뭐가 그리 바빴을까.
여행을 다녀온 게 8월인데.....후기를 쓰기 시작한 지금은 바야흐로 단풍지는 11월
다녀오자마자 밀린 주문 쳐내느라 바느질 도비가 되어 거의 한달을 다 보낸 것 같다.
이후로도 이래저래 계속 바빠 컴터 앞에 앉지를 못했네. 유난히 집안 행사도 많았고~
손을 바쁘게 움직인 끝에 겨우, 수요보다 공급이 많은 상태를 만들어 놓고,
(보통 공급보다 수요가 많아야 좋은 것일진데 ㅋㅋ그럼 난 진짜 도비가 된 것 같아서~~ㅋㅋ)
드디어 일본 도쿄여행 후기를 쓰기 시작한다. 좋아라~~♡
이번 여행은 가기 전부터 사연이 많았다.
"봄아, 우리 이번 여름휴가는 어떻게 할까?"
"나 올해는 여행을 가지 말아야 하지 않을까?"
"일주일 내내 아니더라도, 학원 며칠만 빠지만 안돼?"
"아니. 그러면 다녀와서 너무 힘들어. 그냥 셋이 갔다 와."
그냥 가기 싫다는 것도 아니고, 공부하느라 못 간다는 딸램을 두고 어찌 셋이 여행을 간단 말인가!
그래서 아빠랑 가을이에게 둘이 오붓하게 친한 가족 부녀와 조인해서 다녀오라고 했는데 그것도 성사되지 못했다.
그렇다고 1년에 한 번 있는 여름휴가를 TV 앞에 앉아 에어컨 바람이나 쐬면서 보내라고 하기엔,
직장인에게 그 시간이 얼마나 소중한지 알기에~~~
"그럼 그냥 오빠 혼자 다녀와."
약 3초간 대답이 없다. 거절의 의미인 줄 알았다.
"...그래도 돼?"
ㅋㅋㅋㅋ3초의 침묵을 잘 못 이해했다.
'거절'이 아니라 '미안함' 이었던 듯~~후훗~
당연히 되지. 1년 동안 자식내미들 위해 새벽바람 쐬며 고생한 당신, 떠나라!!
(혹자는 나를 멋진 아내라 추켜 세웠다. 뭐~~ 딱히 그렇진 않다.
일단 직장생활 하면서 느낀 바가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후일을 도모하기 위한 초석 마련일 수도 있고 ㅋㅋㅋㅋㅋ)
그렇다면 여기서 최대 피해자는 누구인가!! 바로 불쌍한 우리 가을이~~~
엄마야 에미라 그렇다 치지만.....중1 때 온가족 신나게 놀러다닌 언니에 비한다면
가을이는 고딩언니를 둔 것에 대한 피해가 막심하다.
"난 그냥 나중에 엄마랑 일본 여행이나 갔으면 좋겠어." 라는 말이 뇌리에 박혀 언제 가능할지 달력을 보며 가늠하는데
이제 또 봄이가 눈에 밟힌다.
아니 뭐, 고딩이라고 내내 그렇게 공부만 해야 돼?
(물론 우리나라 입시 현실이 그래야 되긴 하더군 ㅋㅋ 다같이 열심히 하기 때문에...
그들을 넘어설 만큼 극도로 열심히 하지 않으면 성적향상 절대불가)
그래서 빡센 학원 특강이 끝나고 학교가 이제 막 개학해서 딱히 중요한 일정이 없는 틈새를 노려 날짜를 잡았다.
학원 빠지는 건 죽어도 싫은데, 학교는 좀 빠져도 될 것 같다 여기는 요즘 우리나라 교육 현실이 참으로 개탄스럽긴 하나....
내가 지금 그런거까지 고민할 때가 아니다.
계획을 세워야 하나니~~~~ 일단 급한대로 비행기만 예약해 두었다가, 열흘 쯤 전인가? 호텔까지 정했다.
(호텔은 어느 위치로 잡을 것인가와 어느 수준으로 잡을 것인가를 고민하는데, 선택지가 너무 많아 좀 힘들었음.)
여행가기 일주일 전 쯤? 일본에 지진이 났다.
뭐 지진이야 일상이고, 피해가 큰 지진은 아니었지만, 대지진의 전조증상이라 하여 비상이 걸렸다.
오사카 근방을 근원지로 하는, 100년 주기로 한번씩 온다는 대지진이 멀지 않은 기간 내에 발생할 수도 있다는 거다.
아놔~ 가야 돼, 말아야 돼.
일단 오사카 쪽 여행을 계획했던 많은 이가 여행 계획을 취소했다고는 하던데, 우린 도쿄란 말이지.
직접적인 피해는 없을지라도 교통대란 일어나면 어쩔.....
거기 사는 사람들이야 거기가 제 나라니까 어쩔 수 없다지만, 우린 입장이 다르기 때문에 굉장히 고민이 되었다.
비행기 티켓값이 셋이 합쳐 약 110만원 정도 되었는데, 취소 수수료가 40만원이 넘었다.
아무일도 발생하지 않고 넘어간다면 그냥 버리기에 아까운 금액이라 ㅠ.ㅠ
가까이 지내는 일본사람 친구들과 얘기해보니 크게 걱정하는 분위기는 아니던데,
우리나라 유튜버들은 곧 일본 땅이 가라앉을 것처럼 호들갑을 떨어대니까.....
