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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3년

루리『긴긴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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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이가 학교에서 읽었다며 얘기를 해줘서 알고 있던 책인데,

몇몇 지인들이 읽고 울었다는 얘기를 해서......나도 한번 읽어보기로 했다.

우선......3주를 기다려 대출을 할 수 있었는데, 3시간이 채 못 되어 다 읽어버렸네.

아무래도 어린이도서라 글자도 크고 두께도 얇은 편이었다.

 

이름도 가지지 못한 '나'가 치쿠, 윔보, 노든 덕분에 무사히 태어나 바다를 만나는 이야기.

우선 노든의 삶이 너무 고달파서 내내 안쓰러웠고,

치쿠는 너무 귀여웠다.

인간들이 동물들에게 하는 나쁜 짓이 부끄러웠고,

잘 돌본다고 하는 일들이 결국 동물들에게는 귀찮은 일이 될 수도 있다는 사실에 대해

처음으로 생각해보게 되었다.

 

한 친구는 "그게 생긴거만 어린이 도서지, 결국 어른이 되어야 완전히 이해할 수 있는 책이야."

라는 얘기를 했는데 왜 그런말을 했는지도 알 것 같았다.

다 읽고 나니 긴긴밤이라는 제목도 참 처연하게 들린다.

개인적으로는 눈물을 흘릴만큼의 깊은 감동을 받은 책은 아니었지만,

가을이가 이 책을 감명깊게 읽었다는 사실에 감동했다 ^^

 


 

1

코끼리는 강했다. 

마음만 먹으면 바람보다 빨리 달려서 상대를 받아 버릴 수도 있었고,

물소 열 마리보다 무거운 몸통으로 상대를 깔아뭉갤 수도 있었다.

하지만 코끼리는 무모하지 않았다.

그래서 쉽게 화를 내지 않았다.

화를 내면 그것은 곧 싸움으로 번졌고, 싸움은 죽음을 부르는 일이었다.

코끼리는 스스로의 목숨도, 남의 목숨도 함부로 여기지 않았다.

그것이 코끼리들의 지혜였다.

노든은 현명한 코끼리들이 좋았다.

 

2

노든은 코끼리들의 말을 하나도 빼놓지 않고 기억했지만,

당시에 자신이 어떻게 했는지는 잘 기억하지 못했다.

그는 그때 작별 인사를 제대로 하지 못했다고 늘 아쉬워했다.

 

3

치쿠와 윔보는 버려진 알을 품게 되면서 오만가지 걱정을 하기 시작했다.

알이 부화를 하지 못하면 어쩌지부터 시작해서,

동물원을 싫어하지는 않겠지, 아빠가 되는 건 처음인데 잘할 수 있을까,

배가 아프다고 할 때는 어떻게 해야하지, 어디가 아픈지도 모르면 어떡하지,

수영은 언제부터 가르치면 좋을까, 친구들이 괴롭히면 우리가 가서 혼내 줘야 하나,

외롭지 않았으면 좋겠는데, 훌륭한 펭귄으로, 아니, 그럭저럭 괜찮은 펭귄으로 키울 수 있을까....

걱정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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