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라딘 중고서점에 구경갔다가 '중급 한국어'라는 책을 발견했다.
요즘 내가 한국어에 관심이 많아서~~~ 뭔가 하고 집어 들었는데 표지가 되게 예쁜 소설이네?
그런데 '초급 한국어'가 먼저 나왔다는 거 아니겠어?
그래서 얼른 주문했다. 초급부터 읽는게 순서일 것 같아서~~~
('고급 한국어'를 내놓으라는 독자들의 독촉도 보이더군 ^^)
끝에 붙어 있는 작가의 말에 순수하게 픽션이라고 하는데~~~
어쩐지 공지영님의 먼바다 작가의 말을 읽을 때와 비슷한 느낌이었다.
말은 그렇게 해도....대부분 경험에서 우러나온 이야기죠? 하는?
게다가 소설의 주인공이 작가님 자신의 이름이니......
읽다가 다시 한 번 앞뒤를 살폈다. 이거 에세이인가?
미국에서 대학원을 마치고 초급 한국어를 가르치는 문지혁씨에 대한 이야기인데,
간간히 나오는 한국어 수업 내용이 참으로 공감이 가기도 했다.
우리에게는 너무나도 익숙한 한국어라는 언어가, 외국인에게 가르치려고 한다면 되게 막막할 것 같다.
우리가 영어가 어렵다며 궁시렁 거리는 것의 몇 배는 더~ 한국어가 어려울 수도.....
얼른 '중급 한국어'를 읽어보고 싶다 ^^
1
신입생 시절 썼던 일기에는 서정인의 「강」 한 대목이 적혀 있었다.
너는 아마도 너희 학교의 천재일 테지. 중학교에 가선 수재가 되고, 고등학교에 가선 우등생이 된다. 대학에 가선 보통이다가 차츰 열등생이 되어서 세상으로 나온다. 결국 이 열등생이 되기 위해서 꾸준히 고생해 온 셈이다. 차라리 천재이었을 때 삼십 리 산골짝으로 들어가서 땔나무꾼이 되었던 것이 훨씬 더 나았다. 천재라고 하는 화려한 단어가 결국 촌놈들의 무식한 소견에서 나온 허사였음이 드러나는 것을 보는 것은 결코 즐거운 일이 못 된다. 그들은 천재가 가난과 끈질긴 싸움을 하다가 어느 날 문득 열등생이 되어 버린다는 사실을 몰랐다. 누구나가 다 템스강에 불을 처지를 수야 없는 일이다.
2
의사나 경찰관이 되는 것은 하느의 '진로 결정'이지만,
작가가 되는 것은 다르다. 그것은 선택하는 것이기보다 선택되는 것이다.
글 쓰는 것 말고는 어떤 일도 자기한테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을 받아들이면,
평생 동안 멀고도 험한 길을 걸어갈 각오를 해야 한다.
....한참 후에야 그것이 폴 오스터의 자서전 『빵 굽는 타자기』에 등장하는 문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3
내게 있어 그 B는 바로 커트 보니것의 문장이었다.
만일 부모에게 치명적인 상처를 주고 싶은데
게이가 될 배짱이 없다면 예술을 하는게 좋다.
이건 농담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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