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만에 밤을 세워가며 책을 읽었다.
정유정 작가의 소설을 읽을때마다 그랬던 것 같다.
<7년의 밤> 에 대한 경외심이 아직도 남아 있기에 새 소설이 나온다고 해서 기대를 하고 있었다.
하지만 혹자는 전작에 못 미친다고 했다.
전작이 워낙 대단한 작품이었기 때문에 그를 넘어서는 작품을 쓰는것이 결코 쉽지 않을 것이라 나는 생각했고
큰 기대없이 책을 펼쳐 들었다.
500페이지에 육박하는 책의 두께가 무색할 정도로 책장은 빠르게 넘어갔고,
그렇다고 해서 그냥 쉽게 쉽게 스토리를 읽어 나가기 위해 책장을 넘기는 것이 아까울만큼
서사적인 묘사와 멋진 문체가 매력적이라고 나는 생각했다.
또한 역시나 정유적 작가는 유머감각을 잃지 않는 것도 잊지 않았다.
숨차게 읽어 가는 중간에도 한번씩 잠시 책을 덮고 마음을 가라 앉혀야 했다.
숨가쁜 전개 때문이기도 했고, 뒤로 갈수록 처참해지는 화양시의 모습이 실제 인듯 느껴져서 이기도 했다.
실제 있고도 남을 법한 일이다.
5명의 사람과 1마리의 개가 돌아가면서 이야기를 했고, 그 안에서 여러가지 상황과 정황이 맞아 떨어져 갔다.
가끔 상상하던 일이다.
같은 일을 대하는 나와 타인의 다른 시선....다른 감정....어떨까....
작가는 말투까지 바꿔가며 너무나도 잘 묘사를 해 주었다.
작가의 말에서 언급한 돼지 살처분 사건.....나도 기억한다.
날이 새도록 돼지들의 울음소리가 끊이지 않았다는 기사를 나도 읽었고, 어쩔수 없는건 알겠지만
그래도 생매장은 하지 말았으면 하는 생각을 했었다.
멀리 우주에서 우리보다 뛰어난 종이 번쩍 하고 나타나지 않는 이상,
다른 종의 목숨을 부지하기 위해 인간을 그런식으로 살처분할 일은 일어나지 않겠지만,
어쩌면 지식을 가진 인간이 상대적으로 지식이 낮은 동물을 마음대로 죽이고 살리는게 뭐 어떠하냐고 생각할수도 있겠지만......
내가 당할 수도 있는 일이라는 끔찍한 생각에 몸을 떨었던 기억이 났다.
작가가 말하고자 하는 희망이란 무엇일까....생각해본다.
목에 얇은 칼 하나만 제대로 꽂아도 바로 죽어버리는 인간의 몸이라는 것이 얼마나 나약한 존재인가....
내가 우리 부모님의 나이가 될때까지 내 자식들의 몸을 지키고, 나의 몸을 지켜서
친정엄마의 역할을 해 줄 수 있을까.....쉽지만 쉽지 않은 일이라 여겨진다. 그리고 그럴 수 있었으면 좋겠다.
매체를 통해 접하는 갖가지 사고 소식의 주인공이 내가 아닌것에 늘 감사할 따름이다.
어디선가 본 듯한 전염병에 대한 이야기.....
그리고 기대 이상으로 길어지는 서술이 조금은 식상하다 여겨지는 부분도 있긴 했지만
그래도 난 전작과 비교하고 싶진 않다.
이 작품은 이 작품대로.....정유정 작가의 대표작 중에 하나로 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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