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민우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
1 1년 동안 런던에서 일본, 중국 친구들과만 어울렸다. 영국인들은 못 알아듣는 동북아 3국의 영어가, 완벽하게 이해되었다. 특히 일본인과는 누구 발음이 후진가로 치열하게 다투었고, 내가 너보다는 낫겠지, 불안하게 서로에게 고마워했다. 영국인이 말을 걸까 봐 늘 땅을 보며 걸었다. 카페에서 포크 하나 달라는 말을 여덟번을 한 적도 있었다. 포크, 풔크, 포호호크. 혹시 Pork인가? 포올크, 포오르크, 포옥크. 한국에서 옛 직장 후배들이 놀러 와 런던 시내를 돌던 중이었다.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돼지, 돼에지, 두에지, 이러고 있었던 것이다. 손가락 세 개로 찌르는 시늉을 하자, 그제야 그 잘난 플라스틱 포크를 내게 건넸다. 이 해괴한 말을 제대로 하는 날이 올까? 여전히 자막 없이 영화를 보는 건 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