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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인혜는 그것이 지적인 남성들이 가지고 있는
오류라는 것도 알고 있었다.
대화가 통하는 여자를
만났으면 한다는 것,
그 소망에는 여성이 대체로 무지하다는
편견이 전제되어 있다는 것,
그럼에도 여성과 진지한 토론을 하거나
논쟁이 붙게 되면,
여자가 귀찮게....
하는 마음이 생긴다는 것.
2
인혜는 푹,
다시 한번 저 깊은 곳에서
올라오는 웃음을 보았다.
오해와 편견 속에서,
농담과 유머 속에서
인생은 지나갈 것이다.
동전의 양면론은 얼마나 정확한가.
노출증 환자의 무의식에 있는
진정한 용망은 관음증이고,
자살자의 내밀한 욕망은
누군가에 대한 살해 욕망이다.
4
많은 사랑과 이별을 한 다음 인혜가 깨달은
또 하나의 진실은
사랑은 어디로도 가지 않는다는 것이었다.
세진의 방식대로 말하면
질량 불변의 법칙에 해당할 것이다.
한 인간의 내면에 깃든 분노나 슬픔의 질량이 일정한 것이듯 사랑도 그랬다.
늘 가슴속에 깃들어 있으면서 적당한 때에 적당한 상대를 만나 찰랑거리기도 했고
끓어오르기도 했다.
이별이란 그 사랑의 역동성이 잠시 멎는,
사랑의 감정이
활동하지 않는 상태를 일컬을 뿐이었다.
인혜가 어떤 이별 앞에서도 오래 낙담하지 않았던 이유도 거기 있었다.
세진식의 표현을 빌리자면 사랑에는 또한 관성의 법칙도 작용하는게 틀림없었으므로.
5
"나는 임신 공포증 때문에 남편과의 성이 자유롭지 못했어요. 그래서 결국 배꼽 수술을 했어요. 수술하고 병원을 나서는데, 그때 진정으로 세상이 아름답고 내가 자유롭다는 것을 느꼈어요. 온몸의 세포가 일제히 일어나 환호하는것 같았다니까요." "왜 남편이 정관 수술을 하지 않고 아내가 수술을 한거죠?" 윤영우였다. 정력이 약해진다거나 면역력이 저하된다는 이유로 정관 수술을 기피하는건 남성들의 이기심 아닌가. 불임 수술이 몸에 해롭다면 여성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질문에는 그런 의문이 내포되어 있었다. "내가 남편하고만 성을 나눈다는 전제를 없앴거든요." 구자연의 대답은 명쾌했다. 방울이 달랑거리는 것도 같았다. 분위기는 순식간에 이완되었고 세진은 슬그머니 입꼬리를 올리며 웃었다. "나는 결혼 후 십삼년 동안 혼인의 순결성을 지켜 왔어요. 그런데 어느날 보니까 남편은 그사이에 연애를 세번이나 했더라구요. 그 사실을 알게 된 순간 내 성 의식이 바뀌었어요. 아니, 이건 맞불 작전이나 홧김에 서방질하는 차원이 아니에요. 내 정체성의 문제죠." 구자연은 앞으로 많은 남성들을 경험하고 탐구하고 싶다고 했다. 남성들이 여성을 성의 도구로 여기며 홍안다즙이니 흑안감청이니 분류하듯이 여성도 적극적으로 남성을 탐구하고 연구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것이 기존의 성 이데올로기에서 벗어나는 하나의 방법 일거라고도 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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