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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무라카미 하루키 『색채가 없는 다자키 쓰쿠루와 그가 순례를 떠난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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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러나 여기서는 그냥 혼자인 것만이 아니다. 이중적인 의미에서 혼자이다.

그는 이방인이고 주위 사람들은 모두 쓰쿠루가 알아들을 수 없는 언어로 이야기를 한다.

 

그것은 그가 일본에서 늘 느끼던 것과는 또 다른 종류의 고립감이었다.

이거 그렇게 나쁘지 않은데, 하고 쓰쿠루는 생각했다.

이중적인 의미에서 혼자라는 것은, 어쩌면 고립의 이중 부정으로 이어질지도 모른다.

다시 말해 이방인인 그가 여기서 고립된다는 것은 완전히 합리적인 일이다.

전혀 이상한 일이 아니다.

그렇게 생각하니 마음이 편안해졌다.

자신은 정말 올바른 장소에 있는 것이다.

 

 

2

 

'우리네 인생에는 어떤 언어로도 제대로 설명하기 어려운 게 있는 법이죠'

올가는 그렇게 말했다.

과연 맞는 말이라고 쓰쿠루는 와인을 마시면서 생각했다.

남에게 설명하는 것만이 아니다.

스스로에게 설명하는 것 역시 너무 어렵다.

억지로 설명하려 하면 어딘가에 거짓 말이 생겨난다.

아무튼 내일이 되면 여러 가지 일들이 지금보다 명확해질 것이다.

그걸 기다리면 된다.

만일 명확해지지 않는다 해도 상관없지 않을까.

어쩔 수 없는 일이다.

색채 없는 다자키 쓰쿠루는 색채 없이 그대로 살아가면 되는 것이다.

그렇다고 누군가를 힘들게 하는 것 아니다.

 

그는 사라를 생각했다.

그녀의 민트 그린 원피스와 밝은 웃음소리와 그녀가 손을 잡고 같이 걱던 중년 남자를 생각했다.

그러나 그런 생각 또한 그를 어떤 곳으로도 이끌어가지 않았다.

사람의 마음은 밤의 새다.

조용히 뭔가를 기다리다가 때가 오면 일직선으로 그쪽을 향해 날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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