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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에쿠니 가오리 『울 준비는 되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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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다른 여자와 잤다며 다카시가 내게 사과했을 때, 나는 어쩌면 울어야 했는지도 모른다.
다카시가 나보다 솔직할 뿐, 우리는 같은 유였다.
"알고 있어."
하지만 나는 그렇게 말했다. 다카시는,
"역시, 그럴줄 알았어."
라고 말하며 희미하게 웃었다.
"아야노는 다 알아버린다니까."
라고.

그때 내 심장의 일부는 이미 죽었다. 너무나도 외로워 말라비틀어져.


2

'나는 혼자 사는 여자처럼 자유롭고, 결혼한 여자처럼 고독하다.'

연애는 한때의 열벙 같은 것이어서, 한참 열이 오를때는 몸과 마음이 다 녹아내릴 것 같다가도 시간이 흘러 열이 식으면 몸도 마음도 평온을 되찾기 마련인가 봅니다. 연애에 몸과 마음을 불태웠던 많은 남녀들이 결혼이란 제도에 진입하는 순간, 서로를 자신처럼 사랑했던 마음보다 현실이란 지평을 앞세우는 것을 보면 말이죠. 연애를 할때는 마치 없어도 좋을 듯 죽였던 자기 자신을 고집하고 관철하려는 것을 보면 말이죠.

미칠듯이 사랑하고 폭풍 같은 연애 끝에 결혼한 부부가 세월이 흐르면서 마음의 담을 쌓고 서로가 고독 속에 갇혀 지옥 같은 결혼 생활을 유지하는 경우를 보면, 연애가 곧 결혼이라는 등식은 이미 성립하지 않는 듯한 느낌이 듭니다.

그렇다면 온 몸과 마음을 녹여버릴 듯 뜨거웠던 그 사랑은 어디로 가버린 것일까요?

그리고 그 열기 식은 자리에 남은 것은 무엇일까요?


3

사람이
한 곳에 머물지 않는다 --사랑조차-- 는 것은
얼마나 잔인한 일인지 모르겠다.


4

"우리 한때는 서로 사랑했는데,
참 이상하지. 이제 아무 느낌도 없어.
...당신, 그거 어떻게 생각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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