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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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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제동『김제동이 만나러 갑니다』 1 고현정 - 연애 안 해요? - 왜 안하고 싶겠어. 그런데 냉정히 말해 나에겐 아내 역할을 해줄 사람이 필요해. 내가 아내가 될 자질이나 소양은 부족한 것 같아. 나의 변덕스러움과 고집스러움, 말도 안되는 논리를 아내의 마음으로 항상 응원해 주는 사람 말야. 그리고 내가 말하는 결혼의 의미는 같은 방을 쓴다는 것보다는 기업합병에 가까운 의미라고 해야 하나? 어쨌든 서로를 인정하고 존중하면서 내 편, 내 동지가 돼지는 거지. 돈은 내가 벌 수 있으니까 돈 벌어야 할 책임감은 안 가져도 돼. 2 정호승 - 제가 선생님 시를 좋아하게 된 계기가 '수선화에게'를 읽으면서였어요. 외로우니까 사람이라는 말, 산그림자도 외롭다는 말............ - 그 시는 50대 초반에 썼어요. 당시에 제 친구 하나가 저..
은희경『소년을 위로해줘』 1 아주 가끔 듣는 아빠 이야기 중에도 비슷한 게 있다. 성실한 술꾼이라서 얼굴 보기 힘들었지만 아빠는 어쩌다 집에 있을 때에도 혼자 시간 보내는 걸 좋아했다. 구석방에 틀어박혀 음악을 듣고 책을 읽고 지뢰찾기게임에 열중했다. 엄마는 엄마대로 마루에서 혼자 텔레비전 드라마를 보며 브라운관과 대꾸놀이를 시작하고. 등장인물이 '밥 먹었어?'라고 말하면 '입맛 없어' 라고 쌀쌀맞게 대답하고 '나가서 바람 쐬자'에 '싫어, 귀찮아'라고 튕겨보는 식이었다. 그러다가 그게 혼잣말놀이가 되기도 했다. 삼식 분에 한번 정도, 나, 결혼했나? 라고 중얼거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몇 번 되풀이하다보면 목소리가 점점 커졌고 나중에는 문이 닫힌 구석방을 향해 던지는 질문으로 바뀌었다. 있잖아! 나, 결혼했어? 2 - 염세주의는..
정유정『7년의 밤』 고양이는 천둥이 치기 전에 뇌에 자극을 느낀다고 한다. 인간의 뇌 변연계에도 비슷한 감관이 하나 있다. 재앙의 전조를 감지하면 작동되는 '불안' 이라는 이름의 시계. 자리에 누운 후로도 나는 잠을 이루지 못했다. 째깍대는 초침소리를 들으며 기억 속으로 뒷걸음질 쳤다. 7년 전 그 날, 아저씨와 경찰서에서 헤어진 후로.
미치오 슈스케『용의 손은 붉게 물들고』 가슴속에 고통을 떠안은 사람이 묘지로 발길을 돌리는 것은 죽은 자에게는 귀가 없다는 걸 알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흙 속에 잠든 소중한 상대에게 자기 목소리가 닿는다면 렌도 여기까지 찾아오진 않았다.
그레그 모텐슨, 데이비드 올리비에 렐린『세 잔의 차』 1 더블라 머피 "산의 경치를 묘사할 때 흔히 쓰이는 형용사는 이곳에 맞지 않는다. '경치'라는 말 자체가 우스꽝스러울 정도로 어울리지 않는다. '장엄함'이니 '웅대함' 같은 말은 식물계라는 것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일깨워 줄 풀 한포기, 작은 덤불 하나 없이 무한하게 구불구불 이어지는 이 좁고 어둡고 황량하고 깊은 협곡을 묘사하는 데는 쓸모가 없다. 이따금 거품이 하얗게 부서지는 비취색 인더스 강만이 회갈색 바위산과 깎아지른 듯한 절벽과 가파른 경사에 이채를 더한다." 2 "발티스탄에서 성공하고 싶다면 우리 방식을 존중해주어야 하네." 하지 알리는 차를 후후 불면서 말했다. "발티 사람과 처음에 함께 차를 마실 때, 자네는 이방인일세. 두 번째로 차를 마실 때는 영예로운 손님이고, 세 번째로 차를 마시면..
베르나르 베르베르『신』 1 - 1에서 9까지의 수 가운데 하나를 생각해. 그런 다음 그 수에 9를 곱해 - 거기서 5를 빼 - 네가 얻은 수를 구성하는 숫자들을 더해서 한 자릿수를 만들어. 예를들어 35가 나왔다면 3과 5를 더해서 8이 되게 하는거야. 만약 그렇게 더해서 나온 수가 여전히 두 자릿수이면 한 자릿수가 될 때까지 더해. - 네가 얻은 수를 알파벳의 한 글자와 연결시키는 거야. A는 1, B는 2, C는 3 하는 식으로 말이야. 이제 네 머릿속에는 글자 하나가 있어. - 이제 유럽에 있는 나라들의 영어 이름 중에서 그 글자로 시작하는 것들이 있는지 생각해 봐. 그 가운데 하나를 선택해. - 그 나라 이름의 마지막 글자를 보고, 그 글자에 과일 하나를 연결시켜 - 네가 연상한 과일은 키위야. 2 142,857 여러 ..
연인이기 이전에 연인이기 이전에 가슴을 열어놓고 만날 수 있는 친구였으면 좋겠습니다 사소한 오해들로 상처받지 않고 등 돌리지 않고 그렇게 오랜 시간 동안 함께 할 수 있는 친구였으면 좋겠습니다 연인이기 이전에 같은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좋은 동료였으면 좋겠습니다 서로가 작은 꿈 하나씩을 가슴에 묻고 그 꿈의 성취를 위해 함께 노력할 수 있는 좋은 동료였으면 좋겠습니다 연인이기 이전에 서로가 홀로 설 수 있는 사람들이었으면 좋겠습니다 사랑 안에서 무엇인가를 기대하기보다는 그 사랑을 위해 아낌없이 베풀 수 있는 마음이 넉넉한 사람들이면 좋겠습니다 그렇게 연인이기 이전에 우리 사랑의 소중함을 아는 사람들이면 정말 좋겠습니다 이름 없는 들꽃을 아끼는 마음으로 서로의 영혼을 감싸 안을 줄 아는 가슴이 따뜻한 우리였으면 정말 좋..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에게 물어볼 이야기들이 있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을 사랑했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가벼운 마음으로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많은 이들을 사랑해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열심히 살았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자신있게 말할 수 있도록 나는 지금 맞이하고 있는 하루하루를 최선을 다하며 살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사람들에게 상처를 준 일이 없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얼른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나는 사람들에게 상처 주는 말과 행동을 하지 않아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나에게 삶이 아름다웠느냐고 물을 것입니다. 그때 나는 기쁘게 대답하기 위해 지금 내 삶의 날들을 기쁨으로 아름답게 가꾸어 가야겠습니다. 내 인생에 가을이 오면 나는 가족에게 부끄러움이 없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