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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김혜남『서른살이 심리학에게 묻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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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쿨한 사람이 바라는 것이 바로 그것이다.
겉으로 무관심한 척할 뿐 속으로는 다른 사람들의 사랑을 갈망하며,
심지어 그것에 좌지우지되기까지 한다.
타인의 관심과 사랑을 원하는 감정을
타인에게 던져 버리고 그를 멸시함으로써
그 감정에서 벗어나는 것이다.

그래서 쿨한 사람은 철저하게 자기중심적이다.
그들은 세상을 자신의 반사경으로 보면서
타인의 눈에 투영된 자신의 이미지 외에는 아무것에도 흥미를 갖지 않는다.
타인의 눈동자에 비친 자신의 이미지와
반쯤 입을 벌리고 자신을 바라보며 감탄하는 상대의 모습에서
만족을 구할 뿐이다.

여기에 한몫 거드는 것이 범람하는 이미지의 세상이다.
사람들은 시도 때도 없이 휴대폰이나 디지털 카메라를 꺼내들고 사진을 찍는다.
어디서든지 당장 꺼낼 수 있는 카메라는
우리의 현실 생활을 하나의 이미지로 만들어 버린다.
마치 항상 자신 앞에 카메라가 있고
자신의 행동을 누군가가 보고 있는 양 미소를 짓고 상황을 연출하는 것이다.
하지만 그처럼 보이는 이미지에 몰두하다 보면
타인의 감정을 돌아볼 여력을 잃어버리게 된다.
쿨한 사람이 타인의 감정을 공감하지 못하고
오로지 자신의 감정에만 충실한 이유는 바로 그 때문이다.

2

취업의 문이 좁아진 요즘,
20대는 젊음의 발산과 실험기라는 본래의 의미를 잃어버리고
중.고등학교 시절의 연장기가 되어 버렸다.
행동하며 배워야 할 시기에 도서관에 앉아
취업 준비에 몰두해야 하는 것이다.

그 결과 요즘의 젊은이들은 준비 기간 없이 서른 살을 맞게 된다.
취업 준비로 젊음을 소진해 버린 그들은
부모로부터 독립함과 동시에 숨가쁘게 차가운 현실로 내동댕이쳐진다.
두려움과 불안을 가라앉힐 수 있도록
다양한 경험을 하고 판타지를 가질 수 있는 중간 세계가 사라진 것이다.
그래서 독립과 의존 사이에서 갈등하는 마음을 다독이고,
세상과 사람들에 대한 불신을 떨쳐 내어,
자신의 미래를 만들기 위해 희망찬 발걸음을 내디뎌야 할 서른 살의 그들은
우울함에 시달린다.
겉으로는 웃고 있지만 속으로는 울고 있는 것이다.

3

"정말 당신은 어쩔 수 없이 그 일을 하고 있는가?"
생각해 보면 어쩔 수 없이 하는 일이란 있을 수 없다.
정말 하기 싫으면 하지 않으면 그만이다.
그러나 그 일을 하고 있는 것은, 그 사람들과 시간을 보내는 것은,
그 직장을 그만두지 않는 것은 모두 내가 선택한 것이다.
그러니 일단 선택하면 그에 최선을 다하고,
잘못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면 그것을 과감히 엎을 수 있는 용기를 가지는 것이 중요하다.
괜히 시대를 탓하고, 어쩔 수 없는 상황을 탓하고,
애매한 사람에게 그 선택의 책임을 전가할 일이 아닌 것이다.

4

남자의 경우 서른 살은 직장에서 2~3년차로 정신없이 바쁠 때다.
그러나 여자는 대부분 서른 살이면 5~6년차가 되면서
결혼과 직장 문제를 동시에 경험하게 된다.

우선 결혼 문제를 들여다보자.
결혼 적령기가 늦춰지면서 여자의 경우 결혼하는 평균 연령이 스물여덟으로 높아졌다지만
서른 살의 벽은 여전히 존재한다.
서른 살인데도 결혼을 안 했거나 결혼할 애인이 없으면
주위헤서 가만히 두질 않는다.
오죽하면 정신적으로 문제가 있을지도 모른다는 사회의 시선이 두려워
'정상적 인생의 알리바이'를 마련하고자 결혼을 하겠는가.
꿋꿋이 사회와 주변의 위협(?)을 잘 넘겼더라도
서른다섯 살이 되면 또다시 심리적인 위축을 받게 된다.

