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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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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쿠니 가오리『당신의 주말은 몇 개입니까』 1 오늘도 우리는 같은 장소에서 전혀 다른 풍경을 보고 있다. 생각해보면 다른 풍경이기에 멋진 것이다. 사람이 사람을 만났을 때, 서로가 지니고 있는 다른 풍경에 끌리는 것이다. 그때까지 혼자서 쌓아올린 풍경에. 2 나와 남편은 취향이 전혀 다르다. 좋아하는 음악과 좋아하는 음식도 다르고, 좋아하는 여화와 좋아하는 책도 다르고, 뭘 하면서 노는 것을 좋아하는지도 다르다. 그래도 아무 상관없다고 생각해왔고, 오히려 다른 편이 건전하다고도 생각하지만, 그래도 가끔은 같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생각한다. 모든 것이 같았으면 좋았을 텐데, 하고. 3 남편은 외간 여자를 좋아하지는 않으리라. 하지만 좋은 사람이라고는 생각할 것이다. 그녀는 늘 인상이 좋으니까. 외간 여자니까. 화를 내면서 울지도 않고 남편의 결점..
다나베 세이코『아주 사적인 시간』 1 나는 벌써 몇 년 전에 미우라 고로에게 실연을 당한 이후, 옆에만 가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남몰래 남자의 어깨며 팔이며 머리를 훔쳐보고 깨물어주고 싶어지는 갈망에 애를 태우는 사랑은 누구에게도 느껴보지 못했었다. 지금 그 빈 곳에는 고가 들어와 있지미나, 그것은 어쩌다 빈방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들어오세요"란 느낌. 이런걸 고에게 말하면 얼마나 화를 낼까? 그렇다고 고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나는 고에게 충분이 만족하고 있지만, 뭐랄까 그건 이전에 고로 때에 걸린 감기 바이러스와 다르다. 그때의 감기에 다시 한번 걸리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만약 다시는 걸리지 못한다고 하면 어째 슬픈 마음이 드니 참 묘하다. 일단 빈 공간을 고가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김형경『사람풍경』 1 우리 삶의 중요하면서도 어처구니없는 비밀 한 가지는 우리 대부분이 세 살까지 형성된 인성을 중심으로, 여섯 살까지 배운 관계 맺기 방식을 토대로 하여 살아간다는 점이다. 정신분석가들은 인간 정신이 생후 3년에 이르기까지 60퍼센트, 여섯 살까지 95퍼센트 형성된다고 한다. 그들은 공통적으로 다섯 살까지가 아주 중요하다고 말한다. 정신분석을 받은 후 '세살 버릇 여든까지 간다'는 속담이 얼마나 정확하게 인간 정신을 설명하는 말인가 싶어 놀란 일이 있다. 2 자기애적 사랑을 하는 사람은 상대방의 내면과 공감하거나 소통하는 데 관심이 없다. 상대방의 감정이나 반응에는 상관없이 그저 자기 감정에 도취되어 사랑을 주도 또 줄 뿐이다. 아내가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지는 모르는 채 아내를 지배하고 통제하는 방식으..
심윤경『이현의 연애』 1 "나도 자네랑 대화하는 게 재미없어. 똑똑한 체 하지만, 아무리 이야기를 해줘도 못 알아듣거든. 훗날 자네도 내 나이가 되면 이해하게 될거야. 지나온 세월이 자꾸 쌓이게 되면 무언가 갈피가 잡히거든. 무엇이 무엇의 전조였는지, 무엇 때문에 무엇이 어떻게 되었는지 조금씩 알게 된다네. 하지만 알게 되었을때는 이미 늦는 거지. 그 소중한 지식들은 그저 늙은이의 넋두리에 지나지 않거든. 젊은 사람들이 참고하기엔 너무 낡고 어리석은 이야기들일 뿐이지. 그래서 젊은 사람이나 늙은 사림이나 똑같이 살아가게 된다네. 자네도 아마 나와 똑같이 살게 될거야. 자네가 나보다 월등하게 뛰어난 사람이라면 모르겠는데, 자네가 좀 영리해 보이긴 해도 그렇게 대단한 사람 같아 보이지는 않거든. 인생을 좀더 오래 살아본 선배로서..
