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아이들은 대부분의 경우 자신들에게 가해지는 체벌의 정당한 까닭을 전혀 알지 못한 채로,
또는 어렴풋하게 짐작만 한 채로 억울하게 당한다는 걸 어른들은 모를 것이다.
2
옛날에 나는....어쩌고 하는 투의 자기과시를 곁들인 감상적인 회상이, 회상하는 개인을 제외한 다른 모든 사람에게 무슨 의미를 주겠는가.
모든 과거는 기억된 과거일 뿐이며, 모든 기억은 검열된, 또는 취사선택된 기억일 뿐이다.
시간은 독하고, 나의 자아는 너무 많은 층으로 둘러싸인 거대한-작은 우주다.
3
해갈의 물 한 방울도 준비해 두지 않고서 목마른 사막으로 나를 끌고 가지 마라.
욕망아, 너는 어쩌면 그렇게 갈증에 허덕이기만 하느냐.
이곳에 머물러라.....
4
'나'는 그 즉시 어떤 대답인가를 하지는 않는다.
한쪽이 말을 그치면 대화는 이어지지 않는다.
논쟁은 더욱 불가능하다.
5
나는 그때 알았다.
순수야말로 가장 큰 유혹이라는 것을.
순수한 것일수록 못 참을 유혹이라는 것을.
수도자들은 어떤 사람들인가.
가장 큰 유혹에 매혹당해 작고 사소한 유혹들을 버린 사람들이다.
그들은 유혹과 싸우는 자들이 아니라 유혹에 투항한 자들이다.
하나의 큰 유혹에 항복함으로써 사소한 여러 유혹들을 일거에 무찌른 자들이다.
6
마음과는 상관없이 거친 행동이 가속화되는 현상을 설명할 수가 없었다.
그의 몸속에 악마가 들어 있는 것일까, 하고 질문하는 것은 무책임하다.
그것은 모든 악덕의 책무로부터 인간을 건지고 그 짐을 모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악마라는 추상에게 지우려는 목적으로 사람들이 고안해 낸 간교한 술수에 지나지 않는다.
악마라면, 그 악마는 인간일 것이다.
인간보다 더 악마다운 악마가 어디 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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