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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김연수 『원더보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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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들 모두에게도 그런 이야기 하나쯤은 있으리라.

믿음과 소망과 사랑의 야이기가 우리를 계속 살아가게 만든다는 사실을 이제는 나도 알겠다.

믿는 것과 소망하는 것과 사랑하는 것,

그중에서도 사랑하는 것을 빼앗으면 인간으로서의 삶은 그 순간 끝난다던 권대령의 말이 무슨 뜻인지도,

그러니 아빠가 죽었다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부터 나는 죽은 목숨이나 마찬가지였다는 것도 이제 알겠다.

 

 

2

 

가난한 내 언어의 재산목록에는 보고 싶다는 말, 그저 보고 싶다는 그 말만 달랑 남았을 뿐입니다.

 

 

3

 

"이건 1986년에만 맛볼 수 있는 자유야.

여자가 종로 한복판에서 담배를 피워도 아무도 뭐라고 하지 않는 날이 곧 올 테니까.

네게도 이 자유는 곧 끝날 거야.

이 년만 있으면 넌 어른이 될 테니까.

그러니 이제 아무리 많은 시간이 흐른대도 1986년에 우리가 종로2가 YMCA 건물 앞에서 담배를 피우는 자유를 누렸다는 사실을 잊어서는 안돼."

 

 

4

 

처음이란 마지막고 같은 말이다.

우리는 두 번 다시는 처음과 같은 느낌을 맛볼 수는 없다.

 

 

5

 

우주에 그토록 별이 많다면, 우리의 밤은 왜 이다지도 어두울까요?

 

그건 우리가 지구라는 외로운 별에서 살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천문학자들은 우리 은하에 어림잡아 3천억 개의 별들이 있다고 추정합니다.

이중에서 생명체가 살고 있다고 알려진 별은 현재로서는 지구뿐입니다. 그래서 지구는 고독합니다.

이 고독은 3천억분의 1의 고독입니다.

그 별들 중에서 생명체가 존재하는 별이 하나라도 더 있다면, 이 고독은 반으로 줄어들 것입니다.

그때 지구의 밤은 지금보다 두 배는 밝아질 것입니다.

하지만 지금은 지구 하나뿐입니다.

아무리 별이 많다고 해도 지구가 3천억분의 1만큼 고독한 한에는 지구의 밤은 여전히 어두울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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