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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0년

최은영『쇼코의 미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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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즉부터 제목은 익히들어 알고 있었는데 나에겐 낯선 작가라 읽기를 망설이다가 이번에 읽어봤다.

도서관에서 책 구경하는데 바로 딱 내 앞에 있길래 얼른 집어 왔지~

난 갠적으로 중단편을 엮어 만든 소설집을 좋아하지 않는다.

다 읽고 나면 각각의 이야기들이 잘 기억이 안남.

그런데 쇼코의 미소에 실린 이야기들은 그 각각이 독특하고 인상적이라 오래도록 기억에 남을 것 같다.

처음 접하는 작가지만, 맘에 쏙 들었다 ^^

 

 

[ 쇼코의 미소 ]

일본 자매학교에서 대표로 견학을 온 쇼코, 주인공 소유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게 되면서 인연이 되었다.

쇼코는 계속 편지를 보내오지만 소유는 그 인연을 그리 깊고 소중하게 여기지는 않았고,

오히려 (일본어를 잘 하는) 할아버지와 죽이 잘 맞는 것이 신기할 따름이다.

어느 순간 쇼코와의 연락이 끊어지고, 어학연수를 떠났다가 함께 견학을 왔던 하나를 만나 쇼코에 대해 듣게 된다.

쇼코와 연락이 닿고 싶었으나 뜻대로 되지 않고, 일본 여행 때 쇼코네로 찾아가게 된다.

뭔가 이상하고 조금은 망가져 가고 있는 쇼코를 보면서 어쩐지 측은하다는 마음보다는 우월감을 느끼게 되는 소유

인간의 내면? 욕망? 등을 적나라 하게 보여주는 대목이다.

한국으로 돌아와 영화판에 발을 들이고, 아무것도 이루지 못한채 거의 망해가던 시절, 자신을 찾아온 할아버지

다정함이라곤 없었던 분이라고 소유는 말해왔지만, 이때 할아버지와 만나는 장면은 어쩐지 짠하고 애틋하다.

할아버지가 돌아가신 후에 쇼코를 재회하게 되고,

우울증 치료를 하면서 병에 걸린 할아버지와 더 가까워졌다며, 할아버지의 편지를 읽어준다.

막 읽었을 때는 재미있게 읽었으나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바를 정확하게 모르겠다 여겼었는데,

뒤에 이어지는 소설들을 읽으면서 조금은 할것 같았다.

인간관계....인간의 내면....이런것들이 이 책 전체에 담겨 있다.

 

[ 씬짜오 씬짜오 ]

독일 작은 마을에서 만난 주인공네 가족과 베트남 사람인 투이네 가족

서로 매주 만나 가족 식사를 할 정도로 친하게 지내다가,

베트남 전쟁 얘기로 인해 서로 상처를 입고 멀어져 버리게 된다.

가깝게 지내던 사람들이 멀어지는 한순간, 보고 있자니 안타까웠고 결국엔 화해하고 끝났으면 좋겠다 생각했는데

작가는 그런 아량을 베풀지 않고 소설을 끝내버렸다. 안타깝다.

 

[ 안녕, 나의 작은, 순애 언니 ]

어릴적 한집에 살던 친척 언니 순애와 엄마의 이야기

어릴 때는 친자매처럼 지냈으나, 순애언니의 삶이 굴곡지기 시작하면서 멀어지게 된다.

이 역시 인간의 내면 깊은 곳에 있는 비열함을 보여주는 듯 했다.

순애언니를 찾아가 그의 처량한 삶을 보면서 가슴으로 아파하고 안타까워하기 보다는, 멀어져 버린 엄마....

하지만 언니를 사랑했던 마음은 남아 있어, 병실로 찾아온 순애언니의 영혼을 보고 반가워하고 미안해하게 된다.

누구나 한번쯤 겪어 봤을 마음이고, 누구도 솔직히 말하지 않을 비밀을 작가는 그냥 말해버린다.

 

[ 한지와 영주 ]

프랑스 리옹 수도원(공지영의 수도원 기행에서 본 적이 있다. 떼제 수도원)에서 만난 한국인 영주와 케냐인 한지

서로 얘기를 나누기 시작하면서 친해지고, 공감하며, 서로 좋아하는 마음까지 생겼는데

어느날부터인가 한지가 영주를 모른체 한다.

갑자기 그림자 취급을 하는 한지에게 상처받아 영주도 한지를 피하게 되고,

결국 그 둘은 화해하지 못한 채 헤어지고 만다.

한지가 왜 그랬는지 끝까지 안나옴....개답답~ ㅠ.ㅠ

영문도 모르는채 하루아침에 사이가 틀어져 버리는 사람들에 대해 잘 묘사한 소설이다.

나는 영주의 입장이 좀 이해가 가던데~ 누구 생각 나는 사람이 좀 있어서 ^^;;

끝까지 이유를 묻지 않은 영주도 잘못이지만, 어느날 갑자기 변해버린 한지가 더 나쁘다고 생각함!

