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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연애 중일 때 상대방에게 서로 깊숙이 간섭하지 말자고 말하는 시점은 정해져 있다.
어느 한쪽이 상대방에게 싫증을 느낀 때이다.
그 말을 하는 사람도 정해져 있다.
덜 사랑하는 사람이 그렇게 말한다.
더 많이 사랑하는 사람은 그 반대로 생각한다.
상대방에게 더 깊이 들어가고자 하며 상대방이 더 깊이 들어오기를 바란다.
2
" 집시들은 말이지.
결혼할 때 서약을 한대.
부족의 연장자가 남편이 될 남자한테 맹세를 요구해.
'이 여자를 더 이상 사랑하지 않는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이 여자를 떠나겠습니다.'
여자에게도 똑같은 맹세를 시킨대.
그렇게 맹세를 나눈 남자와 여자는 팔에 상처를 내고 두 팔을 같이 묶어.
두 피가 섞이고 둘은 그 이후부터 평생의 친구가 되는거야.
어느 한 사람이 다른 사람을 떠나면 그때부터 피가 섞인 오누이의 관계로 남게 된대. "
3
" 어차피 한 번 사는 인생인데 행복하게 사는게 좋잖아.
나는 내가 행복해지기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지 할 거야.
최대한 다른 사람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 선에서 말이지.
하지만 다른 사람의 작은 피해와 내 행복이 부딪치게 된다면 나는 내 행복을 택할 거야.
내 인생을 그 사람이 대신 살아 줄 수는 없잖아.
이기적이라고 하겠지만 하는 수 없어.
그 반대로 내 자신의 작은 피해와 다른 사람의 행복이 부딪치면 나도 그 피해를 감수할 거야. "
4
결혼이란 뿌리를 내리는 것이다.
연애가 이벤트라면 결혼은 일상이다.
연애할 때는 주로 그녀의 젖가슴과 사타구니에만 관심이 집중된다.
결혼하고 나면 연애할 때 몰랐던 것들을 알게 된다.
아내의 허벅지를 베고 누우려 들면 아내는 귀이개를 가져온다.
아내의 손에 귀를 맡기고 아내의 무릎을 어루만지는 것이 얼마나 기분 좋은 일인지.
성욕과는 무관하게 이루어지는 스킨십이 얼마나 따뜻한 느낌인지.
5
" 다르다니까. 마누라가, 애들 엄마가 바람을 피운다는 건 애인이 바람을 피우는 거하곤 전혀 다른 거야. "
" 뭐가 다른데? "
" 아끼는 자전거가 있다고 해보자. 처음에는 매일같이 닦고 조이고 기름칠하겠지만 얼마 지나지 않아서는 그냥 내버려 두게 되잖아. 그러다가 가끔 타게 되고 말이지. 그렇다고 해서 자전거가 싫증 난 건 아니야. 그저 자전거를 처음 손에 넣었을 때의 흥분이 사라졌을 따름이지. 근데 어느 날 자전거를 타려고 했는데 안장이 사라진 걸 알게 된 거야. 다른 놈이 몰래 훔쳐 타고서는 안장을 빼놓아 버린 거지. 물론 자전거를 타지 않고 지내다 보면 바퀴에 바람이 빠져 있다거나 핸들이 빡빡해졌다거나 브레이크가 느슨해진 걸 뒤늦게 발견하지. 그런 건 조금만 손질해 주면 되는 거잖아. 근데 안장이 사라졌다는 건 전혀 다른 문제거든. 더 이상 자전거를 탈 수 없게 되는 거지. 마누라가 바람을 피운다는 건 바로 그런거야. "
" 야, 이 자식아. 안장을 갈아 끼우면 되잖아. "
" 처음과는 달리 이제는 어쩌다 한번 탈 자전거란 말이야. 안장을 갈아 끼우기보다는 자전거 타기를 포기하게 된다고. "
" 그래서 그놈의 안장 때문에 이혼했다는 거냐? "
" 안장은 자전거의 혼이야. 혼이 없는 자전거는 더 이상 자전거라고 할 수 없지. 아예 새 자전거를 사는 게 나아. "
이혼하는 이유도 참 여러 가지다. 자전거의 혼 때문에 이혼했다는 얘기는 일찍이 들어 보지 못했다. 언뜻 들어도 엉성하기 이를 데 없는 자전거 이론의 결정적인 약점을 찔러 보았다.
" 그러 네 와이프의 자전거는? 그 자전거야말로 툭하면 안장이 빠지잖아. 와이프는 매일같이 안장을 고쳐서 자전거를 타고 다녀도 괜찮고 너는 그럴 수 없다는게 말이 되냐? "
병수는 멋지게 담배를 피워 물고는 이렇게 대답했다.
" 내 자전거의 안장은 원래부터 탈.부착 방식으로 제작된 거야. "
6
기분 나쁘게 생각하지 않을 수 없는 일을 저지르면서 기분 나빠하지 말라니.
아내가 하는 일은 모두 이런 식이다.
골치 아픈 일을 던져 놓고는 자기는 한 발 뒤로 물러서서 먼 산만 바라보고 있는 것이다.
미안해하기는커녕 난 원래 그런 사람이야, 라고 한마디 던지고는 다시 먼 하늘이나 쳐다보고 있는 것이다.
그런 유의 인간들과는 아예 처음부터 거리를 두어야 한다.
그러나 깨달음이란 항상 뒤늦게 오는 것.
거리를 두기에는 이미 너무 깊숙이 들어왔다.
7
사랑에 대해 존 레논이 수많은 정의들을 갖다 붙이기 전에
나훈아는 이미 한마디로 간단하게 정의했다.
눈물의 씨앗이라고.
8
삶이 어렵고 힘겹다 해도 살다 보면 살아진다.
살다 보면 힘겨움에도 적응이 되는 것이다.
처음에는 도저히 견딜 수 없었던 일들도 겪다 보면 감당할 수 있는 것처럼 여겨지게 된다.
알래스카의 혹한도, 열대 지방의 무더위도 살다 보면 적응해 살아갈 수 있다.
삶에서 견딜 수 없는 고통이란 없다.
다만 견딜 수 없는 순간만이 있을 뿐이다.
견딜 수 없는 순간을 견디는 방법에는 두 가지가 있다.
첫째,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바꾸어 버린다.
둘째, 견딜 수 없는 상황을 받아들이도록 마음을 바꾼다.
9
의심이란 그런 것이다.
행동을 의심하게 되고 행동에 꼬투리 잡을 것이 없으면 의도를 의심하게 된다.
의도마저도 결백이 입증되면 그다음에는 무의식을 의삼하게 된다.
무의식을 의심해서 어쩌겠다고?
뭘 어쩌기 위해 무의식을 의심하는 것이 아니다.
의심의 메커니즘이 그런 것이다.
10
싫어하는 인간을 즐겁게 보는 방법.
--없다. 앞으로도 계속 싫어하면서 살면 그만이다. 싫어하는 사람이 하나 줄어든다 해서 갑자기 인생이 아름다워지는 것은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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