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동 도서지만 재미있고 읽을만 하다는 친구의 추천으로 시작한 소설
작가는 왜 이런 대작을 아동도서로 집필하셨을까.....하는 아쉬움이 드는 책이다.
아이들에 맞춰 쓰느라 문장은 좀 쉽지만, 내용 자체는 완전 대하소설급
자료조사를 위해 작가님도 해풍이의 여정을 따라 거의 세계일주를 하신 것 같았다.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하멜표류기의 '하멜'로 부터 시작된 이야기가
여수 - 일본 나가사키 - 인도네시아 바타비아(자카르타) - 네덜란드 암스테르담 - 쿠바 아바나(하바나) - 멕시코 아카풀코 - 필리핀 마닐라
를 거친 여행 끝에 서태평양 어느 섬에서 끝난다.
주인공 해풍이는 아버지를 찾으러 떠난 여행에서 많은 이들을 만나고 헤어지며 갖은 고생을 하고 또 도움을 받아
결국 본인이 목적한 바를 다 이루는 것은 물론 유토피아 같은 작은 세상을 만들게 된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그 모든 것이 해풍이 자신이 선택한 일들에 대한 결과라는 것
(역시 아동도서다운 교훈적인 면모 ^^)
어릴때 하멜표류기에 대해 배울때는 그저 서양인이 쓴 최초의 조선 여행기....정도로만 알고 있었는데,
나중에서야 하멜이 자의로 우리나라에 와서 머물다 간 게 아니라 억류되어 있다 도망친 것이라는 걸 알게 되었다.
살짝 충격이었음 ㅋㅋㅋ
또한 이 책을 통해 일본에도 기리시딴이라는 가톨릭교인들이 있었고 박해가 있었고
순교자가 있었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다.
세계사 공부를 통해 유럽인들이 아프리카인들을 끌고 가 노예로 삼았다....는 것은 알고 있었지만,
어떻게 배에 실어 갔었는지는 몇 년 전 딸램이 보여 준 사진을 통해 알게 되었는데,
그땐 진짜 큰 충격을 받았었다.
아무리 노예라고는 하지만....살아있는 사람들을 어찌 그리 대할 수 있는지 잔인하기가 이루 말할 수가 없다.
아즈텍 문명이라는 것에 대해 설핏 기억나는 바는 있었으나 자세히 알지 못했었는데,
얼마전 멕시코 출장을 다녀온 남편님이 멕시코에도 피라미드가 있더라면서 아즈텍 문명의 멸망기에 대해 얘기해줬었다.
신기하게도 이 책에 그곳도 배경으로 나왔다.
해풍이가 태평양을 건너는 장면에선 파이이야기 생각도 조금 나고,
완이네 고향에 정착해 만든 공동체를 보며 약간 홍길동전이 떠오르기도 했다. ^^
그리고 다 읽고나서 감탄한 것 중에 하나.....
작가는 소설 초반부터 던졌던 모든 떡밥을 다 수거했다는 거다.
얼마나 치밀하게 고민하고 계획해가며 소설을 썼는지 넘나 잘 알겠더라는~~ ㅋㅋ
아이들이 그 모든 작가의 의도를 다 파악하며 읽어낼 수 있을지는 조금 의문이지만,
어쨌거나 긴 글 속에서 작가가 하고 싶은 이야기들이 뭔지 분명히 알겠고, 함께 고민해보게 되는 멋진 소설이다.
나이 불문하고 모두가 함께 읽어보면 참 좋을 책......
작가님이 작심하고 한 열권짜리 대하소설로 다시 써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드는 책....
에니메이션으로 만들어도 멋질 것 같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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