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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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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럴 실즈 『스톤 다이어리』 1 "여자의 삶이란 가슴 아래에서 약동하는 생명을 느끼지 못한다면 양배추 한 접시만도 못한 거라우. 보살필 아이가 있다는 것, 그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기까지 지켜본다는 것, 그게 사랑이지. 우린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또 신 앞에서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남편을 영원토록 사랑할 거라고 서약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낳은 피붙이라우." 2 나로서는 단 한번도 소멸된 시간을 이해해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처럼 계절이 부풀어올랐다가 사그라지는 것이나, 한 해가 끝나고 또 한 해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 인간들이 본질적으로 무력하다는 것과, 우리 인생의 태반이 낭비되고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 문장의 일부분조차 입..
에밀 아자르 『자기 앞의 생』 1 그때 나는 그 처녀에게 평생 잊지 않겠다고 약속을 했어. 그래서 오랜 세월이 지났지만 아직도 잊지 않고 있단다. 사실, 가끔씩 걱정이 됐지. 살아가야 할 날이 너무 많았고, 더구나 기억을 지워버리는 지우개는 하느님이 가지고 계시니, 보잘것없는 인간인 내가 어떻게 장담할 수 있었겠니? 그런데 이제 안심이구나. 나는 죽을 때까지 자밀라를 잊지 않을 수 있을 거야. 죽을 날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2 그들에게 얘기를 하고 나니 기분이 좀 나아졌다 끔찍했던 일들도, 일단 입 밖에 내고 나면 별게 아닌 것이 되는 법이다. 3 지금 생각해보면 그녀는 무척 아름다웠던 것 같다 아름답다는 것은 우리가 누구를 어떻게 생각하는가에 달려 있는 것이다.
박민우 『지금이니까 인도 지금이라서 훈자』 1 1년 동안 런던에서 일본, 중국 친구들과만 어울렸다. 영국인들은 못 알아듣는 동북아 3국의 영어가, 완벽하게 이해되었다. 특히 일본인과는 누구 발음이 후진가로 치열하게 다투었고, 내가 너보다는 낫겠지, 불안하게 서로에게 고마워했다. 영국인이 말을 걸까 봐 늘 땅을 보며 걸었다. 카페에서 포크 하나 달라는 말을 여덟번을 한 적도 있었다. 포크, 풔크, 포호호크. 혹시 Pork인가? 포올크, 포오르크, 포옥크. 한국에서 옛 직장 후배들이 놀러 와 런던 시내를 돌던 중이었다.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돼지, 돼에지, 두에지, 이러고 있었던 것이다. 손가락 세 개로 찌르는 시늉을 하자, 그제야 그 잘난 플라스틱 포크를 내게 건넸다. 이 해괴한 말을 제대로 하는 날이 올까? 여전히 자막 없이 영화를 보는 건 불..
이승우 『지상의 노래』 1 사랑에 빠진 사람의 시력 문제는 보지 못하는 것이 아니라 너무 잘 보는 것, 보이지 않는 것을 보는 것, 더 분명하게는 보고 싶지 않은 것은 보지 않고 보고 싶은 것은 확대해서 보는 데 있다. 그러니까 만난 지 얼마 안 된 남자가 당신은 내 첫사랑을 닮았어요, 하고 고백할 때, 그 사람은 거짓말을 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자기가 사랑에 빠졌다고 고백하고 있는 것이다. 자기도 모르게 자기에게 속고 있을지언정 상대를 속이고 있는 것은 아니다. 2 논리에 맞는 생각은 사랑 이전이나 이후의 것이다. 논리에 맞게 생각하고 논리에 따라 말하는 사람은 아직 사랑하지 않거나 이제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 사람이다. 3 오지랖이 넓고 매사에 적극적인 사람은 자기 때문에 불편해 하는 사람이 있다는 걸 결코 이해하지 못하는..
허경희 『인문학으로 떠나는 인도여행』 힌두3대 신 : 브라마, 비슈누, 시바 비슈누 Vishnu : 자비와 선의 구현. 보호의 신 시바 Siva : 파괴의 신. 죽음과 시간의 화신 락슈미 : 부와 행운의 신 브라마 & 사라스바티 비슈누 & 락슈미 시바 & 파르바티 크리슈나 & 라다 1. 마츠야(물고기) 2. 쿠르마(거북이) 3. 바라하(멧돼지) 4. 나라싱하(사자인간) 5. 바마나(난쟁이) 6. 파라슈라마 7. 라마 8. 크리슈나 9. 붓다 10. 칼킨 비슈누의 배꼽에서 창조의 신 브라마 탄생 다우리 Dowry : 신부의 결혼 지참금 사티 Sati : 사망한 남편을 화장하는 장작더미에 살아 있는 부인을 함께 화장시키는 풍습 카르마 Karma : 윤회원리
하워드 제이콥슨 『영국 남자의 문제』 1 "힘내" 사람들은 구내식당에서 그를 만나면 이렇게 말하곤 했다. 하지만 그는 그 말을 들을 때면 그저 울고 싶었다. '힘내' 그건 정말 슬픈 말이었다. 기대할 것이라고는 힘내는 것밖에 없다면, 그가 힘을 낼 가능성이 없음을 인정할 뿐 아니라 힘내서 할 일도 별로 없음을 시인하는 셈이니까.
박지영 『지나치게 사적인 그의 월요일』 1 그랬다. 역사는 과거에 쓰인 것이 아니라 미래의 시점에서, 성공한 자의 관점에서 다시 쓰이는 것이었다. 개인의 역사도 마찬가지였다. 그러므로 해리에겐 역사가 없는 것이나 마찬가지였다. 보관될만한 과거 따윈 없었다. 매일의 그럴 수 있었던 순간들이 그렇게 되지 못해서 만들어진 게 지금의 해리였다. 2 인간은 누구나 어느 정도 악에 대한 갈증을 느낀다. 오렌지를 짜면 즙이 나오듯, 사람을 쥐어짜면 일정 성분의 악이 나오기 마련이었다. 인간이란 자신의 악의로 가득한 과즙을 숨겨둔 채, 타인이 쥐어짠 그 신 과즙을 은밀히 마시고 싶어 하는 건지도 모른다. 3 자신의 과거를 제대로 쓰지 못한 사람에게도 미래의 시간과 가능성이 공평하게 주어지는 것은 공평함이 아니라 불공평함이다. 과거를 열심히 쌓아 올리지 않았..
조너선 사프란 포어 『엄청나게 시끄럽고 믿을수없게 가까운』 1 왜 모든 것을 마지막처럼 대하는 법을 배우지 못했을까, 가장 한스러운 것은 미래를 너무 많이 믿었다는 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