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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서경식『나의 서양미술 순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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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생각해볼 필요도 없이 위대한 예술은 동시에 위대한 선전물이다.

거의 2세기 전에 그려진 한장의 그림이 그 작가하고는 아무런 인연이 없는 극동의 한 나라의 관헌들로 하여금

자국에서 매일 같이 일어나고 있는 부당하고도 잔혹한 일들을 연상케 하고,

그래서 불안한 기분을 일으키게 했다고 한다면,

그것이야말로 이 그림의 위대함을 증명하는 일에 다름 아니다.

 

고야 1808년 5월 3일 쁘린씨뻬 삐오 언덕의 총살

 

 

2

 

그때 나는 북아프리카나 중남미에서 이베리아 반도에 이어진 무수한 백색의 길을 본 듯한 느낌이 들었다.

그 길은 스페인에서 한 가닥으로 합쳐져서 장대한 성벽과 같은 삐레네를 우회하여

유럽의 중추, 화려한 빠리로 뻗어 있다.

일찍이 식민지이던 나라들로부터 주린 배를 움켜쥔 지친 얼굴의 사람들이 그 길을 올라온다.

그 길을 통하여 군대와 장사꾼과 성직자들을 송출하고,

그 길을 통하여 모든 부를 반입한 자들은 인간들만은 한사코 통과시키지 않으려고 빈틈없는 관문을 설치하여

기어올라오는 사람들을 부지런히 밀어던지고 있는 것이다.

같은 백색의 길은 중남미 제국과 아메리카합중국 사이,

조선 반도를 위시한 아시하 여러 나라들과 일본 사이에도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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