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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5년

이민진『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 1,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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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민진 작가의 파친코를 넘나 인상깊게 읽었던터라,

그의 다른 작품도 읽어보고 싶다고 생각하던 찰나~

도서관에 갔다가 문득 발견했다.

 

두꺼운 책으로 두권이나 되었지만, 보통의 영미권 소설이 그렇듯~ 가독성은 좋아 다 읽는데 그리 오래 걸리지는 않았다.

그런데.....역시나 보통의 외국소설이 그렇듯 (아마도 번역을 거치기 때문이겠지만)

문장을 읽는다기 보다 그저 내용을 따라간다는 느낌이 컸다.

내용 또한 한국인 작가가 한국 사람들을 배경으로 해서 썼지만,

상당 부분은 그냥 서양 사람들 얘기인 것 같았고,

한국적이라 여길법한 부분들도 (배경이 1990년대라서 그렇겠지만)

너무 옛날 사람들 이야기 같았다.

굉장히 보수적인 부모와 굉장히 개방적인 자녀들의 갭이 정말 커 보였는데,

실제로 많은 가정이 그런 모습이라면 되게 힘들었을 것 같기도 했다. 보수적인 생각은 바뀌기가 힘드니까~

 

그리고 요즘엔 우리나라 사람들도 많이 바뀌었다고는 하지만....

소설에 나오는 주인공들은 어찌 그리 잠자리에 관심들이 많은지....

서로 호감을 느끼고 좋아하는 사이가 되었을 때......가 아니라

그냥 썸이 시작되어 같이 밥 먹고 차 마시듯이 잠자리 역시 필수인 그들의 사고 방식이 조금 놀라웠다.

그렇다는 사실 자체가 놀라운게 아니라,

소설에 등장하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그렇다는 사실이......

더군다나 나에게 연인이 있거나 상대에게 배우자가 있다해도 크게 괘념치 않고 할거 한다는 사실이,

여러모로 신기했다.

한편 생각하면, 죽으면 썩어 문드러질 몸땡이 너무 아끼고 살았던 한국사람들이 이상한거 같기도 하고 ㅋ

 

또한 소설이든 드라마나 영화든 보통 주인공과 동화되어 그의 매력을 느껴가는 것이 그걸 보는 재미일진데

이 소설의 주인공 케이시는 전혀 매력적인 캐릭터가 아니었다.

고집세고 대책없고.......그래도 마지막에 가면 그런 좌충우돌 끝에 달라지는게 있겠지, 하는 기대감을 갖고 있었는데

케이시는 그냥 끝까지 그런 캐릭터였다.

개인적으로는 그게 조금 아쉬웠다. 그의 고군분투가 빛을 발하지 못하고 걍 소설이 끝나버렸다는 것이.

우리 입장에서야 한국인 이민자들이 미국에 가서 얼마나 팍팍하게 사는지 보고 느끼고 공감한다 치지만,

한국인이 아닌 사람들 입장에서 봤을땐 그냥 다 루저들처럼 여겨질거 같아서~

그들의 삶을 보여주는 것을 통해 작가가 독자에게 말하고 싶은게 뭔지 잘 모르겠다.

그냥 그들은 그렇다고?

 

초반에 백만장자를 위한 공짜 음식이 나오기는 하는데, 그 장면을 제외한다면

제목이 왜 이거인지도 사실 잘 모르겠다.

파친코를 읽고 난 후 (아무리 한참 전에 쓴 작품이라고는 하나) 넘 기대하는 마음으로 읽어서

더 아쉬움이 남는지도 모르겠다.

 

코리안 디아스포라 3부작 중에서 마지막 시리즈를 지금 집필 중이라고 하던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것도 읽어보고 싶긴 하다 ^^

 


 

1

손님들은 열심히 일하는 부부가 다른 언어를 유창하게 구사하고 읽고 쓸 줄 안다는 사실을 굳이 알려 하지 않았다.

 

2

사무실에는 급히 꺼야 할 불이 항상 있지 않았나?

제이의 회사 일은 진짜 경력직이어서, 폐장시간에 사빈의 매장을 나서면

다음 날까지 일을 잊어도 되는 그녀의 임시직 업무와 달랐다.

 

3

매일같이 오류라는 사실이 밝혀지는 과학이론에 따라 세상을 해석해야 한다는 맹목적인 신앙을 따르는 주제에

자기 능력이 모자라서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없는 것은 믿지 못하는, 잘난 척하는 만물박사 중 하나라고.

테드는 하나님이나 예수 그리스도에 대해 대단히 깊은 믿음을 지닌 것은 아니었지만

이 세상이 무작위적인 우연에 기반한다는 개념을 받아들일 수 없었고,

워낙 오만해서 물고기나 원숭이가 자신의 조상이라는 가설을 거부했다.

창조론이 터무니없게 느껴진다면, 진화론은 자신의 지적 능력을 모욕하는 것 같았다.

성실한 노동과 자기결정권의 존재를 믿는 만큼, 그는 인간을 인도하는 외적인 질서의 존재도 믿었다.

애덤 스미스의 '보이지 않는 손'과 유사한, 보이지 않는 운명의 손이라고 해야 할까.

 

4

임신은 일종의 육체적인 굴욕이었다.

 

5

두 사람이 공유하는 짜증스러운 습관이었다.

그들은 죽을 때조차 15분 일찍 저승에 도착 할 거라고 으스스한 농담을 하곤 했다.

 

6

로리는 유아에게 화려한 옷을 입히는 것을 좋아하지 않았다.

"돈 낭비예요. 엄마의 허영심만 충족시킬 뿐이지. 아이는 자기가 뭘 입고 있는지도 모르는데.

아이를 인형 취급하려는 어린애 같은 엄마들이죠.

그 중 최악은 아이한테 옷만 잘 입혀서 죄책감을 내려놓으려는 일하는 엄마들이에요."

 

7

누군가 자신의 아이를 사랑한다는 것은 더없이 소중한 선물이다.

자기 자신이 사랑받는 기분이 드는 것이다.

 

8

로널드는 결혼이 지속되려면 배우자 쌍방에게 굳건한 의지와 실패에 대한 두려움,

관습에서 이탈하는 것에 대한 강렬한 수치심이 있어야 한다고 믿었다.

아니, 그것이 행복한 결혼생활의 비결은 아니지만,

적어도 두 사람이 결혼생활을 유지하게끔 할 수는 있다.

 

9

하지만 연애는 쌍방의 망상일 뿐, 사랑을 손에 넣고 나면 모든 것이 빗나가기 마련이었다.

 

10

티나는 오늘도 아파트에서 아기와 단둘이 하루를 보냈다.

책이, 학교 수업이 미칠 듯이 그리웠다.

어른들과 교류하고 싶었다.

금요일 밤이었지만, 여느 날과 다를 것이 없었다.

 

11

티나의 젖가슴은 온 가족의 공유재산이었다.

엄마도 이런 기분을 느낀 적이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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