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책읽기/밑줄긋기 (164) 썸네일형 리스트형 에쿠니 가오리 『낙하는 저녁』 1 난 수화기 코드를 손가락에 감는다. 일라이저의 곱슬머리 같다. "....그럴 일 아니지." 그렇지, 라고 말하고 다케오는 희미하게 웃었다. 나는 가슴이 서걱거린다. 2 "우리 세 사람에게 완벽한 해결책이라고 생각하는데." 하나코는 안타깝다는 듯 말했다. "우리 세사람?" 되묻자 하나코는 그럼 누굴 위해서겠느냐는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고는, 나는 살 곳이 생기고, 너는 집세 부담을 덜 수 있고, 그리고 다케오 씨는 걱정 안 해도 되잖아, 라고 설명한다. 나는 헐미에물이 스미는 것 같은 아픔을 느낀다. 3 다케오와의 만남은 하늘을 바라보는 것하고 비슷하다. 내가 먼저 도착해서 책을 읽으며 기다리고 있는데 다케오가 나타났다. 내 얼굴을 보자 한 손을 얼굴 앞에 대고 고개를 꾸벅한다. 시계를 보니 겨우 5분.. 에쿠니 가오리 『울 준비는 되어 있다.』 1 다른 여자와 잤다며 다카시가 내게 사과했을 때, 나는 어쩌면 울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다카시가 나보다 솔직할 뿐, 우리는 같은 유였다.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다카시는, "역시, 그럴줄 알았어." 라고 말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아야노는 다 알아버린다니까." 라고. 그때 내 심장의 일부는 이미 죽었다. 너무나도 외로워 말라비틀어져. 2 '나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 연애는 한때의 열벙 같은 것이어서, 한참 열이 오를때는 몸과 마음이 다 녹아내릴 것 같다가도 시간이 흘러 열이 식으면 몸도 마음도 평온을 되찾기 마련인가 봅니다. 연애에 몸과 마음을 불태웠던 많은 남녀들이 결혼이란 제도에 진입하는 순간, 서로를 자신처럼 사랑했던 마음보다 현실이란 지.. 에쿠니 가오리 『반짝반짝 빛나는』 1 "은사자라고 아세요? 색소가 희미한 사잔데 은색이랍니다. 다른 사자들과 달라 따돌림을 당한대요. 그래서 멀리서 자기들만의 공동체를 만들어 생활한다는 군요. 쇼코는 말이죠, 저나 곤을, 그 은사자 같다고 해요." 2 #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서 반 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샀다. 반짝 반짝 빛나는 여자도 샀다. 반짝반 짝 빛나는 물고기를 사서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에 넣었다 반짝반짝 빛 나는 여자가 손에 든 반짝반짝 빛나 는 냄비 속의 물고기 반짝반짝 빛나는 거스름 동전 반짝반짝 빛나는 여 자와 둘이서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 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길을 돌아간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 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눈물을 흘리 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이리사와 야스오- 무라카미 하루키 『해변의 카프카』 우리는 모두 여러가지 소중한 것을 계속 잃고 있어.... 소중한 기화와 가능성, 돌아킬 수 없는 감정. 그것이 살아가는 하나의 의미지. 하지만 우리 머릿속에는, 아마 머릿속일 것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런것을 기억으로 남겨두기 위한 작은 방이 있어. 아마 이 도서관의 서가 같은 방일거야. 그리고 우리는 자기 마음의 정확한 현주솔르 알기 위해, 그 방을 위한 검색 카드를 계속 만들어나가지 않으면 안 되지. 