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공지영 작가를 좋아했던 이유는
냉소적이면서도 위트있고, 그러면서도 감성적인 글이 좋아서였다.
정유정 작가의 글은 일정 부분 공지영 작가의 글을 읽었을 때 느껴지는 것과 일맥 상통한다.
문장 하나하나가 위트있고 진지한 내용과 대조되는 골때리는 문장 덕에
글을 읽는 내내 '글을 읽는 즐거움'을 느끼게 한다.
많은 소설들이 초반에....그러니까 대충 무슨 이야기인지 파악이 되기 전까지는
재미있다는 느낌을 못 받을수도 있는데
정유정 작가는 그런 부분을 위트있는 문장으로 확 덮어버린다.
내용은 전혀 웃긴 내용이 아닌데 주인공의 생각과 말과 행동으로 비실비실 웃다보면
어느 순간 중심 스토리에 빠져들게 된다.
이 소설은 하나의 장편소설이지만 세 개의 단편이 엮인 연작소설을 읽는 기분도 들었다.
해상과 제이의 이야기
경주의 이야기
경주의 드림시어터에서의 삶 이야기
얼마전에 읽은 이정명 작가의 안티 사피엔스에 대한 얘기를 가족들에게 하면서,
지금 우리는 물리적인 몸에 깃든 정신을 영혼이라고 부르잖아?
미래에는 현재 인간의 몸은 사라지고 기계가 그걸 대신 할 것 같아.
그리고 우리의 정신....그러니까 영혼이 그 기계에 깃들어 사는거지.
예를들어 내 의식은 냉장고에 심어지고, 너의 의식은 어떤 다른 기계 안에서 살고, 어쩌고 저쩌고....
열심히 얘기를 하는데 봄이가 벌떡 일어났다.
뭐야, 엄마가 얘기하는데 막 가버리는거야? 했더니 학원 갈 시간이라며 ㅋㅋㅋ
거기다 대고 남편님은 엄마가 헛소리를 계속 하니까 가는거 아니겠냐며 ㅋㅋㅋㅋㅋ
와~ 헛소리라니....나 얼마나 깊이 사유한 끝에 하는 얘기인데!!
그 와중에 가을이는 묻는다. 그래서 엄마는 냉장고가 되고 싶다고?
ㅋㅋㅋ아니지. 그건 예를든거고~~~ 나 주방가전 싫어. 되도록이면 움직일 수 있는걸로...음...로봇청소기? ㅋㅋ
영원한 천국을 읽으면서 다시 한 번 비슷한 생각을 했다. 아니, 할 수 밖에 없었다.
김영하 작가, 이정명 작가, 정유정 작가....내가 좋아하는 작가 세 명이 입을 모아 얘기하고 있다.
우리의 정신이 데이터화 되어 육신은 사라지고 정신만 영생하는 순간이 오고야 말거라고~
해상과 제이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바하리야 사막에 꼭 가보고 싶어졌다.
거기가 어디야? 하며 검색해 봤는데.....정말 멋진 곳이더군.
경주의 이야기를 읽으면서는 앵무새를 키우고 싶어졌다. 공달은 이 책에서 가장 매력적인 캐릭터다.
그런데 롤라까지는 이해가 되었는데, 롤라 극장과 드림시어터에 대해서는 아직 완전히 이해가 되지 않았다.
언젠가 이 책도 다시 한 번 읽어봐야 할 것 같다.
어쨌거나......정유정 작가의 멋진 글을 또 읽을 수 있어서 행복한 시간이었다.
요즘엔 알바할 때만 책을 읽었는데....간만에 밤새워 읽었네.
정유정 작가 책을 읽을 땐 항상 그랬던 것 같다. 내일을 위해 할 수 없이 꼭 자야하는 시간, 마지노선까지 버티기~
전에 인문학 콘서트에서 만났을 때 사랑이야기를 쓸 생각이 없냐고 물었었다. 정유정식 사랑이야기가 궁금하다고.
그땐 없다고 하셨었는데~~~ 이렇게 절절하고 애틋한 사랑 이야기를 넣어주셨네.
것도 정유정스럽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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