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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김영하『빛의 제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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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매력이 문제야. 위성곤씨한테 매력이 철철 넘쳤다면 포르노를 보는 것 정도는 아무것도 아니었을 거야. 매력만 있다면 사람들은 뭐든 용서하려고 들지. 좀 부도덕해도, 말을 뒤집어도, 사악한 짓을 해도, 다 이해하려고 한단 말이야. 그러나 이런 후진 회사에 다니는 대머리 아저씨가 포르노를 보는 건 용서할 수 없는 거야."

 

 

2

 

국어처럼 교육의 필요성을 학생들에게 설득시키기 어려운 과목도 없을 것이다. 아이들은 너무도 유창하게 잘하는 한국말을 왜 더 배워야 하는지 이해하지 못했다.

 

 

3

 

기영은 눈을 감았다. 오랜만에 만난 사람들과 헤어져 돌아오는 길은 슬픈데, 그것은 그들이 자신의 어린 모습을 간직한 채로 늙어가기 때문이다. 소년이 늙어 노인이 되는 것이 아니라 소년은 늙어 늙은 소년이 되고 소녀도 늙어 늙은 소녀가 된다.

 

 

4

 

그녀는 문득, 엄마가 된다는 것은 무슨 의미일까, 그런 일이 과연 자신의 인생에 닥쳐올까, 따위를 생각했다. 끔찍하기만 할거라 생각했지만 그것은 키스도 마찬가지가 아니었던가? 그러나 아까처럼, 끔찍했던 어떤 일들이 아무렇지 않게 여겨지는 것, 그런 일이 반복되는 것, 혹시 그런게 인생이 아닐까.

 

 

5

 

달아날 수도 있었고, 화장실에 가는 척하고 사라질 수도 있었다. 지금이라도 그냥 나가버리면 그만이었다. 그런데 하나의 절차가 다른 하나의 절차를 물고 들어갔다. 작은 결정이 또다른 작은 결정으로 이어졌고, 마침내는 돌이킬 수 없는 결정으로 이어진 것이다. 그것들은 모두 연결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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