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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4년

엘런 L. 워커『아이 없는 완전한 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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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지혁 작가의 중급한국어....또는 초급 한국어에서 이런 책이 있다는 걸 알고

제목이 흥미로워 찾아 읽어보게 되었다.

아이가 없는 사람들의 삶에 대해 생각해보고, 그 장단점에 대해 나열한 책~ 이라고 생각하면 될 것 같다.

흥미롭게 읽기는 했으나, 한 권을 다 읽고 난 소감은 비슷한 얘기가 계속 반복된다는 것이었다.

 

아이를 가지면 노후에 함께 할 자식이 있고 키우는 재미를 느낄 수는 있겠지만

돈도 많이 들고, 모든 삶이 아이를 중심으로 돌아가기 때문에 자아실현이 어려울 것이라는 것.

아이를 가지지 않으면 조금 외롭고 노후에 배우자가 먼저 죽고자면 더욱 고독해질 수도 있겠지만

그건 노후대비를 잘 해놓으면 될 것이고,

사는 동안 온전히 나 자신을 위해 투자할 수 있고 시간적으로 여유로울 수 있을 것이라는 것.

무엇이 옳다 그르다, 로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니다. 다만 선택의 문제일 뿐.

과거에는 아이없는 사람들에 대한 시선이 곱지 못했다면 지금은 그렇지 않다는 것도 이야기하고 싶은 것 같았다.

대부분 사실이고 공감가는 부분도 많긴 하다.

 

하지만 한가지 생각해볼 점은,

아이를 갖지 않은 사람들은 아이를 가질 걸 그랬나? 하는 후회도 여러번 해보고,

심사숙고 한 끝에 그런 결정을 내린 경우가 많지만

아이러니하게도 아이를 가진 사람들은 깊은 고민과 계산 끝에 아이를 낳는게 아닌 경우가 대부분임에도,

아이를 낳지 말걸 하는 그랬다는 후회를 하는 사람은 비교적 적다는 것이다.

나 역시 결혼하지 않고 솔로로 살았다면 얼마나 자유로울까 하는 생각은 종종하지만,

다시 태어난다면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얘기를 하곤 하지만,

결혼을 한다는 전제라면 아이없이 사는 쪽은 생각해보지도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 때문에 내가 하고 싶은 것을 마음대로 하고 살지 못하는 것도 사실이긴 해도,

그렇다고 아이를 낳지 말걸 그랬다는 후회는 한번도 해본적이 없고.

 

책에 자주 등장하는 얘기 중 하나, 자식이 있는 사람들의 대화 주제는 너무 아이들 얘기로 점철되어 있다는 것.

그래서 그런 사람들의 대화 속에 긴 시간 함께하기는 것이 불편하다는 것이다.

그건 사실 아이 있는 사람들 쪽에서도 비슷한 생각이다.

그 얘기밖에 할 얘기가 없어서라기보다는, 하고 싶은 얘기 중 상당 부분이 아이들 얘기인데,

아이가 없다고 해서 그걸 불편해하면 오래 만나기 힘든 건 사실이다.

상대가 불편해 할까봐 아이 얘기를 덜하려고 노력하게 되니까~~~

물론 아이 얘기 말고도 할 얘기는 널렸지만, 말하자면

자연스레 나오는 대로 하는 대화가 아니라, 주제를 골라서 얘기하게 된다는 거다.

그리고 아이가 있는 사람들은 아이 없는 사람들이 자기 자신에 대해서만 얘기한다고 해서

그걸 비난하거나 불편해하지 않는데,

반대인 경우엔 아이 얘기만 하는 것을 조금 한심해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오히려 것도 좀 이상한거 아닌가. 부러워서 그런거 아냐? ㅋ

 

이 책을 읽고 있는 것을 보고 아이가

"흥! 아이 없는 완전한 삶이라고? 그게 가능할 것 같아?" 이런다.

ㅋㅋ가능한 사람도 있겠지만, 니 애미는 가능하지 않을 것 같다, 아가야~~~ ^^

 


 

1

그녀의 얘기를 듣는 동안 심리학자 지그문트 프로이트의 대처 장치가 데니즈에게 작용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바로 '합리화'라는 장치였다. 합리화란 자신에게 결여된 무언가를 설명하면서 합당한 이유를 가져다 붙이는 것이다. 즉 자신이 갖고 있지 않은 것을 두고 실은 처음부터 별로 원하지도 않았다며 스스로를 납득시키는 것이다.

