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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4년

이정명『안티 사피엔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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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명 작가라서~ 일단 샀다.

이정명 작가의 책이 늘 그렇듯 이야기의 힘이 강해서,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순식간에 읽었다. 역시 가독성이 좋다.

그러나 아쉬운 부분도 없지 않다.

우선 시대적 배경이 애매하다.

현대라고 하기엔 과학의 발달이 현재보다 많이 된 상태고, 미래라고 하기엔 또 조금 현대적이다.

작가의 말에서는 이 책을 구상할 때까지만 해도 먼 미래의 일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지금은 이미 이루어진 것도 많기 때문에 현 미래라고 해야 할 것 같다고 했는데....그런 것 같다.

 

AI가 사람을 지배하게 되는 상황에 대해 읽을 때는 아주 어릴때 봤던 영화가 문득 떠올랐다.

다른건 전혀 기억나지 않는데, 마지막 딱 한 장면이......방안에 설치된 CCTV를 통해

기계가 인간에게 말하고 통제하는 장면.....그때는 놀라운 장면이었지만, 지금은 누구나 한버쯤

생각해볼법한 일이다.

신체는 사라지고 없지만 정신만은 데이터로 남아 살아있는 것과 다름없는 상태.....

그리고 그들이 결국 마지막에 찾는 곳은 IT랑은 전혀 상관없는 세계라는 것....

이건 김영하 작가의 작별인사가 생각났다.

변하는 시대에 대한 작가 자신의 고찰의 결과겠지만,

그쪽에 앞섰다는 점에서 이정명 작가는 조금 손해를 보고 시작하게 된 것 같다.

현실세계와 가상세계를 넘나들면서 생활하는 현대인에 대한 이야기도 있는데,

다마고치를 키우고 싸이월드를 기웃거리고 메타버스를 통해 회의를 하는 시대를 살고 있으니

그 역시 말도 안되는 미래는 아닐것이지만 조금 무섭기도 했다.

요즘 아이들이 상대방의 눈을 바라보지 않고 각자 손에 쥔 폰을 쥔채로 많은 시간을 보내는 것이

나는 너무나 안타까운데......점점 더했음 더했지 덜해지진 않을 것 같다.

작가는 그런것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었던 것 같다.

언젠가 아주 먼 미래가 되면, 지구에 살아있는 생물은 없고 유령도시 같은 인간이 살던 흔적만 남아있고,

온갖 기계에 인간들의 정신만 데이터의 형태로 남아 있게 될까?

그때가 되면 기계는 신체, 거기에 심어져 있는 데이터는 영혼이라 불리게 될까?

그렇다면 나는.....어떤 기계를 내 몸땡이로 삼을까? ㅋㅋㅋ재봉틀? 푸핫~

 


 

1

알 수 없는 끝없는 검사와 판독, 의미가 확실치 않은 의사 소견, 반복되는 호전과 악화,

늘어가는 알약의 개수와 몸에 연결된 튜브들, 매일 마주하는 새로운 부작용과 합병증,

도를 더해가는 통증과 더 독한 진통제....

그건 죽음을 이기거나 물리치는 것이 아니라 죽음에 이르는 과정을 연장하는 데 지나지 않을 것이다.

죽음의 회전목마는 멈추는 법이 없고 일단 올라타면 멈출 수도 중간에 내릴 수도 없다.

녹이 슬고 마모되어 삐걱거리는 소리를 내면서도 끝없이 돌아갈 뿐,

나는 끝없는 고통을 재생산하는 회전목마에 오르지 않을 것이다.

 

2

우리는 안간힘을 다해 오래전에 잃어버린 능력을 불러낸다.

계산기 없이 셈을 하고 친구와 이웃의 생일을 기억하고 고장난 라디오를 스스로 고치는 능력을.

(그렇다. 예전엔 수십개나 되는 친구들의 전화번호를 다 외웠었다.

지금은.....딱 여섯개 외운다. 지금 우리 가족 + 내 원 가족 ㅋㅋ)

 

3

작은 속임수가 반복되면 확고한 진실이 된다.

한 번 들으면 그럴 리가 없다고 생각하지만 두 번 들으면 그럴지도 모르겠다고 생각하고

세 번 들으면 그럴 거라고 믿고 네 번 들으면 설사 그렇지 않더라도 그랬으면 좋겠다고 원하는 건

인간만이 아니다.

인간의 인식과 사고 체계를 그대로 구현한 AI도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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