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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3년

장류진『달까지 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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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라던 중고서점에 책팔러 갔다가

그냥 나오기가 아쉬워서 기웃거리던 중 발견한 책이다.

표지가 화려하니 예쁘기도 하고, 제목이 어쩐지~~~가볍게 읽기 좋은 소설일 듯 한 느낌이 있어서 데려옴 ^^

그간 바쁘기도 했고, 먼저 읽고 싶은 다른 책들도 있고해서 미뤄두었다가 어제 집어들었는데

하루만에 다 읽어버렸다.

소재도 무겁지 않고, 가독성도 좋고, 그 와중에 위트있는 문장들까지~~~~

넘 재미있게 읽었다.

특히나 주요 인물들이 회사 동료들이라서......나 회사 다닐때 생각도 많이 나고,

나도 다해처럼 직장동료도 절친이 될 수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하게 된 내 절친들~~~

우리 사조직 여인들 생각도 나고.......그밖에 여러가지 공감가는 내용들.....

기대없이 읽은거치고는 꽤 마음에 드는 책이었다.

신기한건.......소설의 주를 이루는 뼈대가 생각지도 못한 가상화폐라는 것이었다.

몇년전 엄청난 붐이 일었던 가상화폐.....책이 쓰인 시기가 딱 그러해서 양념친다는 생각으로

집어넣은 내용인가보다 했는데 ㅋㅋㅋ

책에서 아주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는 소재였어~~~~

그리고 예상했던 것과 다른 방향으로 이야기가 진행되어서 것도 신기했다.

다들 폭망할거라 생각했는데~~후훗~~~

가상화폐 초기에 투자해서 떼돈을 벌고 회사 그만둔 다음 세계일주 중이라던

대학후배 커플이 문득 떠올랐다.

실제로 그런 사람들이.....있긴 있구나~~

나같은 소심쟁이에게는 절대 일어나지 않을 일이다 OTL

가상화폐에 투자하는 사람들이 끝까지 가서 성공해보자! 하는 의미로

"달까지 가자" 라는 말을 쓴다고 한다.

그래서 제목이~~~~ㅋㅋㅋ 것도 신기했다.

 


 

우리는 잘 맞았고 금새 친해졌다. 인턴으로 근무하던 1년 동안은 회사에서 만난 사람이라면 그게 누구든 불편한 사람으로만 여겼다. 무릇 '회사 사람'이란, 내게 일을 시키거나 나를 평가하는 사람이라고만 생각했고 그게 사실이기도 했다. 하지만 은상 언니와 지송이를 알고 나서부터는 회사에서 만난 사람과 '친구'가 되는 경험을 할 수 있었다. 각기 다른 부서였기 때문에 직접적인 이해관계도 없었고 서로를 평가할 필요도 없었다.


복귀시간은 그렇게 칼같이 지키면서 점심시간이 시작될 때, 그러니까 12시 정각에 칼같이 일어나면 그건 또 그것대로 곱지 않게 봤다. 나야 이제는 눈치를 주거나 말거나 12시 3분이면 일어나버리긴 하지만 말이다. 아마 다른 사람들의 눈에는 팀에서 가장 먼저 일어나는 내가, 남 시선 따윈 신경 쓰지 않는 당돌안 '요즘 애들'로 보일 터였다. 실상은 전혀 아니었다. 나는 그 모든 시선이 미치도록 신경 쓰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딱 3분까지만 참고 일어나는데 배가 너무 고프니까 어쩔수가 없다.


은상 언니는 돈을 좋아하는 사람이다. 이상하게 들릴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순수하게 좋아한다. 우리 팀장이 커피를 좋아하는 것처럼, 지송이가 서핑을 좋아하는 것처럼, 은상 언니는 돈을 좋아한다.


직장인에겐 퇴사가 최고의 보약이라더니 역시 그런걸까. 아직 퇴사한 것도 아닌데, 퇴사 예정이라는 것만으로도 사람 얼굴이 이렇게 좋아질 수 있는 건가.


생각해보면 회사라는 공간이 싫은 건 사무실 자체의 문제가 아니라 그 안에 있는 사람들 탓이었다. 내게 일을 주거나, 나를 못살게 굴거나, 내 상식으로는 이해할 수 없는 언행을 하는 사람들. 회사 사람이 없는 회사는 귀신들이 퇴근한 귀신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다. 한마디로 아무것도 아니었다. 아무도 없는 사무실에서 평일에는 입지 못하는 편한 옷을 입고 빙글빙글 돌아가는 바퀴 달린 의자 위에 양반다리를 척 올리가 앉아 있으면 묘한 쾌감마저 일었다. 새로운 일을 시키거나 말을 거는 사람이 없으니 집중도 훨씬 잘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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