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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무라카미 하루키 『상실의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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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우리는(우리란 정상인과 비정상적인 사람을 다 포함한 총칭이에요) 불완전한 세계에 살고 있는 불완전한 인간들이에요.

자로 깊이를 재고, 각도기로 각도를 재서 은행 예금처럼 빡빡하게 살아나갈 순 없어요. 안 그래요?

 

나의 개인적인 감정으로는, 미도리라는 여자는 매우 멋있는 여자인 것 같아요.

와타나베가 그녀에게 마음이 끌리고 있다는 것은 편지만 봐도 잘 알아요.

그러면서 동시에 나오코에게도 마음이 끌린다는 것도 잘 알겠어요.

그런 건 죄도 아무것도 아니죠.

이 드넓은 세계에서 흔히 있는 일이니까!

날씨가 좋은 날 아름다운 호수에 보트를 띄우고, 호수도 아름답지만 하늘도 아름답다고 하는 것과 다를 것이 없어요.

 

그런 식으로 고민하지 말아요.

내버려둬도 만사는 흘러갈 방향으로 흘러가고,

아무리 최선을 다해도 사람은 상처 입을 땐 어쩔 수 없이 상처를 입게 마련이지요.

인생이란 그런 거예요.

대단한 것을 말하는 것 같지만, 와타나베 군도 그런 인생살이를 슬슬 배워도 좋을 때라고 생각하세요.

 

 

2

 

가즈키가 죽었을 때, 나는 그 죽음에서 한 가지를 배웠다.

그리고 그것을 체념으로 익혔다. 혹은 익혔다고 생각했다. 그것은 이런 것이었다.

[죽음은 삶의 대극에 있는 것이 아니라 우리의 삶 속에 잠재해 있는 것이다.]

확실이 그것은 진리였다. 우리는 살아감으로 해서 동시에 죽음을 키우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그것은 우리가 배우지 않으면 안 될 진리의 일부에 지나지 않았다.

 

나오코의 죽음이 내게 가르쳐 준 것은 이런 것이었다.

어떠한 진리도 사랑하는 이를 잃은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어떠한 진리도 어떠한 성실함도 어떠한 강함도 어떠한 부드러움도 그 슬픔을 치유할 수는 없는 것이다.

 

우리는 그 슬픔을 마음껏 슬퍼한 끝에 거기서 무엇인가를 배우는 길밖에 없으며,

그리고 그 배운 무엇도 다음에 닥쳐 오는 예기치 않은 슬픔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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