직장 생활은 또 어떤가.
입사했을 때의 의욕과 패기는 어느새 사라지고
그 자리에 일에 대한 회의가 찾아든다.
직장은 자아실현의 장이라는데
현실에서 직장은 돈을 대가로 나의 자아를 착취하는 곳이라는 피해 의식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여기서 딜레마가 생긴다.
어릴 적부터 꿈꿔 온 일은 그냥 꿈이었다고 접고
싫든 좋든 나에게 주어진 일만 하면서 살 것인가,
아니면 실패할 위험을 무릅쓰고 내가 원하는 것을 하면서 살 것인가의 딜레마이다.
그래서 여자들은 나이 서른에 나를 찾을 것인가,
현실과 타협할 것인가의 문제로 고민을 하게 된다


5

가까워지는 것이 두려운 사람들이여,
어쩌면 상대방은 당신이 먼저 손을 내밀어 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사람 또한 당신처럼 외롭고 힘들지만
그것을 차마 들키기가 싫어 용기를 내지 못하고 있는 것뿐이다.
만약 용기를 내어 조금씩 관계의 그물을 만든다면
우울과 고통이 그물 사이로 걸러지고 있음을 느끼기 될 것이다.
설령 좌절은 있을지라도 더 이상 삶에 대한 회의는 하지 않게 되고,
때로 슬픔은 느낄지언정 삶의 공허함은 무사히 비켜 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이 상대방에게 먼저 용기를 내어 손을 내밀기만 하면 된다.


6

"이 세상의 모든 어머니는 사직을 위해 살아요.
세상에 그렇지 않은 어미니가 어디 있겠어요?
그리고 어머니가 일방적으로 당신을 위해 희생만 한 것은 아니에요.
당신이 태어남으로써, 그리고 바르게 자라 줌으로써
당신은 어머니에게 세상에서 가장 귀한 기쁨과 행복을 드린 겁니다.
어머니는 당신이 행복해지길 바라며 당신을 기르셨어요.
그러니까 가장 큰 효도는 당신이 행복하게 사는 모습을 보여 드리는 겁니다.
그리고 당신이 할 수 있는 한도 내에서 어머니를 보살펴 드리고,
어머니에게 감사하는 마음을 잊지 않는 겁니다.
어머니로부터 받은 사랑은 당신의 자식에게 물려주세요.
그게 바로 효도입니다."


7

혹시 당신도 회사에만 가면 우울해지는 서른 살인가?
물론 세상에 직장 생활이 정말 재미있고 좋기만 한 사람은 아무도 없다.
또한 거의 모든 조직에 번지고 있는 치열한 경쟁 시스템 도입과
조기 퇴직의 불안감으로 인해 직장인들의 우울은 이미 심각한 사회 현상이 되었다.
그런데 서른 살의 우울은 그 속에서 대접을 받지 못하고 있다.
'한참 열심히 일할 나이에 배부른 소리 한다'는 식으로
그들의 우울은 무시되기 일쑤이다.
정말 그렇게 무시해도 좋은 것일까?
...
....
이들은 우여곡절 끝에 직장을 얻었다 해도 안심할 수가 없다.
그래서 뚜렷한 목표가 없는데도 불안감이라도 해소하고자 학원으로 몰려간다.
일명 '샐러던트(샐러리맨과 스튜던트의 합성어)'의 등장이다.
새벽이나 점심시간을 이용해 영어 회화를 배우고,
퇴근 후에도 자기 계발을 위해 뭔가 배우러 다니는 사람들.
그들은 끊임없이 자격증을 따기 위해 애쓰거나
아예 전업을 목적으로 시험이나 진학을 준비하기도 한다.
물론 이런 모습이 자기 발전을 위한 긍정적인 노력으로 평가받을 수도 있겠지만,
문제는 대부분의 서른 살이 어쩔 수 없이 이를 선택한다는 데 있다.

