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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박완서『못 가본 길이 더 아름답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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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말 한마디로 천냥 빚을 갚는다는 말도 있지만 손수 지은 더운밥 한 그릇이 손님에 대한 환대, 공경, 우정, 친밀감 등 사람 사이에 있어야 할 온갖 좋은 것을 다 얹어줄 수 있다고 믿었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요새 세상과는 댈 것도 아니게 먹을 것이 귀하고 모든 여건이 척박한 때였지만 행복한 시절이기도 했다.

귀한 손님이 오셨을 때는 부랴부랴 더운밥을 지어서 대접하는 건 기본이고, 끼니때 온 손님은 차려놓은 밥상에 숟가락 하나만 더 놓으면 된다는 것도 밥을 주식으로 하니까 가능한 미덕이었다.

식구 수에 맞춰서 빠듯하게 지은 밥에서 한 숟갈씩 덜어내어 감쪽같이 밥 한 그릇을 만들던 우리 엄마들의 십시일반의 솜씨는 가히 예술이었다.

그렇다면 한두 사람분의 쌀에다 물을 듬뿍 붓고 우거지와 온갖 푸성귀를 쳐넣어 열 사람도 먹일 수 있도록 늘리는 솜씨는 요술이 아니었을까.

(내 시절의 이야기도 아닌데 이 글에 공감이 가는건....여기가 첸나이라서가 아닐까 ㅠㅠ)

 

 

2

 

책으로 젊은 피를 수혈할 수도 있다고 믿는 한 나는 늙지 않을 것이다.

 

 

3

 

나는 버릇이 읽던 페이지에는 반드시 표시가 될 만한 걸 끼워놓지 접지 않을 뿐 아니라 읽다가 기억해두고 싶은 좋은 문장을 발견했다고 해도 밑줄이라는 걸 쳐본적은, 절대로라고 해도 좋을 만큼 없었기 때문이다.

(내가 쓴 글인 줄 알았을 정도로 딱 내 이야기다. 심지어 내 남편은 내 책 읽기가 치사하다고 한다. 절대로 접지도 못하게 하고 조금이라도 구겨지면 잔소리를 해대니.....한번 읽었으니 한참은 그냥 책장에 꽂혀있을 뿐일지라도 난 왠지 그렇게 책을 아끼고 싶다.)

 

 

4

 

독자가 책에 밑줄을 긋는 것은 그게 명문이기 때문이 아니라 읽을 당시의 마음상태에 와 닿기 때문일 것이다.

 

 

5

 

그나저나 시간은 왜 이렇게 빨리 가지.

고통의 기억뿐 아니라 기쁨의 기억까지 신속하게 지우면서.

나 좀 살려줘, 비명을 지르며 뛰어내리고 싶게 시간은 잘도 가는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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