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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 -이성복-
그 여자에게 편지를 쓴다. 매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내 동생이 보고 구겨버린다.
이웃 사람이 모르고 밟아 버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길 가다 보면 남의 집 담벼락에 붙어있다.
버드나무 가지 사이에 끼여 있다.
아이들이 비행기를 접어 날린다.
그래도 매일 편지를 쓴다.
우체부가 가져가지 않는다. 가져갈 때도 있다.
한 잔 먹다가 꺼내서 낭독한다.
그리운 당신......
빌어먹을,
오늘 나는 결정적으로 편지를 쓴다.
안녕.
오늘 안으로 나는 기억을 버릴 거에요.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왜 그런지 알아요?
내가 뭘 할 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요.
나는 선생이 될거요.
될 거라고 믿어요.
사실, 난 아무것도 가르칠게 없고
내가 가르치면 세상이 속아요.
창피하오.
그리고 건강하지 못하오.
결혼 할 수 없소.
결혼 할거라고 믿어요.
안녕.
오늘 안으로 당신을 만나야 해요.
편지 전해줄 방법이 없소.
잘 있지 말아요.
그리운.....
---> 왜 그랬을까....너무 감동적으로 다가온 시다. 원래 시를 좋아하는 것도 아닌데....왜 그랬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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