청소를 하거나 공기를 바꿔 넣거나, 꽃의 물을 바꿔주거나 하는 일도 해야 하고, 바꿔 말하면, 넌 영원히 너 자신의 도서관 속에서 살아가게 되는거야. 파울로 코엘료 『연금술사』 1 '문제는 양들이 새로운 길에 관심이 없다는 거야. 양들은 목초지가 바뀌는 것이나 계절이 오는 것도 알아차리지 못하지. 저놈들은 그저 물과 먹이를 찾는 일밖에 몰라.' 산티아고는 생각했다. '하지만 어쩌면 우리 모두가 그런지도 모르지. 나만 해도 그 소녀를 알게 된 후로는 다른 여자들 생각을 안 하니까.' 2 그는 이 마을에서 많은 친구를 사귀었다. 친구를 사귀는 일은 여행의 큰 즐거움이었다. 늘 새로운 친구들과의 새로운 만남. 하지만 그렇게 만난 친구들과 며칠씩 함께 지낼 필요는 없었다. 항상 똑같은 사람들하고만 있으면 --산티아고가 신학교에 있을 때 그랬던 것처럼-- 그들은 우리 삶의 한 부분을 차지해버린다. 그렇게 되고 나면, 그들은 우리 삶을 변화시키려 든다. 그리고 우리가 그들이 바라는 대로 .. 김형경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 1 인혜는 그것이 지적인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오류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대화가 통하는 여자를 만났으면 한다는 것, 그 소망에는 여성이 대체로 무지하다는 편견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 그럼에도 여성과 진지한 토론을 하거나 논쟁이 붙게 되면, 여자가 귀찮게....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 2 인혜는 푹, 다시 한번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웃음을 보았다. 오해와 편견 속에서, 농담과 유머 속에서 인생은 지나갈 것이다. 동전의 양면론은 얼마나 정확한가. 노출증 환자의 무의식에 있는 진정한 용망은 관음증이고, 자살자의 내밀한 욕망은 누군가에 대한 살해 욕망이다. 4 많은 사랑과 이별을 한 다음 인혜가 깨달은 또 하나의 진실은 사랑은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진의 방식대로 말하면 질량 불변의 법칙에.. 은희경 『새의선물』 1 사람을 좋아하는 감정에는 이쁘고 좋기만 한 고운정과 귀찮지만 허물없는 미운정이 있다. 좋아한다는 감정은 언제나 고운정으로 출발하지만 미운정까지 들지 않으면 그 관계는 오래 지속될 수가 없다. 왜냐하면 고운정보다는 미운정이 훨씬 너그러운 감정이기 때문이다. 또한 확실한 사랑의 이유가 있는 고운정은 그 이유가 사라질 때 함께 사라지지만, 서로 부대끼는 사이에 조건없이 생기는 미운정은 그보다는 훨씬 질긴 감정이다. 미운정이 더해져 고운정과 함께 감정의 양면을 모두 갖춰야만 완전해지는게 사랑이다. 2 고달픈 삶을 벗어난들 더 나은 삶이 있다는 확신은 누구에게도 없다. 그러나 사람들은 떠난다. 더 나은 삶을 위해서라기보다 지금의 삶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아무 확신도 없지만 더 이상 지금 삶에 머물러 있지 않아.. 공지영 『수도원기행』 1 금을 얻기 위해서는 마음속에 가득찬 은을 버려야 하고 다이아몬드를 얻기 위해서는 또 어렵게 얻은 그 금마저 버려야 한다고.... 버리면 얻는다. 그러나 버리면 얻는다는 것을 안다해도 버리는 일은 그것이 무엇이든 쉬운일이 아니다. 버리고 나서 오는 것이 아무것도 없을까봐, 그 미지의 공허가 무서워서 우리는 하찮은 오늘에 집착하기도 한다. 2 " 예전보다 가톨릭 신자수도 줄었고, 수녀원 지망자들도 적어요..... 하지만 우리는 그것이 꼭 나쁘다고 생각하지는 않아요. 유럽인구의 99.9퍼센트가 신자였을 때 과연 거기서 몇 퍼센트가 진심이었을까요. 그러나 이제 여기오는 사람들은 진심이라는 것을 의심받지는 않아요. 몇백명을 수용하게 지어진 이 수도원에 지금은 47명이 사는데 그 나머지 수도원의 빈자리는 이제 .. 이전 1 ··· 15 16 17 18 19 20 21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