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1년 동안 런던에서 일본, 중국 친구들과만 어울렸다. 영국인들은 못 알아듣는 동북아 3국의 영어가, 완벽하게 이해되었다. 특히 일본인과는 누구 발음이 후진가로 치열하게 다투었고, 내가 너보다는 낫겠지, 불안하게 서로에게 고마워했다.
영국인이 말을 걸까 봐 늘 땅을 보며 걸었다. 카페에서 포크 하나 달라는 말을 여덟번을 한 적도 있었다. 포크, 풔크, 포호호크. 혹시 Pork인가? 포올크, 포오르크, 포옥크. 한국에서 옛 직장 후배들이 놀러 와 런던 시내를 돌던 중이었다. 후배들이 보는 앞에서, 돼지, 돼에지, 두에지, 이러고 있었던 것이다. 손가락 세 개로 찌르는 시늉을 하자, 그제야 그 잘난 플라스틱 포크를 내게 건넸다.
이 해괴한 말을 제대로 하는 날이 올까? 여전히 자막 없이 영화를 보는 건 불가능하지만, 영어 공포증은 사라졌다. 못 알아들으면 Pardon? 한다. 천천히 말하라고, 발음을 다시 해달라고 부탁한다. 뻔뻔해졌는데 이게 맞다고 생각한다.
서로의 마음을 알고 싶어, 도구를 쓴다. 그 도구가 언어다. 도구에 쩔쩔매다니. 망치, 컴퓨터, 이쑤시개에 공평하게 쫄지 않을 거면, 우린 영어를 얕잡아봐야 한다. 너는 내게 들릴 의무가 있는 것이다. 얕잡아본 이후에 나의 영어 실력은 많이 늘었다.
2
돌덩이들이 쌓여 있었다. 자연의 힘이라기엔 인위적이고, 사람들이 일부러 그랬다 하기엔 거대했다. (함피)
3
두 발 디딘 이곳이 전부인 사람. 머무는 곳을 머물 때까지 사랑하고, 새로운 곳에서 새로운 사랑을 시작하는 사람. 그런 사람은 과거를 미화하지 않고, 미래에 모든 걸 걸지 않는다. '지금'과 '여기'의 가치에 헌신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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