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 결혼은 사랑하는 사람과 하는 게 아니야.
그건 지옥으로 들어가는 거지.
결혼은 좋은 사람하고 하는 거야. "
2
결혼, 엄마는 사랑하는 사람하고는 결혼하지 말라고 한다.
친구들은 꽃잎이 지듯 하나둘씩 미혼 딱지를 떼었다.
참 이상한 일이었다.
결혼이라는 것만큼 이미 해본 사람은 하지 말라 하고,
하지 않은 사람은 기어이 하고 마려는 것이 또 있을까.
사람들은 인터넷으로 물건을 주문할 때면
그토록 꼼꼼히 리뷰들을 챙기면서
결혼이라는 사건에 대해서는
누구의 리뷰도 신경 쓰려고 하지 않는다.
3
나는 정원의 의자에 앉았다.
헤어짐이 슬픈 건 헤어지고 나서야 비로소
만남의 가치를 깨닫기 때문일 것이다.
잃어버리는 것이 아쉬운 이유는
존재했던 모든 것들이
그 빈자리 속에서 비로소 빛나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사랑받지 못하는 것보다 더 슬픈 건
사랑을 줄 수 없다는 것을
너무 늦게야 알게 되기 때문에.
4
너랑 전화 끊고 집 앞에 뭘 좀 사러 나가는데
우리 아파트 양지 뒤쪽에 노란 개나리꽃이 보였어.
이렇게 추운데도 노랗게 피어난 거야.
홍아,
때로는 봄에도 눈이 내로기
한겨울 눈밭 사이로 샛노란 개나리 꽃이
저렇게 피어나기도 하잖아.
한여름 쨍쨍한 햇살에도 소나기가 퍼붓고,
서리 내리는 가을 한가운데에서도
단풍으로 물들지 못하고
그저 파랗게 얼어 있는 단풍나무가 몇 그루 있는 것처럼.
이 거대한 유기체인 자연조차
제 길을 못 찾아 헤매는데,
하물며 아주 작은 유기체 인간인 네가
지금 길을 잃은 것 같다고 해서 너무 힘들어하지는 마.
가끔은 하늘도 마음을 못 잡고 비가 오다 개다
우박 뿌리다가 하며 몸부림치는데
네 작은 심장이 속수무책으로 흔들린다 해도 괴로워하지 마.
그냥 시간에게 널 맡겨 봐.
그리고 너 자신을 들여다봐.
약간은 구경하는 기분으로 말이야.
네 마음의 강에 물결이 잦아들고
그리고 고요해진 다음 어디로 흘러가고 싶어하는지,
눈이 아프도록 들여다 봐.
그건 어쩌면 순응 같고 어쩌면 회피 같을지 모르지만
실은 우리가 삶에 대해 할 수 있는
가장 정직한 대응일지도 몰라.
적어도 시간은 우리에게 늘 정직한 친구니까.
네 방에 불을 켜듯 네 마음에 불을 하나 켜고......
이제 너를 믿어 봐.
그리고 언제나 네 곁에 있는 이 든든한 친구도.
5
' 사랑이 깨어지는 방식은 이래. 남자와 여자가 첫눈에 반한다. 대개는 남자가 먼저지. 그러다가 여자가 그 마음을 받아들인다. 사랑이 익숙해질수록 여자는 사랑을 조금씩 더 많이 주기 시작한다. 그러면 남자는 슬슬 여자가 지겨워지고 새로운 사람에 흥미를 느낀다. 여자는 더 집착하고 그럴수록 남자는 더 떠나고 싶어하고, 그럴수록 여자는 더 집착한다. 그리고 끝. 속편은 이거야. 여자는 친구를 붙들고 남자들은 다 똑같아, 나는 다시는 사랑하지 않겠어. 라고 다짐하지. 마지막은 긴 눈물과 중무장한 분노, 그리고 냉소지. 하지만 어느 날인가 또다시 여자를 흥미 있게 생각하는 남자의 구애를 받게 되고 이렇게 끝도없이 다시 시작되는 거야. ' |
6
"두려워하지 마.
설사 여기서 다시 영영 이별을 하더라도,
언니가 하고 싶은 말을 해.
언니가 하고 싶은 대로 하라고.
나 아직 사는게 뭔지 사랑이 뭔지 잘 모르지만,
해놓고 하는 후회보다 하지 못해서 하는 후회가 더 크대.
내 말 무슨 뜻인지 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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