.

평범한 일상을 사느라 자신이 간첩이라는 것도 잊은채였던 건 어제까지,

오늘 받은 전화 한통으로 모든게 달라져 버렸다.

필요한 사람들을 만나고, 여러가지 과거의 기억들을 떠올리느라 그에게 남은 하루라는 시간은 자꾸만 흘러간다.

그가 그렇게 번뇌하는 사이 그의 아내 마리와 딸 현주는 어디선가 뻘짓을 하고 다니고~~~

뭐 거기까지는 좋았다.

마리가 그러는건 완전히 자신을 열어내 보이지 않는 남편 때문이라고 치고.....

현주는 왜 자기 엄마가 계모라고 믿고 있는 걸까. 과연 이 소설에서 현주의 이야기가 필요했을까 싶다.

왜냐하면 뒤에가서 세사람 각자의 인생이 하나로 합쳐저서 뭔가 큰 사건이 일어나는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기 때문에.

뭐 그것도 그렇다고 치자.

기영이 평범한 가장으로서 살고 있었다는걸 강조하기 위해,

북으로 돌아가지 않을 이유를 찾기 위해 자식도 필요했을 수도 있으니까.

 

가장 이해되지 않는건 382 페이지부터 시작되는 마리의 대답이다. (2판 19쇄 기준)

남편이 다름아닌 간첩이라는데 믿지 않고 놀라는건 아주 잠깐이고, 넘나 단호한 그녀의 태도......뭐지? 싶었다.

뭐 그렇다고 그녀가 울고불고 했어야 한다는건 아니지만, 둘 사이에 끈끈한 애정따위는 없었다 하더라도~

이건 좀 너무 명료하지 않은가 싶었다.

작가는 왜 그 긴 페이지들을 그렇게 재미있게 길게 풀어서 소설을 써놓고, 마지막에 이리도 후다닥 소설을 끝내버렸을까.

혹시 마감 날짜를 맞추느라 그랬나, 하는 생각까지 들었다.

국정원에서 어떻게 그의 존재를 알았는지, 현미는 왜 엄마를 계모라고 생각했는지,

현미의 정신나간 썸남은 정체가 뭐였는지, 그가 매도해버린 아영에게는 무슨 일이 일어났는지.

그런것들을 좀 더 의미있게 설명해주고자 마음 먹었다면 비슷한 분량의 2권도 나올 수 있었을텐데.

이게 그 이름도 유명한 열린 결말? 노노~~~이건 그냥 벼락같이 막을 내린 미완성의 연극같다.

뭔가 대장정의 길을 갈 것처럼 짐을 꾸려 나선 사람이, 고작 동네 한바퀴 돌고 집에 가는 기분이랄까~~~

 

마지막에 다 가서~ '빛의 제국' 챕터는 게중 젤 이해되지 않는다.

북에서 진짜로 소환 명령을 내렸는데, 국정원에서 감지를 하고, 붙들린 척을 하게 한건지 뭔지~~~

난 국정원에서 위장술을 쓴거라고만 생각하고 쭉 소설을 읽어나갔는데......

위성곤이 진즉부터 위장취업을 하고 감시를 해왔던걸로 보아, 그게 맞는것 같기도 하고.

박철수가 무인호텔에 가서 CCTV를 확보한 이유도 정확히 잘 모르겠고. 왜 갑자기 마리를 보호??

 

에라~ 모르겠다!

이만한 일로 김영하 작가에게 "실망이야!" 라고 말하고 싶진 않지만, 담엔 좀 더 친절하게 소설을 써 주시면 감사하겠다.

결말이 열린건 이해하겠는데......이렇게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쭉 끌어가던 이야기를 벼락같이 멈춰버리지 말기!

(처음 소설을 펼쳤을 때 했던 후회를 다시 후회했다. 빌려 읽길 잘했다.)

 

아참!! 책을 읽는 동안 일어난 작은, 우스운 에피소드 하나!

남편님이 휴대폰을 놓고 출근을 했다.

휴대폰 놓고 갔네? 하고 멜을 보냈는데, 읽은거 같은데 답장도 없다.

그리고 퇴근해야 할 시간에 퇴근하지 않는다.

휴대폰도 없이, 그러니까 시계도 없이 지하철을 타고 오가느라 얼마나 불편할까~ 생각하다가.....

어느 순간 이상하게 걱정이 되기 시작한다. 그날 늦을거란 얘기를 듣지 못했으므로.

11시가 넘도록 연락도 없이 남편은 안들어오고,

소설 속 기영은 북으로 돌아갈까 말까를 고민하다 가까운 사람들에게 털어놓기 시작하고.

이거이거~ 혹시 우리 남편도 간첩아니야? 북으로 돌아갔나? 하는 되도않는 생각을 내가 좀 했다 ㅋㅋㅋㅋ

결론은, 자기는 오늘 늦을거라고 말했다는데 난 못들었고, 답멜을 썼는데 내가 못 받았다. 풋~

그의 회사서버가 나의 애정하는 앰팔멜에 블럭킹을 해두어서,

남편 회사멜로 내 엠팔멜로 전송이 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까먹고 있었던거다. 쿨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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