손미나『스페인, 너는 자유다』 1 '예를 들어 길거리에서 누군가와 오후 3시에 만나기로 했다 치자. 그러면 당신 나라의 사람들은 일반적으로 몇시에 그 장소에 나타날 것인가?' 그 질문에 영국과 일본 학생은 3시 20분전이라고 답했고 대부분의 다른 나라 학생들은 3시 5분 전이나 5분 후 정도라고 답했다. 그런데 정말 기막힌 것은 한 멕시코 여학생의 답이었다. 그녀의 답은 바로 '네시 반' 이었다. 다들 황당해 하며 도대체 무슨 생각으로 그런 답을 하는 거냐고, 그럼 상대방한테 무려 한시간 반을 밖에서 기다리라는 뜻이냐고 반문을 했더니 그 여학생의 답이 가관이었다. "무슨 소리야? 그 사람도 네시 반에 오면 되지, 왜 그렇게 일찍 와서 기다려?" 2 언젠가 친구들과의 대화 중에 간통죄 이야기를 꺼냈다가 아주 된통 공격을 받고 궁지에 몰..
최윤희『유쾌한 행복사전』 1 주민등록증에 적힌 나이는 호적상에서나 유효하다. 진짜 나이는 어떤 생각을 하고 어떤 행동을 하느냐? 그것이 결정한다. 존 글렌은 77세의 고령에도 불구하고 스스로를 시험하기 위해 우주여행에 도전했다. 멋지게 여행을 마치고 돌아온 그는 이렇게 말했다. 달력 나이는 집어 치워라! 내 나이는 내가 만든다! 77세의 존 글렌은 언제나 파란색 청춘. 2 간디는 일주일 중 하루를 침묵의 날로 정하고 그 날은 한 마디도 하지 않았다. 우리도 하루쯤은 자신의 날로 선포하자. 시간을 낼 수 없다면 일주일에 두 시간이라도! 친구에게 편지를 쓰거나 영화를 보거나 잠을 실컷 자거나 수다를 떨거나. 상징적으로라도 그 시간만큼은 나의 시간이라는 것을 스스로에게 선포해야 한다. 비록 두 시간의 해방일지라도 그 맛은 초콜릿처럼 ..
발터 뫼르스 『꿈꾸는 책들의 도시』 1 나는 잠시 생각에 잠기지 않을 수 없었다. "당신들이 책을 먹는다는 거요?" "바로 그겁니다." "당신들....책을 먹어요?" "아니요, 예. 어찌 보면 그렇지요. 그렇지만 사실은 아닙니다. 어떻게 말해야 할까요...." 골고는 적당한 말을 찾으려고 애썼다. "실제로 책을 먹는게 아닙니다." 고피드가 대신 끼어들어 그를 구해주었다. "우리가 책 좀벌레들처럼 종이를 갉아먹는다는 의미가 아니라는 말입니다. 사실을 말하자면, 우리는 독서를 하면 배가 부릅니다." "뭐라고요?" "사실 좀 난처한 일입니다만..." 골고가 말했다. "독서처럼 아주 고도의 정식적인 일을 하면 음식을 소화할 때와 같은 평범한 현상이 우리에게 나타난다는 겁니다." "믿을 수 없군요!" 내가 말하고는 웃었다. "그것도 당신네들 농담 ..
진산마님 『마님되는 법』 1 '성격이 나쁘다' '성격이 더럽다'는 말은 쓰는 사람에 따라서 여러 가지 의미를 가진다. 어떤 사람들은 거짓말 잘하고 사소한 일에 시비 잘 걸고 핑계를 잘 대는 성격을 더럽다고 말하기도 한다. 이 경우 '성격이 더럽다'는 것은 욕이다. 우리들 사이에서는 성격이 더럽다는 말은 욕이 아니다. 한 사람이 자기 고집을 지키며 타협하지 않고 싫은 일을 거부하면서 살아왔다는 뜻으로 통한다. 2 결혼 준비는 달콤하기만 한 것이 아니라 몹시 신경 사나운 일이다. 어떤 심약한 여인네들은 이 과정에서 받은 스트레스 때문에 결혼의 꿈을 접기도 한다. '결혼? 그거 해서 뭐해? 혼자 살면 되잖아, 뭐!' 하고 말이다. 대부분의 선배 기혼자들으느 그럴 때 뭐라고 할까? '해도 후회, 안해두 후회하는 것이 결혼이니 기왕이면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