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 어떤 전문가의 심사평도, 다른이의 감상평도 배제하고
완전하게 솔직한 나의 감상평을 말하자면......
"이게 왜 미국에서 먹혔지?" 였다.
미국은 원래 이민자의 나라이고, 낯선 땅에서 뿌리내리는 한국 이민자 가족의 애환을 그렸으므로
그들에게 엄청난 공감과 감동을 줬기 때문에?
그건 감독의 제작 의도 또는 작품 설명이 그렇기 때문에 그런거 아니고?
진짜 아무 정보도 없이 이 영화를 본 미국인이 아! 맞아! 이건 우리의 이야기야.....하면서 감동을 느낄까?
이미 그들은 이민 2세대, 3세대 혹은 4세대라 본인들의 조상이 이민자였던 것도 까먹고 살고 있을텐데?
여러가지 의문이 들었다.
상을 받았다는 것을 알고 봤으니 이 영화는 감동적이어야 하고,
맞아! 상을 받을만 해....라고 감상평을 적는것이
가장 시대 흐름에 맞는 것일지 모르겠으나 솔직한 나의 심정은 그것과는 조금 다르다.
우선 "이게 왜 미국에서 먹혔지?" 라고 생각했던 이유는.....
배경이 미국이고, 거기서 자란 아이들이 한국말보다 영어가 더 편하다는 것 빼고는.....
완전히 한국인의 정서가 담긴 영화이기 때문이다.
골든글로브에서 외국어 영화상을 받은 것이 여러모로 비판받고 있다고 하던데......
왜 그렇게 분류했는지 나도 좀 알 것 같다. 이건 단순히 인종차별의 문제로 보기엔 좀 무리가 있다.
시대착오적이고 바보같은 생각이라고 해도 좋다.
오히려 기생충이 외국어 영화로 분류되지 않고 큰 상을 받은것이 대단한 성과라고 한번 더 놀라워하는게 맞을 것 같다.
그렇다면 지금부터는.....그런 배경들 다 빼고.....그저 나 개인의 감상평을 적어보겠다.
나는 이런 영화를 참 좋아한다.
잔잔하고 느리고 조용한 영화.
뭐 딱히 사건 사고나 엄청난 볼거리 같은건 없어도 좋다.
그저 속삭이듯 말하는 대화속에서 느껴지는 일상유머, 그리고 삶의 고됨....기쁨....그런걸 담은 영화가 좋다.
그래서 나는 액션 버라이어티를 좋아하는 사람들과 영화를 보지 않는다.
내가 보자는 영화를 보고 나면 다들 쩝~ 입맛을 다시기 때문이다. (이런 영화를 왜 보자고 한거지? 라는 표정으로~)
아무튼 원래 그런 취향을 가진 나에게는 넘나 좋은 영화였다.
풍경도 예쁘고 잔잔한 음악도 좋고......누구하나 튀지 않지만, 그들 모두가 존재감이 뚜렷한 등장인물,
그리고 그걸 소화해내는 배우의 연기력~~~
미나리는 그런 영화였다.
처음엔 왜 제목이 미나리 일까 생각했다. 내가 생각하는 그 미나리?
맞았다. 내가 생각하는 그 미나리....아무데서나 잘 자라는, 누구나 캐다 먹어도 되는 그 미나리.
미나리라는 풀떼기가 갖는 많은 의미를 영화에서는 별말없이 그저 보여준다.
데이빗과 앤의 외할머니 윤여정이 미국으로 건너와 가족과 만나는 장면,
그 중에서 특히 한국에서 가져온 물건들을 딸 앞에 늘어놓는 장면에서 울컥했다.
고춧가루 보고 눈물 흘리는 모니카 ㅋㅋㅋㅋ인도 살때 내모습 보는거 같았어.
전기 나가고 수도 끊겼을때도.....후훗~ 난 이민자도 아니었는데, 그들같은 삶을 잠시 살았었네~~~
왜 윤여정이 여우주연상이 아닌 조연상을 받나 했다. 난 첨엔 주연인줄 알았음~~
알고보니 주인공은 데이빗이라는 꼬맹이더군. 넘 깜찍하고 연기도 잘하고....구여워~~~~
중간중간 재미있는 장면들도 꽤 있다.
할머니가 밤을 입으로 까서 손주에게 주는 장면,
할렐루야를 외치고 엑소시즘을 말하는 폴이 급기야 십자가를 지고 가는 장면,
우리 한국인은 머리를 써야한다면서 삽질하던 아빠,
산에서 온 맑은 물 ㅋㅋㅋ
(마운틴듀는 그냥 마운틴듀라고만 생각하고, 뜻에 대해 생각해본 적이 없었는데 ㅋㅋ그런 깊은 뜻이!),
교회에서 헌금을 집어가는 할머니
(큰돈 밖에 없을때 거슬러 가야하나? 라는 엉뚱한 생각을 해본적은 있으나, 가져가는건~ㅋㅋ 할머니 지존!)
할머니에게 배운 고스톱을 친구에게 알려주며 찰지게 추임새까지 따라하는 데이빗 등등~~~
근데 신기한건 같이 보던 관객들 아무도 안 웃어. 나 혼자 웃고 있음.....왜지? 잼있눈뎅~
이 영화는 가족의 애환을 그린 영화니까 울 준비하고 진지하게 봐야해!
어떤 점 때문에 상을 받았는지 느끼고야 말거야!! 감동받을꼬야~~~
다들 이러고 있는거 같았음.
평론 먼저 보고 영화를 볼때의 모순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튼 나 개인적으로는 좋은 영화였다.
비평을 비평하는 꼴이 되서 좀 이상하긴 하지만.....어쨌거나 주목받고 있다고 하니 나도 기분 좋다.
아카데미까지 가자!!
그리고 윤여정이라는 배우.....원래도 존재감이 뚜렷했지만, 나이들수록 더 매력적인 것 같다. 멋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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