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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구경모 외 『여러 겹의 시간을 만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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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일명 과학이라는 이름으로 수천 년 존재했을 문화와 문명에 대하여 한편으로 경외심과 동경하는 마음을 가지고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지금의 현대 문명이 과거의 그 어떤 문명보다 월등하고 진보적이라는 생각을 가지고 있는 듯하다.

이것이야말로 우리들이 과거를 평가하는 이중적인 모습일 것이다.

시공간을 뛰어넘어 모든 사회의 문명과 문화는 그 자체로 존재 이유와 방식을 내재하는 총체적인 결정체로 이해해야 한다.

새삼스럽게 문화상대주의를 내세우려는 것이 아니라, 우리가 '교양 있음'으로 이해하는 '문명화됨'은 서구사회가 지난 2~3세기 동안

동시대의 다른 지역의 타문화를 열등한 것으로 규정하고

서구인들의 전통적인 미개인관을 발전시킨 토대가 되었다는 사실에 주목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들은 이 같은 서구식 문화적 편견을 그대로 받아들여 '미개'와 '문명'을 구분 짓는 것에 익숙해져버렸기 때문이다.

 

1492년 콜럼버스가 발견한 아메리카는 미개와 야만이 넘치는 곳이 아니었다.

유럽인들은 자신들이 발견한 신대륙을 '미개한 사회'라고 믿고 싶었고,

서구 문명과 종교를 전파해야 하는 그들의 사명은 침략과 정복행위를 정당화하는 것이었으며,

지난 500여 년 동안 라틴아메리카 대륙을 수탈할 수 있는 식민지 지배 이데올로기의 수단이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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