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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2
진짜 두려움의 근원은 따로 있었다.
당시 어머니는 그걸 몰랐지만.
그것은 한 존재를 향한 거대한 사랑의 예감, 그 그림자 속에 드리워진 불안,
그리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몰라 어느 칸에 넣는 것이 적절한지
알 수 없는 기분 때문이었다.
3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터져나오는' 거란 걸 어머니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아무렴 시골에서 자랐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어머니가 본 꽃은, 짐승은, 곤충은 대부분 제 몸보다 작은 껍질을 찢고 폭죽처럼 터져나왔다.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는 듯.
도저히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웃음처럼, 야유처럼, 박수처럼.
펑! 펑! 벗어놓은 허물을 봄 그 큰 날개와 다리가 어떻게 다 들어가 있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완연한 몸뚱일 갖고서였다.
4
그밖에도 두 사람은 배워야 할 게 많았다.
한 존재를 먹이는 법, 재우는 법, 씻기는 법, 그리고 이해하는 법까지.....
마치 내가 아닌 자시들이 태어난 양,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하나하나 깨우쳐가야 했다.
5
부모는 부모라서 어른이지, 어른이라 부모가 되는 것 아닌 모양이라고.
6
사실 사춘기 때만큼 인간이 가장 못생겨질 때가 없는데,
그렇게 서로 가장 안 예쁠 때, 안 예쁜 인가들끼리 격정적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7
만일 하느님이
'너한테 자식을 주겠다.
대신 두 가지 중 하나를 정해야 한다.
첫째 아프더라도 오래 산다.
둘째 짧게나마 건강한 삶을 누린다.'
그러면 어떡하나 꽤 오랫동안 고민했었거든요. 할아버지라면 어떡하시겠어요?"
....
......
"아름아, 그런 걸 선택할 수 있는 부모는 없어."
8
나는 처음부터 내가 나인 줄 알았는데,
내가 나이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손을 타야 했던 걸까.
내가 잠든 새 부모님이 하신 일들을 생각하면 가끔 놀라워.
아버지가 묻는다.
다시 태어난다면 무엇이 되고 싶으냐고.
나는 큰 소리로 답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가 되고 싶어요.
아버지가 묻는다.
더 나은 것이 많은데, 왜 당신이냐고.
나는 수줍어 조그맣게 말한다.
아버지, 나는 아버지로 태어나, 다시 나를 낳은 뒤
아버지의 마음을 알고 싶어요.
아버지가 운다.
2
진짜 두려움의 근원은 따로 있었다.
당시 어머니는 그걸 몰랐지만.
그것은 한 존재를 향한 거대한 사랑의 예감, 그 그림자 속에 드리워진 불안,
그리고 좋은 건지 나쁜 건지 몰라 어느 칸에 넣는 것이 적절한지
알 수 없는 기분 때문이었다.
3
모든 생명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라 '터져나오는' 거란 걸 어머니는 진작부터 알고 있었다.
아무렴 시골에서 자랐는데 모를 리가 없었다.
어머니가 본 꽃은, 짐승은, 곤충은 대부분 제 몸보다 작은 껍질을 찢고 폭죽처럼 터져나왔다.
그동안 많이 참아왔다는 듯.
도저히 더는 못 참겠다는 듯.
웃음처럼, 야유처럼, 박수처럼.
펑! 펑! 벗어놓은 허물을 봄 그 큰 날개와 다리가 어떻게 다 들어가 있었는지 알 수 없을 정도로
완연한 몸뚱일 갖고서였다.
4
그밖에도 두 사람은 배워야 할 게 많았다.
한 존재를 먹이는 법, 재우는 법, 씻기는 법, 그리고 이해하는 법까지.....
마치 내가 아닌 자시들이 태어난 양, 처음부터 모든 것을 하나하나 깨우쳐가야 했다.
5
부모는 부모라서 어른이지, 어른이라 부모가 되는 것 아닌 모양이라고.
6
사실 사춘기 때만큼 인간이 가장 못생겨질 때가 없는데,
그렇게 서로 가장 안 예쁠 때, 안 예쁜 인가들끼리 격정적일 수 있다는 게 신기하다고.
7
만일 하느님이
'너한테 자식을 주겠다.
대신 두 가지 중 하나를 정해야 한다.
첫째 아프더라도 오래 산다.
둘째 짧게나마 건강한 삶을 누린다.'
그러면 어떡하나 꽤 오랫동안 고민했었거든요. 할아버지라면 어떡하시겠어요?"
....
......
"아름아, 그런 걸 선택할 수 있는 부모는 없어."
8
나는 처음부터 내가 나인 줄 알았는데,
내가 나이기까지 대체 얼마나 많은 손을 타야 했던 걸까.
내가 잠든 새 부모님이 하신 일들을 생각하면 가끔 놀라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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