이렇듯 뭔지 모를 강박증에 사로잡혀 성공하려는 의지보다는
도태되는 것에 대한 불안이 앞서게 되면,
일과 삶에서 즐거움과 의미를 찾기가 어렵게 된다


8

사람들은 때때로 지금 다니고 있는 직장에서 아까운 시간을
그냥 흘려보내는 건 아닌지 초조해한다.
'내가 할 일은 이게 아닌데, 더 나은 곳이 분명 있을 텐데....'하면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우유부단한 자신을 탓하고 불안해 하는 것이다.

그러나 쓸모없는 시간은 없다.
당신의 이성은 떠나라고 하지만 마음속 어딘가에서 주저하는 소리가 계속 들린다면
아직 주변 여건이 무르익지 않은 건 아닌지,
마음의 준비가 덜 된 건 아닌지 살펴봐야 한다.
다시 한 번 내면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여야 하는 것이다.
지금 당신이 해야 할 일이 무엇인지 그 답은 당신 안에 있을 테니까.

현대인들은 권태를 견디지 못한다.
그래서 직장이나 결혼 생활이 권태롭게 느끼지면 뭔가 잘못된 거라고 더럭 겁을 낸다.
하지만 권태로움은 우리 인생의 한 조건으로,
계속 반복되는 일에 권태를 느끼는 것은 당연한 일이다.
그러나 권태의 시기는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이 아니다.
당신이 권태로워하고 있는 동안 마움속에서는
오히려 많은 작업이 활발하게 이루어진다.
이제까지 쌓아 온 경험을 무의식적으로 분석하고 토합하며
소화해 내는 작업이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니 아까운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는 생각으로 불안해하지 말고,
권태로운 시간을 두려워하지 말고,
그 시간을 즐겨라.
너무 오래가지만 않는다면 나중에 깨닫게 될 것이다.
그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의 당신이 있음을 말이다


9

사랑은 이기적인 것이다.
그 사람어야만 내 삶이 행복하고,
그 사람이어야만 외롭지 않고 충만한 삶을 살 수 있을것 같기에
나에게는 그가 꼭 필요한 것이다.
어떻게 보면 존재론적 이기심이라고 할 수 있겠다.
게다가 그토록 찾아 헤맨 나의 반쪽이기에 그가 나 자신보다 더 소중하게 느껴지고,
그에게 내가 가진 모든 것을 내주어도 아깝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런데 사람은 누구나 욕심을 내게 마련이다.
내가 그 사람을 가장 소중하게 생각하면,
그도 나를 가장 소중한 사람으로 여겨 주기를 기대하게 되는 것이다.
즉 그가 나만을 생각하고, 내가 행복해하는 모습을 봐야 비로소 그도 행복해지고,
내가 원하는 것을 그가 기꺼이 해주기를 바라게 되는 것이다.

이러한 욕심이 심해지면
'그가 날 사랑한다면 내가 필요로 하는 모든 것을 해 줘야 해.!' 라고 생각하게 된다.
대등한 관계에서 어느 한쪽이 일방적인 보살핌을 받는 관계로 전락하는 것이다.
그러면 결국 사랑은 깨지고 만다.


10

외로움과 구속당하는 느낌은 가장 견디기 힘든 감정 중의 하나다.
그런데 참으로 슬픈 사실은
외롭지 않으려면 구속을 택해야 하고,
구속을 당하지 않으려면 외로움을 견뎌야 한다는 것이다.
외로운 게 싫어서 결혼하기는 싫은데,
구속당하는게 싫다고 함부로 결혼을 무를 수도 없는데....
과연 어떻게 해야 할까?
자유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은 삶은 정말 없는 걸까?

