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얼마 전에 나는 서른 번째 생일을 맞이했다.
서른은 소리 없이 왔다.
스무 살 때 꿈꾸었던 판타지가 아닌, 솔직하고 담담한 미소로 다가왔다.
그날은 스탠드 불빛 앞에 앉아 생일에 관한 단상을 블로그에 올렸다.
스무 살 생일을 맞은 게 불과 엊그제 같았는데 벌써 서른이라니. 청춘은 참 짧다.
블로그에 올린 생일 단상에서 나는 '서른 살이 여자에게 가장 좋은 시절이 아닐까 싶다'고 써놓았다.
그런대로 아름다움을 유지하면서도, 세상사와 사람들에 대한 통찰력도 생겨
가장 조화롭고 풍성한 시기라는 뜻에서였다. 튤립꽃처럼 풍성한 여자 나이 서른.
스무 살 때는 서른 살이 마냥 멀게만 느껴졌다.
그때는 서른이 되면 유명한 TV 프로그램 진행자처럼 지적이고 세련되게 변모할 줄 알았다.
하지만 '세련됨'을 제대로 고민해보기도 전에 서른 살은 늦은 밤 지하철처럼 전조등을 밝히며 불쑥 다가왔다.
이십대 중반까지만 해도, 서른이면 와인 잔을 들고 명사들의 파티에서 고상을 떨게 될 줄 알았다.
에르메스나 루이뷔통 같은 명품도 몇 가지 갖게 되고 중후한 고급 세단을 타고 다니게 될 줄 알았다.
그때는 서른이란 나이를 '일종의 완성'으로 생각한 모양이다.
당시 생각했던 서른은 차분하고 성숙하며, 우아하고 고상해야 했다.
2
"사랑은 나중에 하는 게 아니라 지금 하는 것이었다. 살아 있는 지금 이 순간에."
3
"정성이란 거창한 이벤트가 아니라 매일매일 지속되는 사소함에 있다는 것을 그때까지 나는 알지 못했다."
4
"어째서 이제야 알게 된 것일까. 사소해 보이는 작은 행동 하나에도 커다란 마음이 담길 수 있다는 것을."
5
현실의 고난은 맞부딪혀 싸우거나 괴로워할수록 더 집요하게 구는 경향이 있다.
마치 싸우고 싶어 안달이 난 사람에게 말대꾸를 하면 할수록 더 기세등등하게 달려드는 것과 비슷하다.
하지만 반대로 콧방귀도 뀌지 않고 무시해버리면, 서서히 힘을 잃고 마침내는 사라져버린다.
상대가 반응이 없으면 싸움이 싱거워지고 재미가 없어지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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