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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레프 톨스토이『부활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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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사랑하는 이의 얼굴을 오랫동안 보지 못하다가 다시 만나게 되면

처음에는 헤어져 있는 동안 일어난 변화에 놀라게 되지만,

그 얼굴은 점차 예전과 완전히 똑같은 모습으로 돌아간다.

그사이의 모든 변화가 사라지고 그 사람만의 특별하고 고유한 모습이

마음의 눈앞에 떠오르게 되는 것이다.

 

 

2

 

저 청년은 남달리 사악한 악당이 아니라 지극히 평범한 사람이다.

그가 지금의 처지가 된 것은 단지 그렇게 될 수밖에 없는 환경에 놓였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젊은이가 더이상 생기지 않게 하려면

불운한 존재를 양산하는 환경을 없애려고 애써야 한다.

 

그런데 지금 우린 무엇을 하고 이쓴가?

우리는 비슷한 죄를 짓고도 체포되지 않은 사람들이 수없이 많다는 걸 잘 알고 있으면서도

우연히 걸려든 저 젊은이를 감옥에 보내려 하고 있다.

저 젊은이에게 유해하고 무의미하기만 한 징역을 선고해 허송세월이나 보내게 하는 것이다.

삶의 시라래가 엉킨, 같은 처지의 힘업스 사람들 무리로 몰아낸 다음,

모스크바의 흉악범들과 한데 묶어 나랏돈으로 이르쿠츠크 유형을 보내는 것이다.

 

우리는 이런 사람들을 양산하는 환경을 제거하기는커녕 오히려 그런 시설을 만들어내고 있다.

각종 공장, 식당, 술집, 유곽 등이 바로 그런 곳들이다.

우리는 이런 시설을 없애지는 않고, 도리어 반드시 필요한 시설로 간주하여 관리하고 장려하고 있는 것이다.

 

이런 식으로 한 사람이 아니라 수백만 명을 양산해놓고는,

어쩌다 한 사람을 체포하면 우리는 뭔가를 해냈고 자신을 방어했다고,

그를 모스크바에서 이르쿠츠크로 유형 보냈으니 더는 할 일이 없다고 생각하고 있다.

 

 

3

 

사람은 흐르는 강물과 같다.

강물은 어디에 있든 언제나 같은 물이다.

다만 강은 어떤 곳은 좁고 물살이 빠르고 어떤 곳은 넓고 물살이 느리며,

어떤 곳은 맑고 어떤 곳은 흐리며,

어떤 곳은 차갑고 또 어떤 곳은 따뜻하기도 하다.

사람도 마찬가지다.

사람든 누구나 인간의 모든 특성을 맹아처럼 품고 있어서 

어떤 때는 이런 특성이, 어떤 때는 저런 특성이 튀어나오는 것이다.

그래서 같은 사람이라도 본디 모습과 전혀 다른 사람으로 보일 때가 있고,

몇몇 사람들은 이런 변화가 아주 급격하게 일어나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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