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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캐럴 실즈 『스톤 다이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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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여자의 삶이란 가슴 아래에서 약동하는 생명을 느끼지 못한다면 양배추 한 접시만도 못한 거라우.

보살필 아이가 있다는 것, 그 아이가 자라서 어른이 되기까지 지켜본다는 것, 그게 사랑이지.

우린 남편을 사랑한다고 말하고, 또 신 앞에서 죽음이 우리를 갈라놓을 때까지 남편을 영원토록 사랑할 거라고 서약하지만,

우리가 정말로 사랑하는 것은 우리가 낳은 피붙이라우."

 

 

2

 

나로서는 단 한번도 소멸된 시간을 이해해본 적이 없다.

다른 사람들처럼 계절이 부풀어올랐다가 사그라지는 것이나, 한 해가 끝나고 또 한 해가 시작됐다는 사실을,

의식적으로 받아들이기가 쉽지 않았다.

이러한 일들은 우리 인간들이 본질적으로 무력하다는 것과, 우리 인생의 태반이 낭비되고 불투명하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 문장의 일부분조차 입에서 걸리는 것이다.

따라서 '십이 년이 지났다'고 말한다는 것은 곧, 전기적인 논리성을 부인하는 행위인 것이다.

어떻게 그리 많은 시간에 그렇게 아무 일도 없을 수 있을까?

어떻게 그 시간이 깨끗이 사라질 수 있을까?

잘못 놓인 채 잊히고 만 달, 주일, 나날, 시간들은 물론,

우리의 육신이 절정에 이르고 두 번 다시 오지 않을 만큼 온갖 감정의 맹공격을 받도록 되어 있는 인생의 값진 시가들까지.

......

.........

물론 삶을 자세히 열거한다는 것은 사기나 다름없는 짓이다.

나도 그 사실을 시인하는 바이다.

그것이 설혹 우리 자신의 이야기라고 하더라도 꺼림칙할 정도로 왜곡되게 마련이니까.

사실상 우리의 존재가 그토록 단순한 수용체라고 믿는다는 것은 너무나 놀라운 일이다.

그 십이 년 동안 나의 아버지가 아침마다 먹은 죽은, 어떤 때에는 묽었고 어떤 때엔 진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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