그런 질문을 하기 전에 먼저 알아야 할 사실이 있다.
결혼했다고 외롭지 않은 것은 아니다.
심지어 사랑하는 사람이 옆에 있는데도 외로울 때가 있다.
또한 싱글이라고 구속당하는 게 없는 것도 아니다.
생계를 유지아려면 돈을 벌어야 하고,
그러면 그 무엇엔가는 구속될 수밖에 없다.
결국 어떤 삶의 형태를 취하든 완전히 자유로우면서도 외롭지 않은 삶이란 없다.
그저 조금 더 자유로우면서도 조금 덜 외로운 삶이 있을 뿐이다.

그러므로 결혼을 하기로 마음먹었다면
먼저 그 삶이 가진 한계를 인정하고 받아들여야 한다.
그것이 행복하고 유쾌하게 살아가는 첫걸음이다


11

나에게 모든 것을 의자하는 작은 생명을 품에 안고 키우는 것은
인생에서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행복이다.
그러니 아이의 성장을 지켜보며 그 시간을 마음껏 즐겨라.
아이는 그저 진심으로 자신을 사랑해 주는 누군가가 있으면 잘 성장하게 마련이다.
그러므로 아이의 성취를 사랑하는 부모가 아니라
아이의 존재 자체를 사랑하는 부모가 되어야 한다


12

어릴 적부터 엄마의 보살핌을 당연시했던 사람들은
막상 결혼 생활을 시작하면 행복은 그냥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고
어떤식으로든 노동이 필요한 것임을 알게 된다.
문제는 매일매일 반복되는 일들이 지루하고 소모적이어서
보람을 느끼기 힘들다는 데 있다.
그래서 내가 이렇게 힘든데 알아주지 않는 상대가 야속하게 느껴지면서
과연 상대가 나를 사랑하는 건지,
아니면 자기 편하자고 결혼한 건지 의심하게 된다.
더구나 이런 일에 초보자라면 일이 더욱 힘들게 느껴지면서
누군가 이 일을 소리 없이 해 주었으면 하는 바람이
슬그머니 고개를 들게 된다.
사랑한다면 내가 엄마, 아빠가 그랬던 것처럼
상대가 나를 편하게 해 줘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이기적인 발상을 하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일의 분담을 놓고 마찰이 일어난다.

사랑이 자신의 생존을 위해 상대를 필요로 하는 감정이자 행위임을
어느 정도 인정한다 해도 끝없이 요구만 하는 사랑은
미숙한 사랑이다.
자신이 행복하면 당연히 상대도 행복할 것이라는 착각을 버려라.
진정한 사랑은 배려 위에서 성장한다.
상대의 마음이 다치지 않도록,
상대의 힘든 부분을 같이 나누려 노력해야만
일상의 지루하고 소모적인 일들에 치이지 않고 행복을 가꾸어 나갈 수 있다.


13

외롭지 않기 위해 결혼했는데,
배우자를 보며 더 깊은 외로움이 찾아오는 시기가 있다.
그러면 과거에 사귀었거나 좋은 감정을 가졌던 사람들이 떠오르면서
그들의 블로그나 미니홈피를 들락거리게 된다.
혹은 같은 직장에서 매일 얼굴을 마주치는 동료와 개인적인 고민을 나누다
사랑에 빠지기도 한다.
배우자에게서 채워지지 않던, 이해받고 배려받고 싶은 욕구가 충족되면서
사랑이 불타오르는 것이다.

소위 말하는 '불륜'은 그 단어가 가진 무거움에 비해
상당히 쉽게 시작된다.
그것은 비밀스럽기에 더 뜨겁고 자극적이며,
두 사람의 관계는 사랑에 대한 꿈만 공유하기 때문에
더 달콤하고 좀처럼 포기하기 어려운 것이 된다


14

젊음과 나이 듦의 장점이 서로 만나고 섞이기 시작하는 나이인 서른의 당신은
당신의 미래를 만들어 갈 수 있다.
어떤 것이든 당신의 결정과 판단이 옳다고 확신한다면,
그리고 실수와 실패를 두려워하지 않고 그것으로부터
배울 준비가 되어 있다면,
당신의 미래는 많은 가능성을 향해 열려 있을 것이다.
그러니 당신 자신을 믿고 세상을 향한 발걸음을 힘차게 내디뎌라.
왜냐하면 당신은 언제나 옳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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