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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밑줄긋기

파울로 코엘료 『11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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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그녀는 또 다시 확인할 수 있었다.

사랑은 상대의 존재보다는 부재와 연결되어 있다는 것을.

그와 함께 있을 때보다 혼자 있을 때 사랑은 증폭되었다.

그녀는 끊임없이 그 청년이 보고 싶었다.

그녀는 다음에 그를 만나면 뭐라 말할까 궁리하느라, 자신이 잘하거나 잘못한 것을 되짚으며

함께 나눈 매 순간을 떠올리느라 많은 시간을 보냈다.

그녀는 자신이 이미 뜨거운 정열을 불태웠고, 그래서 사랑의 아픔을 잘 아는 경험 많은 처녀라고 상상했다.

그녀는 그와 결혼하기 위해서라면 온몸과 영혼을 다해 싸우기로 결심했다.

그와 함께라면 결혼과 아기, 바다가 내려다보이는 집, 그 모든 것에 가 닿을 수 있을 것 같았다.

 

 

 

 

2

 

 

놀랍게도 그 여자는 아무 대답도 하지 못했다.

세상은 그런 식이었다.

사람들은 모든 것을 아는 것처럼 말하지만, 막상 질문해보면 아무것도 제대로 알지 못했다.

 

 

 

 

3

 

 

그 모든 걸, 하루에 단 11분을 위해!!

...

.....

인간은, 갈증은 일 주일을, 허기는 이 주일을 참을 수 있고, 집 없이 몇 년을 지낼 수 있다.

하지만 외로움은 참아낼 수 없다.

그것은 최악의 고문, 최악의 고통이다.

그 남자들, 그리고 그녀와 함께 지내고자 했던 다른 모든 남자들도 그녀처럼 파괴적인 감정,

자신이 이 땅위에서 사는 어느 누구에게도 중요하지 않다는 느낌에 시달리고 있었다.

 

 

 

 

4

 

 

그녀는 여느 사람들과 똑같은 사람이었다.

그녀는 묵묵히 외로움을 견디고 있고, 자신이 한 모든 행위를 정당화하려고 애썼다.

약할 때는 강한 척했고, 자신이 강하다고 느낄 땐 약함을 가장했다.

 

 

 

 

5

 

 

가장 강한 사랑은 자신의 연약함을 내보일 수 있는 사랑이다.

아무튼, 내 사랑이 진실이라면(기분전환 혹은 나 자신을 속이고 이 도시에 온 이래로 한없이 늘어나고 있는 자유시간을 보내기 위해 택한 수단만이 아니라),

자유가 질투와 그것이 촉발시키는 고통을 극복할 것이다.

고통 역시 자연스런 과정의 일부이다.

운동을 하는 사람은 누구나 안다.

목표달성을 원한다면, 매일 일정량의 고통이나 불편을 감수해야만 한다는 사실을.

처음에는 그 불편 때문에 의지가 약해지지만, 시간이 가면 그 불편 역시 궁극의 충족을 얻기 위한 하나의 단계라는 것을 이해하게 되고, 고통 없이는 아무리 연습해도 바라던 결과가 나오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순간이 온다.

 

 

 

 

6

 

 

원죄는 이브가 금단의 열매를 먹은 데 있는 것이 아니라, 누군가의 도움 없이 자신의 길을 가야 하는 것이 두려워 자신이 느낀 마음의 동요를 아담과 나누어 가지고 싶어한 데에 있다.

 

 

 

 

7

 

 

새가 그녀의 것이 되어 더이상 그것을 정복할 필요가 없게 되자, 새에 대한 여인의 애정이 점점 식어갔다.

더이상 날지 못해 자기 삶의 의미를 표현할 수 없게된 새는 점점 쇠약해져갔다.

새는 빛을 읽고, 보기 싫게 변해갔다.

여인은 먹이를 주고 새장을 청소할 때를 빼고는 새에게 관심을 기울이지 않게 되었다.

 

그러던 어느 날, 새가 죽고 말았다. 그녀는 깊이 상심했고 그때부터 끊임없이 그 새만을 생각했다.

그녀는 새장은 전혀 기억하지 못했다.

구름만큼이나 높이 날며 행복해하는 그 새를 처음 본 그날만을 떠올렸다.

 

그녀가 자기 자신을 조금만 더 세심히 관찰했더라면,

그녀에게 그토록 깊은 감동을 준 것은 새의 겉모습이 아니라 그 눈부신 자유로움,

끊임없이 퍼덕이는 그 날개의 에너지였다는 사실을 알 수 있었을 것이다.

 

 

 

 

8

 

 

생각해보면, 그것은 어느 누구도 그 문제에 진정한 관심을 기울이지 않기 때문인지도 몰랐다.

남자들은 집요하게 새로운 것을 추구했다.

남자는 여전히 생식본능에 따라 행동하는, 동굴에 거주하며 사냥을 다니는 원시인이었다.

그럼 여자는?

하이디의 개인적인 경험에 따르면, 배우자와 함께 쾌락을 즐기고자 하는 욕망은 결혼 후 단 몇 년밖에 지속되지 않았다.

시간이 흐름에 따라 성관계의 빈도는 차츰 줄어들었다.

여자들은 모두 자기만 그런거라고 생각하고는 입을 굳게 다물었다.

그러고는 매일 밤 성관계를 요구하는 남편의 욕망을 견딜 수 없는 척하며 다른 여자들을 불안헤 빠뜨렸다.

 

여자들은 빠르게 다른 관심사에 몰두했다.

아이들, 요리, 아르바이트, 가사, 공과금, 남편의 외도, 여름휴가 여행(여행중에도 그들은 그들 자신보다는 두고 온 아이들 걱정을 더 많이 했다), 부부 사이의 연대감, 심지어 사랑에도.

하지만 섹스는 아니었다.

 

 

 

 

9

 

 

영화에서는 늘 그랬다.

마지막 장면에, 여자가 비행기를 타려는 순간에, 남자가 절박한 표정으로 나타나 여자를 붙잡아 키스를 퍼붓고는 항공사 직원들이 흐뭇한 표정을 지으며 쳐다보는 가운데 그녀를 자신의 세계로 다시 데려간다.

그리고 '끝' 이라는 자막이 뜨면, 관객들은 그들이 영원히 행복하게 살 거라고 확신하며 자리에서 일어난다.

 

'영화에서는 그 다음에 일어나는 일은 결코 이야기하지 않아.'

 

마리아는 위안 삼아 스스로에게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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