 

2

"재퍼스 박사의 책을 읽고 나서 마음이 놓였습니다. 부모 노릇에 복합적인 감정을 느끼는 게 정상이고, 부모 노릇을 하다 보면 수많은 희생과 불쾌한 순간들을 견뎌야 한다는 사실을 알게 됐으니까요. 제일 안타까운 건, 다들 제게 엄마가 되는 것은 굉장한 성취감을 얻는 일이라고만 했지, 한번 부모가 되면 무를 수 없다는 사실 같은 부정적인 얘기는 해주지 않았다는 겁니다."

(깊이 공감하는 바이다. 한번 부모가 되면 무를 수 없다는 사실 ㅋㅋ아이 낳기 전에 미처 그 생각은 못하지.)

 

3

우리 여성들은 아직도 모두 해낼 수 있으리라는 말을 듣고 산다. 일에 성공해 성취감을 느끼는 동시에 좋은 부모도 될 수 있다고 말이다. 퇴근하자마자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으로 달려가 아이를 데려오고 집에 와서는 밤늦도록 살림해가며 아이들을 돌보며 살아야 하는 여성들은 대부분 불행할 수밖에 없다. 수면 시간과 개인 시간을 희생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만큼 자기 일을 즐길 수도, 부모 역할을 즐겁게 해낼 수도 없게 된다.

그동안 직장에서 남성들이 주로 차지하던 직급에 여성들이 진출하면서, 자녀 출산 문제를 더욱 신중하게 결정해야 하는 상황이 되었다. 이런 업종은 몇 년 동안 육아를 위해 업무를 중단했다가 복귀했을 때 아무 어려움 없이 바로 따라갈 수 있는 종류의 일이 아니다. <옵저버> 기사에 따르면, 1975년 이후 출생한 여성의 5분의 1은 앞으로 쭉 아이없이 살 것이라고 한다. 이들은 육아 때문에 업무에 지장을 초래하고 싶지 않기에, 아이 없이 살기로 스스로 선택했을 가능성이 높다. 요컨대 아이를 낳고 싶은 사람이든 아니든 모두 자기 인생길을 결정하기 위해 심사숙고한다는 것이다. 반면 마음의 결정을 확실히 내리지 못한 사람들은 우연의 지배를 받게 된다. 시간을 들여 의사 결정 과정을 거친 끝에 결단을 내린다면 이 문제를 확실히 마무리 짓고 마음의 평화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내 경우는 아이없이 사는 것은 내 선택의 범주에 없었고, 일과 육아를 병행할 것인가의 귀로에서는 참 많은 고민을 했던 것 같다. 내 의지와 상관없이 퇴사하게 되지 않았다면, 고생길인거 알면서도 둘다 포기하지 못했을 것 같다.)

 

4

아이가 하나든 둘이든 셋이든 아이들 일정에 맞춰 살아야 한다면 숨이 막힐 것 같다. 아이들을 동반하는 스키 여행은 생각만 해도 고생길이다. 부부만이 아니라 온 가족의 스키장 입장료를 내고 모두에게 스키복을 갖춰 입히고 간식까지 사 먹여야 할 테니 비용도 만만치가 않다. 스키장에 갔다 해도 스키를 즐기기보다는 종일 아이들을 지켜봐야 할 것이다. 아이들을 데려가지 않기로 한다 해도 아이들을 돌봐줄 사람을 찾고 비용을 지불해야 한다.

만약 아이들을 두고 부부끼리만 스키를 타러 가도 죄책감을 느낄 것 같다. 평소 우리 부부는 캐나다에서 스키를 탄 후 벤쿠버에 들러 저녁을 먹고 느긋하게 귀가한다. 그런데 아이들이 있다면 피곤해할 아이들 생각에 어서 집으로 돌아가 침대에 눕혀야겠다는 압박감을 느낄 것이다. 나만의 스키 여행을 즐기긴커녕 아이들을 지켜보고 가르치고 아이들의 말을 들어주면서 긴 하루를 보내고 나면 틀림없이 녹초가 될 것이다. 또한 아이들을 위해 나 자신의 신체적, 정신적 건강쯤은 뒷전으로 미루게 될 것이다.

(물론 처음 한 두해는 이럴 수 있다. 하지만 스키 실력이 늘어가는 아이들 보는 재미가 쏠쏠하고, 한 두번 가르쳐 놓으면 그 다음엔 우리랑 신나게 즐길 수 있다는 건 모르는 듯 하다. 물론 비용적인 부담은 있지만, 아이들이랑 함께 타는 스키가 얼마나 잼있는지 안다면~ 그게 그렇게 고생길만은 아니라는 것도 알게 될텐데....안타깝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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