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책읽기/밑줄긋기

박완서 『그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

728x90
728x90

1

 

책을 읽는 재미는 어쩌면 책 속에 있지 않고 책 밖에 있었다.
책을 읽다가 문득 창 밖의 하늘이나 녹음을 보면 줄창 봐 온 범상한 그것들하곤 전혀 다르게 보였다.
나는 사물의 그러한 낯섦에 황홀한 희열을 느꼈다.

신곡이나 파우스트는 그런 맹목적 사명감이 아니었더라면 도저히 못 읽겠는, 난해한 것이었다.
그러나 그렇게 억지로 읽은 걸 결코 잘 했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무슨 뜻인지 이해도 못 하고 하여튼 읽긴 읽었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다시는 안 읽었고,
누가 그런 걸 좋다고 하는 소리를 들으면 정말 알고 그럴까 열등감 반 의심 반으로 받아들이니 말이다.

 

 

 

2


그건 결코 연애감정을 뜻하는게 아니다.
이성간에만 있는 것이면서도 연애감정 이전의 이끌림이 남자와 여자가 섞여서 하는 일 가운데는 반드시 있는 법이다.
그 남자와 여자가 남매나 부녀나 모자간이라 해도 말이다.
생기라 해도 좋고, 윤기나 부드러움이라해도 좋은 그런 정서 때문에
남자와 여자가 더불어 하는 일 가운데는 따로따로 하는 일에서는 맛볼 수 없는 잔재미가 있는 법이다.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