뭣때문에 멀어지고 싶은지 적어도 알려주고 그래야지~~~

이 책에서 가장 고구마 같은 이야기였다, 나에게는.
(책 다 읽고 빨책 찾아들었는데 김중혁 작가도 고구마 백개 먹은거 같았다며 ㅋㅋ
작가는 생각해둔게 있겠지~~라고 생각하고 그거 물어보러 나왔단다.
최은영 작가의 대답은? 전혀 없단다.
아~~~)

 

[ 먼 곳에서 온 노래 ]

노래패 선후배 사이인 미진과 소은

미진은 러시아 페테르부르크로 유학을 갔고, 갑자기 죽음을 맞게 된다.

플랫메이트였던 율랴가 소은에게 멜을 보내기 시작하면서 둘은 미진이라는 공통점을 통해 친분을 갖게 되고,

드디어 소은이 율랴가 사는 곳에 가게 된다.

율랴가 준 사진을 따라가며 미진의 흔적을 찾아보게 되고, 서로가 알던 그리고 몰랐던 미진에 대해 이야기한다.

율랴는 같이 살다가 감정이 상한채로 헤어져버렸고,

소은은 아픈 자기를 보러 힘들게 한국에 온 미진이 하는 얘기들을 잔소리로 듣고 고맙단 말도 하지 못한채였다.

사람을 사귀고 사랑하고 멀어질때....적어도 후회는 남기지 말도록 해야 한다는 교훈을 주는 것 같다.

하지만 막상 살다보면 그게 그렇지가 않다. 나만 마음을 주고 정성을 다 한다고 되는게 인간관계는 아니니까~

 

[ 미카엘라 ]

남편은 일찍 죽고 혼자 미용실을 하며 딸을 애지중지 키운 여자

교황이 집전하는 미사에 참여하러 서울에 왔지만, 차마 딸에게 연락하지 못하고 찜질방에서 잔다.

거기서 만난 할머니가 세월호로 미카엘라라는 손녀를 잃은 절친을 찾으러 간다하여 같이 광화문에 가게 되고,

여자의 딸 미카엘라 역시 엄마랑 연락이 닿지 않아 수소문 하던 끝에

우연히 TV를 보고 엄마가 광화문에 있다는 것을 알게 되어 찾으러 간다.

엄마와 딸의 시선에서 같은 일에 대해 다르게 생각하는 부분을 묘사한 것이 참으로 절묘하다고 생각했다.

 

그런데 엄마랑 모든게 똑같다고 여긴 사람을 엄마 하고 불렀는데 누구세요? 라는 답이 돌아온다.

마지막 페이지에서는 여자가 가만히 미카엘라 라고 불러본다고 한다.

이게 대체 뭐라는거지? 왜 엄마는 뻔히 자기 딸을 보고 모르는체를 했을까, 어젯밤에 읽을때는 굉장히 답답했다.

검색을 해 보아도 나같은 생각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나만 이해 못한거야? 이게 뭐야! 누가 설명을 좀~~~

이라고 생각했었는데.....

지금 가만히 생각해보니 딸이 엄마라 부른 여자는 세월호로 딸 미카엘라를 잃은 그 여자였나보다.

 

이제 그만들 좀 하지~ 라며 세월호에 대해 피로감을 호소하던 사람들 나도 많이 봤다.

아직 아무것도 이루어진 것이 없어 멈추지 못하는 그들을 돕지는 못할 망정, 제발 비난은 하지 말자.

당신 자식이 죽었어도 그게 피로할까?

 

[ 비밀 ]

말자라는 할머니, 그의 딸 영숙, 그리고 손녀 지민

딸이 맞벌이라 말자가 지민을 키웠고, 어릴때부터 고생해서 일찍 철들은 영숙을 생각해서

지민만큼은 그렇게 키우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정말 애지중지 키웠다.

말자는 암이 재발해서 이제는 수술도 안되는 상황이고, 지민은 중국 시골마을에서 교사를 한다며 연락도 없다.

처음엔 지민이 갑자기 중국으로 떠난 사연이 나오겠지~ 하면서 읽었는데

역시나 작가님은 끝까지 친절을 베풀지 않았다. 자세한 사연을 말을 안해줘!!

하지만 대략의 상황은 짐작이 간다. 지민이 무슨 연유인지는 모르겠으나 갑자기 죽었고,

병중인 엄마에게 차마 솔직하게 말할 수 없어 영숙 내외가 그리 둘러댄 것이라고~

그래서 그들도 지금은 삶이 피폐해다고~

말자는 수술이 안된다는 얘기를 듣고도 그닥 슬프지가 않다. 계속 살아야 하는 이유를 잘 모르겠으므로...

이 대목 참 슬프다.

나이가 들어 장수한다는것은 행복한 일이나, 그것은 사랑하는 사람들을 여럿 먼저 보냈다는 얘기도 되므로....

 

 

이 책에 실린 소설들이 하고 있는 이야기들은 일관되다.

인간관계, 인간의 내면, 속마음.....진짜 마음......

많이 공감하면서 인상적으로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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