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좋은책읽기/2010년

박범신 『은교』

728x90
728x90


오랫만에 서점에 가서 친구를 기다리며 책구경을 하고 있었다.
촐라체로 알게 되어, 고산자로 내 머릿속에 각인된 박범신 작가....새로 책이 나왔나보다.

촐라체, 고산자와 함께 "갈망의 삼부작" 이라 부르고 싶다는 책, 은교...
일단 제목부터가 뭔가 심상치 않았고, 작가의 말에서 "밤에만 썼으니 밤에만 읽기를 바란다..."는 부분을 보고,
나도 밤에만 한번 읽어보고 싶었다.

이적요 시인과 그의 제자 서지우, 그리고 그 둘사이에 있던 은교라는 여자아이....
은교에 대한 이적요의 갈망....을 통해 노인을 바라보는 우리 사회의 편견이 얼마나 심각한지, 작가는 너무나 잘 표현해주고 있다.
늙으면 사람으로서의 가치도 떨어지고, 욕망을 가지는건 변태적이라 생각하는 지금의 사회...
작가는 소설이라는 매개를 통해 그런 편견들을 통렬하게 비판하고 있는 것 같았다.

과연 은교에 대한 이적요의 갈망은 변태적 성욕일까, 아님 인간이라면 누구나 할 수 있는 이성에 대한 갈망인 것일까....
나는 사실 후자라고 생각한다. 그 대상이 아직 미성년인 은교였기 때문에 문제가 될 수도 있겠지만,
70이 다된 노인이라고 누군가를 새롭게 사랑하지 말라는 법은 없을테니~
그리고 이적요는 자신의 그런 터무니 없는 성욕에 대해 적나라하게 이야기 하며,
그게 무슨 대단히 심각한 잘못을 저지르고 있는 것처럼 스스로를 질책했다.

하지만.....내가 보기에 남자들은....젊건 늙었건, 점잖은 지식인이건, 생각이 짧은 바보건....
그 정도의 욕구는 늘 마음속에 품고 있고, 또 간혹 그것을 드러내기도 하는것 같다.
물론 그게 그래도 되는 상대를 향한 것인지, 아닌지에 따라 사랑인지 죄악인지로 구별되는 것이겠지만...

이적요의 제자이자, 질투의 대상이었던 서지우~
작가는 그를 통해 우리나라의 문학판을 함께 비판하는 듯 했다. 편가르기, 줄세우기, 순서매기기에 대한 문제들~
어쩌면 우리가 알고 있는 저 유명한 소설들도 실은 그 작가가 실제로 쓴 것이 아닐수도 있다는 생각도 문득 들었다.


이런걸 보고 바로 "놀라운 흡입력" 이라고 표현하게 되나보다.
박범신의 소설은 늘 첫장부터가 흥미로웠고, 항상 다이나믹 하게 흘러간다.
다음 내용이 궁금해서 책을 손에서 내려놓지 못하게 하는 대단한 힘을 그는 가진 듯 하다.
또한....정말 말솜씨가 예술인것 같다. 내가 외국소설보다 한국소설을 더 좋아하는 이유는
그 작가만의 독특한 문체, 그리고 기발한 문장들을 읽는 재미 때문인데, 박범신 또한 그런 즐거움을 주는 작가 가운데 한명인 듯 하다.

그런데.....이적요가 남긴 노트를 읽다보면, 자꾸만 이외수가 생각나는건 왜일까? 나만 그러나? ^^;;


영화 후기 ▶ 은교 (2012)



728x90
728x9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