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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다나베 세이코『아주 사적인 시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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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나는 벌써 몇 년 전에 미우라 고로에게 실연을 당한 이후,
옆에만 가도 가슴이 두근거리는,
남몰래 남자의 어깨며 팔이며 머리를 훔쳐보고
깨물어주고 싶어지는 갈망에 애를 태우는 사랑은
누구에게도 느껴보지 못했었다.

지금 그 빈 곳에는 고가 들어와 있지미나,
그것은 어쩌다 빈방이 있었기 때문에
"일단 들어오세요"란 느낌.
이런걸 고에게 말하면 얼마나 화를 낼까?

그렇다고 고를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은 아니지만,
그리고 나는 고에게 충분이 만족하고 있지만,
뭐랄까 그건 이전에 고로 때에 걸린 감기 바이러스와 다르다.

그때의 감기에 다시 한번 걸리고 싶은 건 아니었지만,
만약 다시는 걸리지 못한다고 하면 어째 슬픈 마음이 드니 참 묘하다.

일단 빈 공간을 고가 채워주고 있기 때문에
평소에는 아무렇지도 않지만,
어쩌다 문득 향수처럼 그 병이 그리워진다.
부들부들 쉼 없이 몸이 떨리고 열이 나는가 싶다가도,
이번에는 북극처럼 추워지고 마는 이상한 병.


2

나는 묘사력이 있다고 자부하는 만틈
말 못할 것도 없지만,
말한다고 해도 고는
결고 재미있게 들어주지 않을 것이고,
나와 동질의 감동이나 흥미를
그가 느낄 리 없기 때문에
'말해봐야 소용없는 일'이다 싶었다.


3

남자와 여자는 생각하면 할수록
함께 있는 것이 어려운 종족처럼 느껴진다.
하지만 역시,
함께 살고 싶다는 유혹에 저항할 수 없는
뭔가가 있는 것 같다.

그거야 세상에 독신주의자는 극히 일부에 지나지 않고,
그에 비해 훨씬 압도적인 다수의 사람이
결혼주의자인 걸 보면 알 수 있다.

인간은 외로은 존재이기 때문에
공동생활자를 찾지만,
그러면서 항상 사랑과 자존짐의 무게를
양손으로 재며 괴로워한다.

-작가의말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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