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rying In H Mart 을 같이 읽었던 친구가 추천해 준 책이다.
읽다보면 종종 Crying In H Mart 를 떠올리게 되는 책이라면서......
이 역시 에세이이고, 작가 그레이스 역시 미셸처럼 미국인 아빠, 한국인 엄마를 둔 혼혈아이다.
미셸과는 나이차이가 좀 있으므로, 그러니까 세대의 차이가 나므로 여러가지 다른 상황도 많지만
비슷한 점이 정말 많았다.
그레이스의 아빠는 한국 전쟁 당시 선원으로서 미군에 물자를 나르는 일을 했고,
엄마는 전쟁으로 가족 여럿을 잃고 힘들게 살아가다가 부산에 있는 기지촌에서 일하던 사람이다.
책을 읽으면서 몰랐던 사실들도 많이 알게 되었는데,
나라에서 혼혈아들을 달갑게 여기지 않아 적극적으로 해외 입양을 독려했다는 사실이
개인적으로는 꽤나 큰 충격이었다.
그 중엔 진짜로 양부모의 사랑을 받고 훌륭하게 큰 아이들도 많겠지만,
한편 구박을 당하거나 제대로 교육받지 못해 삐뚤어진 아이들도 많을거라는 정도로 생각했는데,
다 큰 여자아이를 입양한 가정에서는 그 아이를 거의 식모처럼 여겼다는 사실도 놀라웠다.
그렇게까지는 생각하지 못했었는데.....
한국에서는 기지촌에서 일하다 미국남자를 만났다는 이유로 홀대 받다가,
미국에서는 낯선 동양 여자라는 이유로 외면 당했던 그레이스 엄마의 삶이 참으로 안쓰럽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씩씩하게 잘 살았으면서, 왜 마음의 병을 얻으셨는지.....에긍~
그리고....미국 아빠들은 왜 이렇게 나약한거야. 미셸 아빠도 그렇고, 그레이스 아빠도 그렇고 ㅠ.ㅠ
자식을 버리고 자기 나라로 가버리는 사람들에 비한다면야 훨 나은 사람들이긴 하지만~~~
특히 그레이스 아빠는 자신의 아이도 아닌 첫째까지 함께 책임져 주었다는게 대단하긴 하다.
나도 외국에 살아봐서 한국 음식 소중한걸 알기는 하지만, 그래도 음식 때문에 향수에 시달릴 정도는 아니었는데
아무래도 우리 윗세대들은 그게 좀 더 강했나보다.
미셸 엄마도, 그레이스 엄마도 열심히 재료를 구해 한국 음식을 해먹고 하던게 인상적이었다.
꽤나 두꺼운 책이었는데 곰방 다 읽어버렸다.
다만 좀 아쉬운점이 있다면 소설처럼 뒤에 가서 극적인 반전이 있을게 아님에도
초반에 스포를 다 해버린 후에 뒤에 설명을 덧붙이는 식이다보니,
시간 순서가 뒤죽박죽인게 독자 입장에서는 좀 헷깔리는 부분이기도 했다.
그러다보니 (작가가 그렇게 적어서였겠지만) 번역이 의아한 부분도 많았다.
나중에 나는 ~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라는 식으로 문법적으로 어색한 문장이......
원래대로라면
나중에 나는 ~ 였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다.
라고 해야 맞는건데 말이지~~~~은근 이런 부분이 많았음. 쩝~
엄마가 조현병에 걸린 이유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공부도 하고, 연구도 하고, 책도 쓰게 되었겠지만
무엇보다 자신의 가정사와 힘들었던 어린 시절 경험들을 낱낱이 적어내는게 쉬운 일은 아니었을텐데.....
작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낸다.
아참.....전쟁 같은 맛....은 바로~ 분유의 맛이었다.
미국이 우리나라를 어떻게 생각하고 대하는지 왜 미사대주의자들은 모를까 짜증이 나서 정치뉴스를 잘 안보는데,
작가는 미국에서 자란 사람임에도 불구하고 우리 나라와 미국과의 관계를 제대로 알고 통렬하게 적어주어 속이 시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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