난 다름아닌 엄마라, 쓸데없이 아이들을 위험한 곳으로 끌고간 사람이 되면 안되니까.....
게다가 또 엄청 큰 태풍도 몰려오고 있다고 하고. 산 넘어 산이네~~~
"얘들아, 우리 어떻게 하지? 여행 그냥 취소할까?"
"그러게. 유튜브 같은거 보니까 지진 날까봐 무섭긴 하더라. 우리 여행 갔다가 셋이 다 죽으면 아빠 어떡해."
"어떡하긴 뭘 어떡해. 지난 20년간 우리랑 행복했으니까, 남은 생은 다른 좋은 여자 만나서 잘 살라고 해야지."
하면서 되도 않는 농담을 하기도 했지 ㅋㅋㅋ
계속 고민하다가, 오늘이 지나면 비행기 취소 수수료로 한 푼도 돌려받지 못 하는 시간이 되기 전에
마지막으로 남편님에게 물었다.
"오빠, 나 어떻게 해. 가야 돼, 말아야 돼?"
"너가 좋은 대로 해."
아무래도 도움이 안돼서 질문을 바꿔봤다.
"오빠가 포함된 가족여행이라면.....오빠는 어떻게 할 것 같아?"
"가."
ㅋㅋㅋㅋ이게 정답이었구만.
봄이가 일본 경험이 많아 도움이 될 것 같아 일본어쌤한테 여쭤봤더니 같은 대답을 하셨다고 한다.
"그냥 가세요. 가도 돼요."
그래서......그냥 Go 하기로 했다.
우리가 떠나는 건 일요일, 오늘은 금요일, 내일 올 태풍 때문에 일본행 비행기가 캔슬되고 난리가 아니었다.
일본친구 Momoe에게 다시 한 번 물었다. 쿨한 Momoe의 대답....
"일본 사람들은 지진대비훈련이 잘 되어 있어. 그거에 따라서 잘 대피하면 돼.
그리고 여기....아직 비도 안 와."
ㅋㅋㅋ땡큐, 모모~
이리도 긴 사연 끝에 드디어!! 우린 일본행 비행기를 탔다.
애초에 비행기 티켓을 예약할 때부터 날짜가 많이 남지 않았던 상태라 공항 가는 리무진은 만석이라 걱정이었는데,
감사하게도 남편님이 공항까지 태워다 주셨다. 일요일이길 천만다행 ^^
"오빠, 우리 내일 새벽에...."
"응, 태워다 달라고? 알았어."
와~ 결혼 초부터 이런 남자였으면, 내가 임금님처럼 모셔드렸을텐데 ㅋㅋ
우리 보내고 찍으신 사진에서....어쩐지 촬영자의 쓸쓸함이 느껴진다.
어쩌면......숨겨진 속마음은 올레~ 였을까? ^^
아이들이 크니까 각자 자기짐은 자기가 챙기고 끌고 해서 좋다. 다만~~
난 딸밖에 없는 무수리라, 비행기에서 짐칸에 올릴 때 좀 빡셈 ㅋ 나도 연역한 여자인데 말이쥐.....
아들 엄마가 부러운 몇 안되는 순간들 중 하나다. 후훗~
우리가 여행한 곳들. 아키하바라, 디즈니랜드는 가지 못했고,
예전에 갔을 때 인상적이었던 곳이라 표시해 둔 오다이바는 다른 테마파크로 바뀌었다.
예전엔 공항이 이렇게 멀지 않았는데 뭐지? 하고 보니, 그땐 하네다....이번엔 나리타를 이용한 거였다.
요건 대략적인 일정이다.
오는 날.....한국에 비가 많이 내려 일본 오는 비행기들이 뜨지 못했다.
2시간 정도 연착되어서....결국 한국에 도착한 건 11시가 다 된 시각!!
아C 망했다~~리무진 막차 놓치겠는데~~하면서 겁나게 서둘렀는데......
출국장 게이트를 나서는 순간 보이는, 아는, 반가운 얼굴!!
우리 태우고 가려고 퇴근 안하고 기다렸다는 스윗남~~~~호홋~~
남편님 발견한 순간 내가 넘 씐나하니까 딸램들이 묻는다.
"엄마가 원하는 스타일의 남자야?"
ㅋㅋㅋㅋ결혼 초부터 저런 남자였담 지금쯤 임금님 아니라 황제폐하 되셨겠지~~
어쨌거나 넘나 감사하게도, 편하게 귀가 할 수 있었다.
비행기 연착되었다고 했을 때 헐~~이라고 답했던 이유가 있었네. 푸훗~~
여행 동안 찍은 영상들 모아서 만들었다.
관전잼도 쏠쏠하더군~~~~
진짜 대박인 건 "빨강머리 앤" 영상인데.....
그거 올리면 다시는 나랑 상종을 안 할 것 같아서 ㅠ.ㅠ 아쉽지만 개인소장에 그쳐야겠다.
두 딸램들하고 넘나 즐거웠던 일본 여행~~~
그 자세한 이야기와 방대한 양의 사진투척, 이제 시작해보도록 하겠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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