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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책읽기/2023년

김미경『영어학자의 눈에 비친 두 얼굴의 한국어 존대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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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떻게 이 책을 알게 되었는지는 잘 기억나지 않는다.

언젠가 읽어보고 싶어서 보관함에 담아놨던....

 

시대가 지날수록 한국어 존대법은 힘을 잃어간다.

힘을 잃어갈 뿐 아니라 자주 비판을 받는다.

이 책도 대략 그런 내용에 대해서 적었다.

그런데 작가는 나름대로 챕터를 나누고 다른 예를 들어가면서 설명을 하는데

이상하게 읽는 입장에서는 다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것 처럼 느껴졌다.

하나의 전제, 하나의 결론에 대해 비슷한 예시만 여러가지로 든 것 같은?

작가님께서는 심사숙고해서 준비한 자료를 토대로 적은 글일텐데 이런 후기 좀 죄송하긴 하네.

 

그리고 현상에 대한 설명이 대부분인 것에 반해 그것에 대한 해결책이나 작가의 주장은 좀 미미한 편이다.

그래서.....우리가 어떻게 해야 할까요? 어떻게 하는 것이 한국어 존대법의 문제점을 해결할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될까요?

 

우선 성서에 적힌 예수님의 말투는.....그간 예수님은 우리의 신이니까

대부분의 사람을 하대하는 것이 이상하다는 생각을 못했었다.

그건 인정. 가서 그물을 던져라~ 보다는 가서 그물을 던지시오! 가 더 나을것 같기도 하다.

가장 공감갔던 부분은 간혹 나이많은 신자분들께도 반말 쓰는 신부님들 얘기.....

 

직장에서 호칭의 문제는.....직급 체계로 진입하기 전에 이미 신입사원때부터 참으로 복잡해진다.

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입사해서 6년 정도 된 사원 A, 대략 스물 대여섯. 대부분 여자.

그리고 4년제를 졸업해서 입사한 신입사원 B, 대략 스물 네다섯

분명 A가 입사선배니까 여자들끼리는 걍 언니라고 부르는데, B가 남자인 경우 좀 애매해진다.

언니는 걍 그럭저럭 괜찮은데, 누나/누님은 좀 이상하다는거지. 그래서 선배 또는 B씨라고 부른다.

선배라고 불러주는 놈은 그나마 예의바른 놈, B씨라고 부르면 어쩐지 쪼끔 기분 나쁘다.

문제는 3년 후. 특별한 일이 없으면 B는 B주임 (또는 계장) 이 되는데, A는 여전히 평사원.

A는 B에게 B주임! 이라고 부르고, B는 A를 여전히 언니라고 부른다.

그런데 또 B가 남자라면....이때부터 슬슬 A를 하대하기 시작한다. 이것이 남자들의 서열본능.

여자들은 나이가 서열이라고 생각하는 반면, 남자들은 사회적 지위를 우선시한다.

군대에 다녀왔기 땜에 그것이 더 익숙해서인 것도 같다.

그래서 직급체계를 없애거나 호칭을 통일하는 회사들이 많다고 들었는데, 어쩐지 그것도 좀 어색한 건 사실이다.

우리말에서 존대법을 아얘 없애지 않는 한 작가의 주장처럼 교수와 학생이 서로 동등하게 토론하고,

직장에서 사장이고 사원이고 그냥 '님'자를 붙여 부르는게 익숙한 사회가 오긴 좀 어려울거 같다.

호칭만 그리 부른다고 있는 서열이 없어지지는 않으니까.

 

그나마 서열이 같다면 나이에 상관없이 서로 존대하는 문화는 이제 좀 정착이 된 것 같다.

알바할 때 나보다 십 몇년 이상 어린 친구들이 'OO님' 이라고 부르는게 아무렇지 않다.

그래봤자 너나 나나 다 알바라는 생각 때문인 듯.

 

어쨌거나 이 책 덕분에 알고 있지만 크게 인지하지 못했던 부분들에 대해서도 생각해보는 계기가 되었다.

그렇다고 완전히 찬성하는 건 아니다.

수천년간 이어온 우리나라의 언어 문화를 꼭 다른 나라와 맞출 필요가 있을까 싶다.

작가는 존대법과 서열문화가 맞물려 돌아간다고 했고 그 주장에 반대하는 건 아니지만........

'한국어'를 바꾸기에 앞서 '뿌리 깊은 유교문화'를 바꾸는데 더 주력했음 좋겠다.

 


 

1

예수의 반말이야말로 권위의 상징이라고 믿는 이들이 새 '성경'에서 예수를

왜곡되기 이해하도록 만든 장본이라면,

그들의 사고는 애어른 할 것 없이 모든 본당 교우들에게 반말하는 일부 사제들의

권위주의적인 태도와도 결코 무관하지 않을 터다.

(그럴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2

외국인들은 한국에서 친구가 되기 위해서는 무엇보다 먼저

'같은 해에 태어나야' 한다는 사실에 놀란다.

한국에서는 한 살만 차이가 나도 '형'과 '동생'으로 갈리고, 대학에 일 년만 일찍 들어와도

'선배'와 '후배'로 나뉘고, 이들은 친구가 될 수 없다.

한국에서 서로 반말할 수 있는 유일한 관계가 친구 관계인데,

이런 평등한 관계는 나이도 같고 학번도 같아야만 하는 까다로운 조건을 달고 있다.

한국인들의 '친구의 조건'이 너무 편협하다는 외국인들의 코멘트가 단지 문화의 차이를 이해하지 못하는 무지 때문일까?

(이런거보면 우리 조직넘덜은 아주 깨어있는 78 재수생들이네 ㅋㅋ)

 

3

흥미로운 점은 같은 병원에서도 의사는 환자에게 '-실게요'를 사용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의사는 환자에게 '이쪽으로 오세요'라고 말한다.

의사가 '-실게요'를 사용하는 것을 아직 들어본 적이 없다.

'-실게요'는 서비스업 종사자가 고객에게 사용하는 신조어이다.

그런데 동일한 병원이라는 공간에서 의사는 이 말을 사용하지 않고 간호사만 사용한다는 것은

병원 내에서 의사와 환자와 간호사 사이에 확실한 계급 구분이 있다는 뜻이다.

'-실게요'를 기준으로 하면 의사가 제일 높고 그다음이 환자이고 간호사가 제일 낮다.

(와~ 이건 생각 못했던 거야!!)

 

4

한국어를 배워본 외국인들이 한국어에 대해 하는 공통적인 코멘트는 두 가지이다.

하나는 한글이 배우기 매우 쉽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한국어는 매우 어려운데 특히 존대법이 가장 어렵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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